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쥐가 팥쥐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호랑이를 피해 도망가는 순간, 놀부가 심술궂게 제비 다리를 분지르는 모습. 어린 시절 동화를 읽으며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듯 긴박함을 느꼈던 경험 있으시죠? '바닷속에는 정말 소금 맷돌이 있어서 짠 걸까?', '손톱을 함부로 버리면 쥐가 먹고 나로 변신하니까 조심해야겠다'와 같이 알게 모르게 상식과 매너를 배워가기도 하고요. 사이 좋은 의형제의 이야기나 효녀 심청이를 보면서는 가족에 대한 애정도 몽글몽글 샘솟습니다.
이렇게 보면 어린 시절을 채워주는 많은 이야기는 마치 가랑비와도 같습니다. 요점 정리된 것을 외우는 것처럼 한순간이 아니라 천천히 우리 일생, 그리고 추억에 스미는 것을 보면 말이죠. 재미있게 읽었을 뿐인데 돌아보면 인성과 상식 그리고 따뜻한 사랑까지 배우게 해주는 것은 동화책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여기 늘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 어린이들을 유쾌하고 시원하게 적셔주는 동화, 『마트 사장 구드래곤』이 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에 목마른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단비 같은 소식이 궁금해집니다.
신작 『마트 사장 구드래곤』 과 작가님 소개를 부탁 드려요.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는 박현숙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된 지 17년 정도 되었고 그동안 170여 권의 동화책과 청소년 소설을 썼습니다. 이번에 출간하게 된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용 중의 용이 되고 싶어 하는 천년 묵은 구렁이 구드래곤과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세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구드래곤은 길고 긴 수행을 거쳐 승천하는 도중에 잘난 척 한번 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에 승천에 실패하게 됩니다. 다시 승천하기 위해서는 이름 세 개가 필요한데, 이름을 얻기 위해 뭐든 다 파는 마트 사장이 됩니다. 자신이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셋이 구드래곤을 찾아오고, 구드래곤은 자신이 연구 개발한 이름과 아이들의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금세 다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 구드래곤의 계획은 자꾸만 엉키고 엉뚱하게 흘러갑니다. 구드래곤과 세 아이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판타지 동화입니다.
천 년 묵은 구렁이가 마트 사장이라니, 소재 자체가 매우 신선합니다. 이런 소재들은 어떻게 떠올리시는 건가요? 작가님만의 특별한 아이디어 수집 방법 혹은 글쓰기 방법, 소재 선정 방법이 매우 궁금합니다.
글은 쓰면 쓸수록 이야깃거리가 더 많아집니다. 흔히 소재가 고갈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처음 동화를 쓰기 시작했을 때 저는 주로 생활 동화를 많이 썼습니다. 제가 작가가 되기 전에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졌었고 그 영향 때문에 생활 동화를 쓰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모든 분이 저를 다작하는 작가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아마도 작품을 적게 썼다면 아직 저는 생활 동화에만 머물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많이 쓰다 보니 다양한 소재를 찾게 되고 다양한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구미호'라는 소재로 글을 쓸 때 슬며시 함께 찾아온 소재입니다. 언젠가는 써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디선가 "다 너 때문이야"라는 어느 아이의 한마디를 듣게 되었고, 그때 『마트 사장 구드래곤』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막 한 줄, 스치고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이야기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상한> 시리즈로 수많은 어린이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셨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우리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른의 눈으로 보면 언뜻 이해되지 않는데, 유독 아이들이 열광하는 소위 말하는 '교실에서 입소문 난' 책이 있어요. 이런 책은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어린이 책에 있어서 가장 큰 미덕은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교훈이 들어있다 하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어린이들은 책 읽기를 싫어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감입니다. 어쩐지 내 이야기 같고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 같은 책을 만났을 때 어린이들은 신나고 재미있어하지요.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재미에 있어서는 그 어느 책보다 월등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책입니다. 구드래곤이라는 캐릭터에 우리 아이들이 열광할 거라는, 그래서 아이들 사이에 구드래곤이 인싸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살짝 해봅니다.
