조금은 다른 귀농, 꽃비원 농부의 시골살이 이야기
탁 트인 농장에서 일하다가 잠시 쉴 때는 아침에 싸 온 김밥을 먹으며 소풍 기분을 느낀다. 도시 생활로 지친 친구들이 찾아올 때 언제든 방을 내주고 맛있는 식사 한 끼를 차려 준다. 자급자족 구조 속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았다는 농부를 만났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3.17
작게
크게


월, 화, 수요일은 농사짓고 목, 금, 토요일은 농가 레스토랑을 연다. 사방이 막힌 네모난 사무실 한 공간에 앉아 책 뒤에 적힌 구절을 읽으면 내가 꿈꾸던 삶은 어떤 모습이었나 가만히 생각하게 된다. 11년 차 귀농 부부인 정광하, 오남도 저자의 첫 책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이 지난 2월에 출간됐다. 이들은 논산 연무읍에서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며 농사를 짓고 그 수확물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식당 테이블에 올라갈 근사한 요리를 만들고 가끔은 농부시장을 열어 수확한 재료들을 판매한다. 정광하, 오남도 작가에게 균형 있는 일상을 가져가는 비결을 물었다.



도시의 팍팍한 삶과 한 발짝 벗어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두 분 작가님을 처음 만나는 독자분들께 짧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남도 : 저는 십 대부터 이십 대까지 시골살이를 꿈꾸었고, 삼십 대에 남편을 만나 마침에 꿈을 이룬 꽃비원 농부 오남도입니다. 

정광하 : 먹고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서 농사짓기 시작한 정광하입니다. 지금은 농사지으며 키친에서 요리하고, 자연을 좋아해서 캠핑을 가거나 오래된 곳, 시골스러운 장소도 종종 찾아다닙니다.

책 표지에 '반 농부 × 반 큐레이터'라는 부제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부분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정광하 : 시골에서는 흔하지만 도시에서 만날 수 없는 다양한 계절 작물, 그해 기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맛을 내는 계절 채소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농부 역할이 마치 큐레이터 같다고 생각했어요. 시작은 서울에서 열리는 '농부시장 마르쉐@'였어요. 그때 처음으로 잎 달린 당근을 가지고 갔어요. 보통 마트에서는 당근 뿌리만 판매하는데, 당근 전체 모습을 손님들에게 알리고 싶었거든요. 세척하지 않아 흙이 붙어있고 크기도 균일하지 않은 당근, 사실은 그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잖아요. 손님들은 당근 잎을 신기해했고, 잎에서 당근 향기가 난다고 좋아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 생활을 접고 귀농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농업 환경과 그곳 환경에 분명 차이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오남도 : 캘리포니아는 따뜻하고 볕이 좋고 건조한 편이에요. 기후도 재배하는 작물도 우리나라와 다르지만 농사가 힘들다는 인식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주말에 한국 분들이 운영하는 농장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저희 부부가 농사짓고 싶다고 하니 말리더라고요.

정광하 : 그래도 캘리포니아는 겨울 날씨가 우리나라 봄, 가을 같아서 농업 생산량이 높은 편이에요. 꼭 시설 재배가 아니어도 노지에서 한 작물을 오랜 기간 수확할 수 있고 연중 생산도 가능하죠.

돌아올 때 아쉽지는 않으셨나요? 

정광하 : 미국에 가기 전에도 귀농 준비를 하고 있었던 터라 당시에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어디서라도 빨리 농사를 시작하고 싶었어요. 원래 미국에서 한국 채소를 기르는 삶도 생각해봤는데, 그러려면 한국 땅에서 농사 경험을 먼저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꽃비원 키친 책에서 자주 눈에 들어온 단어가 '자급자족', '적정 규모', '무투입'입니다. 이런 가치관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광하 : 대학생이 되면서 시작한 도시 생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어요. 기반 없이 도시에서 살아가려고 나름 노력했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은 늘 높았고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현실과 타협해야 할 때도 있었죠. 그런데 그렇게 도시에서 사는 게 너무 소모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때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고, 사는 장소를 떠나서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려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해요. 그때부터 작은 부분이라도 조금씩 시도하게 된 것 같아요.

