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 "책 제목, 볼수록 마음에 듭니다"
따라 하고 싶은 게 많은 일곱 살, 꽃처럼 많은 생각과 고민이 생기는 스물아홉 살, 어떤 일이든 가볍게 웃어넘기는 예순한 살을 지나 내가 잃은 것과 얻은 것 모두 자랑할 것이 없음을 깨닫는 백 살까지의 삶의 모습을 100편의 인생 시로 담았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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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

섬진강변에 살며 자연과 동심을 노래한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작가는 강가를 거닐 때마다 흘러가는 세월과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곤 했다.

"어느 날 강을 건너다 뒤돌아보았더니 내 나이 서른이었고, 앉았다가 일어나 보니 마흔이었고, 감았던 눈을 보니, 나의 인생은 또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월요일처럼 길어서 지루하든 행복해서 짧게 느껴지든 인생의 순간은 흘러가기 마련이고, 삶은 그 모든 순간이 모여 한 편의 시가 된다.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는 따라 하고 싶은 게 많은 일곱 살, 꽃처럼 많은 생각과 고민이 생기는 스물아홉 살, 어떤 일이든 가볍게 웃어넘기는 예순한 살을 지나 내가 잃은 것과 얻은 것 모두 자랑할 것이 없음을 깨닫는 백 살까지의 삶의 모습을 100편의 인생 시로 담았다.



책 제목이 마치 한 편의 시 같다는 독자들의 반응이 눈에 띕니다. 제목에서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으셨던 건가요?

인생에 대해 그 누구도 이렇다 저렇다 답하거나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누구의 인생도 그 누구보다 우위에 있지 않습니다. 누구의 인생이든 다 한생을 살아갑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이 귀하고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합니다. 인생이 짧다고 말할 수 없고, 길다고도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살다 보면 어떤 하루는 열흘 같을 때도 있고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책 제목을 정한 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습니다. 인생이란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아니며, 무엇이라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책의 제목이 경쾌하고 명랑합니다. 어쩐지 오늘 하루 지금이 즐겁다는 느낌입니다. 제목을 두어 번 되뇌다 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옵니다. 지금 하는 어떤 일이 신이 나기도 합니다. 누구에게 괜히 말을 걸고 싶지요. 어쩐지 지금 이 순간 행복은 충분한 것 같아요.

책머리 글에서 '당신의 인생은, 지금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나요'라는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인님은 지금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디를 지나고 있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지금 있는 그대로 말한다면 이 순간 저는 인터뷰에 답을 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지요. 삶의 어느 지점에나 '지금'이 있습니다. 제가 사는 산골 강마을은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꾀꼬리는 새끼들을 잘 길러서 나는 연습을 시키고, 파랑새는 까마득한 하늘 끝으로 날아 올라가고 있습니다. 원앙들도 벌써 새끼들을 데리고 높이 날아갑니다. 옥수수는 수확이 끝나고 참깨꽃은 피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런 산속 강가의 여름을 지나고 있습니다.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에서 열일곱 살이든 나이 예순이든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래도 시인이 생각하는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며, 인생에서 무엇을 배우셨나요?

나는 인생에 이렇다 할 의미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냥 살아왔고, 살고 있습니다. 내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그 일은 그 누구에게도 있었을 것입니다. 인생을 크게 생각하거나 별 볼 일 있게 생각하거나 무엇을 이루고 싶은 게 없이 살았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냥 살았지요' 살아오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사람들의 삶은 다 거기가 거기라는 것입니다. 

살다가 보면 이보다 더 안 좋은 일이 있을 수 있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더 좋은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행복할 때도 있었고, 괴롭고 슬플 때도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행복 절반, 불행 절반이었습니다, 제 인생의 평균을 내보면 그냥 50점 정도였습니다. 아니 47점 정도일 수도 있습니다. 어떨 때는 100점일 때도 있었고, 빵점도 안 나오는 비겁하고 치사한 날들도 있었습니다.

