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고령 산모의 비율은 2010년 17.1%에서 10년 새 두 배인 35%가 됐다. 40세 이상 산모도 2009년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고령 임신과 출산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시대가 됐다.
『노산이어도 괜찮아!』는 미국 연수를 떠났다가 마흔둘에 계획에 없던 셋째를 낳고 하루아침에 전업맘이 된 전직 아나운서와 남편이자 강남차병원 난임 전문의가 함께 집필한 늦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 대한 기록이자 부모로서의 성장담이다. 급속도로 늘고 있는 고령 임신, 노산으로 걱정이 많은 예비 엄마들과 난임 부부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세 번째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노산이어도 괜찮아!』 집필 동기가 궁금합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셋째 임신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충격이 컸어요. 계획한 임신이 아니었거든요. 분명 임신은 축복이고 감사할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닥칠 문제에 대한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노산모로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부터 어떻게 키울 것인가까지... 실제로 임신 열 달 동안 입덧에 당뇨에 별의별 일을 다 겪었어요. 출산 후 얻게 된 잔병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코로나라는 악재까지 겹친 덕분에 꼼짝없이 집에 갇혀 그야말로 독박 육아를 해야 했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간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데에서 오는 좌절감, 온종일 아이를 재우고 어르는 데서 오는 육체적·정신적 피로함 때문에 우울감이 쌓여갔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괴로운 감정들이 책을 쓰기 시작한 동기가 되었어요. 힘들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글을 썼고, 그것들이 모여 책이 되었으니까요. 혹자는 남들 다 하는 육아가 뭐 그리 힘들다고 유난이냐 하실지 모르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는 모든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모성은 아름다운 것으로만 묘사되고 엄마들의 수고가 당연시되는 사회적 시선에도 반기를 들고 싶었고요. 무엇보다 저처럼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엄마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가이드 형태의 임신·출산 관련 도서와 다른 느낌입니다.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집필하셨나요? 특히 강남차병원 이희준 교수님의 참여가 눈에 띕니다.
의학적 정보를 나열한 백과사전식의 임신·출산 가이드북도 예비 부모들에게는 유용합니다. 저도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그와 같은 책을 사 본 경험이 있으니까요. 『노산이어도 괜찮아!』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형식과는 다르게 임신 주 수별 실제 경험을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특히, 고령 산모로서 받아야 했던 추가 검사를 비롯해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까지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또한, 임신·출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신생아를 키우며 겪는 여러 고충에 관해서도 이야기했기 때문에 공감할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해요. 여성과 엄마라는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서 오는 혼란, 또 아이를 키우며 으레 고민하게 마련인 교육에 대한 고민까지 꾸밈없이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제 이야기가 단지 개인적 경험담에 비칠까 봐 에피소드별로 산부인과 전문의 이희준 교수의 의학 지식을 함께 실어 객관성과 정보성을 더했습니다. 이희준 교수는 현재 차의과대학교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난임센터 전문의로, 저와는 한이불을 덮고 지낸 지 올해로 15년이 됩니다.
저는 남편이 의대생일 때부터 인턴, 전공의, 전임의 전 과정을 거치는 동안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으로 그가 누구보다 의사로서의 책임감과 환자에 대한 애정이 큰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남편이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인다면 그건 환자가 임신에 성공했기 때문일 정도니까요. 평소 남편이 산부인과 전문의라 주변 사람들로부터 임신·출산에 대한 문의를 종종 받아왔는데, 책을 내는 김에 남편의 전문적 지식을 함께 담아 보면 어떨까 싶어 제안했고 남편이 흔쾌히 받아 준 덕분에 부부가 공저자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국회방송 메인 앵커, 책 프로그램 진행, 칼럼니스트 등 워킹맘의 대표격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셋째를 낳고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을 것 같아요.
셋째가 태어나기 전까지 저는 워킹맘이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일을 계속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첫째를 낳고 7년 반을 친정에서 살았기에 일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둘째도 낳았고요. 친정 엄마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예요. 이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마음 놓고 일에 매진할 수 있겠다 싶을 때 셋째가 찾아왔어요. 계획에도 없었고 예상도 못 한 일이었죠. 셋째는 제힘으로 키워보겠다고 마음먹고 하던 일을 모든 내려놓은 채 육아에만 매진했는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더라고요. 몸이 힘든 것보다 정신적인 괴로움이 컸어요. 다시 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에 대한 원망까지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글을 쓰는 게 위안이 많이 되었습니다.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글로 남기며 스스로를 객관화시키고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요. 결국, 이 책은 저를 위한 책이기도 한 셈입니다.