아이들은 동화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라고 할지라도 자신보다 훨씬 똑똑하고 자신보다 뭐든 잘하는 캐릭터에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요. 똑똑한 듯한데 어딘가 좀 모자라고 모자란 듯하면서도 시원할 정도로 당당하고, 당당하면서도 어느 날은 또 그런 거 같지 않은 아이 자신의 모습을 닮은 캐릭터를 좋아하지요. 그래서 그 책 한 권을 읽으며 아이들은 그 속의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게 되는 거지요. 구드래곤은 아이들이 같이 놀고 싶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좋아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재미가 없으면 책 읽기를 싫어한다, 어린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다. 공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즐겁게 읽기 위해서는 책의 재미 외에 또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책이 일단 재미가 있다면, 그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책과 친해지게 만들어 주는 것은 역시 어른들의 몫입니다. 어른들이 애쓰지 않아도 책을 좋아하고 스스로 찾아 읽는 아이들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에겐 처음 책을 접할 때 어른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지요. 저는 책이 아이들에게 놀이와도 같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동화를 쓰는 사람이나 주변 어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죠.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어떤 부분에서 더 특별히 공을 들이셨을까요? 이미 어린이 책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를 잡으신 박현숙 작가님께 이번 신간은 어떤 도전을 주는 작품인지도 궁금합니다.
요즘 나오는 동화책을 보면 다양하고 특별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이나 전설 속의 동물들까지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지요. 저는 구드래곤에게 어떤 매력을 입힐까에 집중하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구렁이에서 느껴지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서 뭔가 다른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패션 감각도 뛰어나고 춤도 잘 추는, 자신이 꽤 잘나고 냉철한 줄 착각하지만 마음 약하고 한편으로 짠한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천년을 묵고 용을 꿈꾸는 구렁이지만 독자인 아이들이 봤을 때 어쩐지 한번 안아 주며 어깨를 토닥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말이지요. 결과적으로 구드래곤 캐릭터는 잘 나온 거 같습니다. 이 작품은 구드래곤이 주인공이지만 사실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제가 쓴 다른 동화와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구드래곤 시각에서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각각의 시각에서 함께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구조입니다. 제게 있어서는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지요.
이번 여름, 어린이들이 작가님의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고 책이 더욱 좋다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으로 아이들이 책에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된다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게 될 아이들이, 여름에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구드래곤이 운영하는 마트가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는 날에만 문을 여니까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는 여름에 자주 내리지요. 평소에는 뭐든 다 있는 구드래곤 마트 안을 구경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번 여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구드래곤 마트에 가면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곳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절대 구경도 할 수 없고 살 수도 없는 물건들이지요. 그리고 구드래곤의 신명 나는 춤도 구경할 수 있고요. 물건을 구경하고 있을 때 구드래곤이 넌지시 와서 말을 건넬지도 몰라요.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다 들어줄게!" 이러고요. 이번 여름에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꼭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하나! 뭐든 잘하는 게 많은 구드래곤이어서 마트를 그만둘 수도 있으니까요, 마트 구경은 꼭 이번 여름에 하세요!
마지막으로 『마트 사장 구드래곤』을 읽을 어린이, 그리고 함께 읽을 부모님 혹은 선생님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구드래곤이 천년을 수행하고도 승천하지 못하며 고초를 겪는 이야기를 쓰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 또한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구드래곤이 때로는 엉뚱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그리고 때로는 감동적으로 어려움을 이겨 나가고 해결해 나가는 걸 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책은 작가가 쓰지만 그 책을 훌륭한 책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독자입니다. 한 권의 책을 열 명이 읽으면 열 명 모두의 생각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구드래곤도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크게 느끼는 것은 같겠지만 개인의 사정이나 상황, 환경에 따라 다른 생각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고 자신만의 훌륭한 책으로 완성하시길 바랍니다.
*박현숙 아이들과 수다 떨기를 제일 좋아하고 그다음으로 동화 쓰기를 좋아하는 어른입니다.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으며, 제1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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