나이별로 시를 고르면서 그 나이 때의 작가님을 떠올려보았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에게 가장 찬란했던 나이, 돌아가고 싶은 나이, 또는 후회되는 나이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돌아가고 싶은 나이는 없습니다. 한번 살았으면 되었다고 생각하며 삽니다. 또 그 나이를 살아가라고 하면 절대 그 나이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끝까지 버틸 것입니다. 후회되는 나이도 없습니다.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저는 늘 지금이 좋습니다. 저는 늘 지금 괴롭지요. 지금 늘 좋고, 지금이 싫습니다. 제 삶은 늘 '지금'입니다. 지난날들이 좋았든 싫었든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언제 행복이 충분하다고 느끼시나요?

솔직히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어찌나 행복할 때가 많았는지,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들은 지나가고, 지나가고 다 지나가고 지나간 것들은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습니다. 어떤 날엔 진짜 시를 잘 썼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마음에 든 시를 쓰고, 나 자신에게 무한정 너그러워집니다. 그러나 그것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또 다른 욕심이 생기지요. 지금의 내 삶으로 충분하다고 느낄 때는 어떤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가령 오늘 아침처럼 강변 풀밭에서 바람 소리가 들릴 때, 내가 바람에 쏠리는 풀잎들을 바라볼 때 내 삶은 행복으로 충만해집니다. 슬픔으로 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있을 때 말이죠.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에서 '세상이 너무 빨리, 너무 높이, 너무 멀리 달아납니다. 나는 천천히 가렵니다'라고 하셨는데요. 남들보다 늦어지고 뒤처질까 불안해하지 않으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저는 태어나 자란 곳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갈 사람들 다 가고 나는 뒤에 남아 쉬엄쉬엄 가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사는 대로 생각하지만 나는 생각한 대로 살고 싶었지요. 일찍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기 때문에 되고 싶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냥 내가 태어나 자란 곳에서 길가에 피어 있는 풀꽃들 보며 천천히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렇게 되었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잘살게 되었습니다. 제가 잘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시를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작가님을 만든 인생 시는 어떤 시이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100년을 산 당신에게 선물한 「그러면」이란 시입니다.


바람 부는 나무 아래 서서

오래오래 나무를 올려다봅니다

반짝이는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

그러면

당신은 언제나 오나요


세월도 나이도 그 어떤 것도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기다리는 것이 온다고 할지라도 온 것은 가고 우리는 또 무엇인가를 기다릴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시간에 바람 부는 나무 아래 서서 나무를 올려다본다는 그것이 제게는 아름다운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고, 우리가 기다리는 것이 죽음일지라도 우리는 바람 부는 나무 아래 서서 나뭇잎을 바라봅니다. 나뭇잎이 부딪치는 바람 소리를 들을 겁니다.



*김용택

1948년 전라북도 임실에서 태어났다. 순창농고를 졸업하고 임실 덕치초등학교 교사가 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썼더니, 어느 날 시를 쓰고 있었다. 1982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의 글 속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등장하고 있으며 어김없이 그들은 글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년퇴직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시골 마을과 자연을 소재로 소박한 감동이 묻어나는 시와 산문들을 쓰고 있다. 윤동주문학대상,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
김용택 저
테라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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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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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1948년 전라북도 임실에서 태어났다. 순창농고를 졸업하고 임실 덕치초등학교 교사가 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썼더니, 어느 날 시를 쓰고 있었다. 1982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의 글 속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등장하고 있으며 어김없이 그들은 글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년퇴직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시골 마을과 자연을 소재로 소박한 감동이 묻어나는 시와 산문들을 쓰고 있다. 윤동주문학대상,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섬진강』, 『맑은 날』, 『꽃산 가는 길』, 『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나무』,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울고 들어온 너에게』 등이 있고,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전8권), 『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 시』,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 등 산문집 다수와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 모음집 『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이 있다. 그 외 『콩, 너는 죽었다』 등 여러 동시집과 시 모음집 『시가 내게로 왔다』(전5권),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그림책 『할머니 집에 가는 길』, 『나는 애벌레랑 잤습니다』, 『사랑』 등 많은 저서가 있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평생 살았으면, 했는데 용케 그렇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과분하게 사랑받았다고 생각하여 고맙고 부끄럽고, 또 잘 살려고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