초산도 아닌데 뭐가 그리 힘드냐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흔히 셋째는 발로 키운다고들 하는데 제게는 마치 첫 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첫째, 둘째를 낳고 각각 3개월을 쉬고 바로 복직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친정 엄마가 키워주신 것이나 다름없었거든요. 아이를 두고 일하러 갈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솔직히 몸은 편했습니다. 신생아를 온종일 키우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그때는 미처 몰랐어요.
셋째를 낳고 하루 24시간 아이와 단둘이 붙어 지내며 육아가 이렇게 힘들구나, 깨달았습니다. 또 초산이 아니다 보니 이전 경험과 비교하게 되는데, 20대 30대의 임신·출산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회복도 더디고 후유증도 생기고요.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신 고령 산모들이 계신다면 부디 관리 잘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라는 당부 드립니다. 엄마가 건강한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현재 노산 엄마들의 마음이기도 할 텐데요. 임신 기간 중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아이 건강에 대한 것이었지요. 본문에서도 밝혔지만, 이전 임신과는 다른 증상들이 많았어요. 입덧이나 당뇨가 대표적이었고, 각종 검사에서 이상 수치가 발견되기도 했고요. 이전에는 없던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했고, 나이 탓인가 싶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요즘 엄마들은 정보력도 빠르고 활발한 사회생활로 아이들 교육에도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작가님도 이 책 3장에 영어 유치원에 대해 언급하셨는데요. 미국에서 아이들 교육도 해보셨을 테니 비교 분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느낀 점과 몇 가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모든 부모가 아이가 어릴 때는 그저 건강했으면 바랍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점점 욕심이 커지게 되지요. 하다못해 또래 아이보다 뒤집기나 배밀이만 늦어도 조바심을 내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다 아이가 만 2~3세가 되면 교육 기관에 보내게 되는데, 이때 영어 유치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일찍부터 영어를 모국어처럼 습득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영어 유치원을 다녔다고 해서 모국어처럼 영어를 말하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가족들이 한국어를 쓰는 데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자연스레 한국어만 쓰게 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자칫하면 모국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영어도 잘하지 못하는 ‘0개국어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쓴 책 『우리 아이의 읽기 쓰기 말하기』에서 밝혔듯,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모국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선택은 부모님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습니다.
노산 엄마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임신·출산은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임과 동시에 고난입니다. 육아의 모든 순간 역시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지요. ‘아기가 제일 예쁜 순간은 잠들었을 때’라는 말이 괜한 우스갯소리가 아닌 까닭입니다. 특히, 고령 산모들은 배로 힘이 듭니다. 다시 임신하게 된다면 무엇보다 제 건강부터 챙길 것 같아요. 좋은 음식도 골라 먹고, 영양제도 잊지 않고요. 요가, 스트레칭 같은 운동도 챙겨서 출산 후 여기저기 못쓰게 되는 일도 예방할 것 같아요. 무조건 건강하시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출간 이후 강연 등 계획된 일정들을 소화하는 것이 가장 가까운 계획이고요. 또, 현재 맡은 여성 건강 기능 식품 LKB 홍보 담당자로서 여성, 특히 임신과 출산을 앞둔 분들을 위한 영양제를 만들고 알리는 일에 매진하려 합니다. 세 번의 출산이 결국 제 경력이 된 것을 보면 독박 육아 시간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힘들더라도 조금만 견디면 좋은 날이 올 거예요.
*김보영 중앙대학교 신문방송 대학원을 졸업하고 13년간 국회방송(NATV)에서 앵커로, 책 프로그램 진행자로, 워킹맘으로 치열하게 살다가 남편의 연구년에 맞춰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2년간 방문연구원으로 일했다. 낯선 땅에서 나이 마흔둘에 셋째를 낳고 초보 엄마나 다름없이 아이를 키우다 이대로는 마음이 산산조각 날 것 같아 ‘노산, 그 어려움’에 관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희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차의과대학교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난임센터 교수로 근무하며 시험관아기시술, 배란장애, 습관성유산 등 난임 분야를 진료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산부인과 교환 교수로 2년간 있었으며, 활발한 연구활동을 통해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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