도시와 연결, 다른 직업군과 느슨한 연결도 강조하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오남도 : 시골의 삶이 좋아 자발적으로 선택했지만, 도시가 그리울 때도 있어요. 처음에는 다른 공간을 찾아가 욕구를 채웠는데, 점점 내가 사는 장소가 재미있는 곳이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논산, 익산, 부여, 전주, 멀게는 경기까지 여러 작업자들과 '꽃비원 여름마켓'을 준비했어요. 작은 마을에 복작복작 사람들이 모였고 SNS로 교류하던 사람들과 진짜 친구가 되었죠. 그 뒤로도 팀이 꾸려지면 자연스럽게 계절마켓을 열고 있어요.

농사나 환경에 관한 다양한 책 소개도 인상 깊었습니다. 책에 싣지 못했지만,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도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앨리사 베이로렐이 지은 『지구에서 즐겁게 살아가기』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시골살이를 꿈꾸는 분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어떤 부분에서는 원시적이라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구의 작은 존재로 살아갈 때 필요한 지혜가 가득한 책이에요. 농사짓고 수확한 것을 저장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나오고요. 그림이 많아서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좋답니다.

독자분들께 남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정광하 : 육아, 일의 방식, 육체 노동의 즐거움과 한계 등 삶의 크고 작은 고민은 매년 조금씩 다르지만 그때마다 유연하게 움직이며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해보니 이 과정이 결국 앞으로 10년을 나아가기 위한 기반이었구나, 싶어요. 지금까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농장에 작지만 우리만의 공간을 꾸려보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오남도 : 지금까지도 물론 그랬지만, 꽃비원 농장을 좀 더 정성껏 가꾸고 싶어요. 10년이 된 배나무와 사과나무, 그 아래 자리 잡은 채소와 허브 등을 조화롭게 가꿔가려고요. 그저 무사히 농사짓고, 요리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정광하, 오남도

귀농 11년 차 부부. 꽃비가 흩날리는 과수 정원 '꽃비원'을 가꾸며, 그곳에서 수확한 작물의 맛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한다.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
정광하,오남도 공저
차츰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채널예스 # 예스24 # 7문7답 #시골살이오늘도균형 # 정광하 # 오남도 #귀농 #eBook
0의 댓글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Writer Avatar

정광하

귀농 11년 차 부부, 아들 원호와 함께 논산 연무읍에 산다. 꽃비가 흩날리는 과수 정원 ‘꽃비원’을 가꾸며, 그곳에서 수확한 작물의 맛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한다. 계절의 흐름에 맞춰 키운 제철 채소는 그들의 공간인 ‘꽃비원 홈앤키친’에서 피자나 파스타, 포카치아 등의 메뉴로 재탄생하고, 어떨 때는 도심이나 지역 농부시장 판매대에 올라 소비자를 만난다. 때로는 밭에서 갓 수확한 모습 그대로 꾸러미 상자에 담겨 흙의 기운을 싣고 도심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두 농부는 제철 채소의 깊은 맛을 더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해 요리 워크숍을 열거나 농부시장, 작은 계절 마켓을 기획하기도 한다. 도시와 농촌의 연결이 곧 지방의 소멸 현상을 막을 유일한 방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동에 매몰되어 중요한 가치를 놓칠 일은 없다. 자급자족 구조를 유지하면서 일과 삶의 조화를 찾아가는 태도를 늘 최우선으로 삼고 있으니 말이다. 다양한 방식을 택한 농부나 작업자가 늘어나 서로 어우러지는 일, 그것은 꽃비원이 꿈꾸는 농촌의 미래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자연에 덜 해로운 방식으로 묵묵히 농사를 지으며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려 한다. 그리고 각기 다른 이야기를 지닌 친구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느슨한 연대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