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별세한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마지막 육필 원고가 담긴 인문 에세이 『눈물 한 방울』이 출간됐다. 이 책에는 이어령이 2019년 11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삶을 반추하고 죽음을 독대하며 써 내려간 미공개 육필 원고가 실렸다. 지난 6월 28일 서울 정동에서 고 이어령의 유족들이 참석한 『눈물 한 방울』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자리에는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강무 백석대 교수, 고세규 김영사 대표가 참석했다.
제목은 눈물 한 방울이다
『눈물 한 방울』은 고 이어령이 마지막 순간에 책으로 묶이길 원했던 원고다. 이어령은 지난 1월 3일, 새해 시무식을 마치고 오랜 지인에게 “이 노트는 내가 사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원한다면 이 노트를 책으로 만들어보라”며 “그림도 재미난 것들 몇 개를 본문에 써보라. 제목은 눈물 한 방울이다. 내가 ‘눈물 한 방울’에 대해 말한 인터뷰가 있으니 비교 정리해서 서문에 실어달라”고 말했다.
당시 이어령은 발목과 발이 많이 부은 상태였다. 이어령은 “마지막 동행자들이 인연 있는 사람들이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수천수만의 사람을 만나도, 죽음 직전에 만난 사람들이 인연 있는 사람들이다. 같은 가족이라 해도 명이 끊어질 때 같이 있는 사람이 또 더 깊은 인연이다. 염치 챙기지 말고 대시해서 작업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노트를 김영사 출판사에 전했다. 이후 세 차례 방문, 전화, 이메일 등으로 편집과 디자인을 진행했고 지난 6월 30일, 『눈물 한 방울』이 독자들에게 발표됐다.
『눈물 한 방울』에는 이어령이 2019년 10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쓴 수필과 시 110편이 실렸다. 고인이 군청색 양장본 대학 노트에 쓴 147편의 글 중에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추억부터 가장 작아서 가장 큰 가치 ‘눈물 한 방울’, 병마와 싸우면서 가슴에 묻어두었던 절규까지, 끝까지 펜을 놓지 않고 생명과 죽음을 성찰한 이어령의 마지막 이야기가 담겼다.
“지금까지 나는 의미만을 찾아다녔다. 아무 의미도 없는 의미의 바탕을 보지 못했다. 겨우겨우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의미 없는 생명의 바탕을 보게 된다. 달과 별들이 사라지는 것과 문자와 그림들이 소멸하는 것을 이제야 본다. 의미의 거미줄에서 벗어난다.” _(38쪽)
“아주 사소한 것들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에게 그 재앙은 너무 큽니다. 큰 욕심, 엄청난 것 탐하지 않고 그저 새벽 바람에도 심호흡하고 감사해 하는 저 많은 사람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거기에 제 눈물도요. 그들은 눈물이라도 솔직히 흘릴 줄 알지만, 저는 눈물이 부끄러워 울지도 못해요.” _(121쪽)
이어령 전 장관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육필 원고를 보면 사람의 건강 상태가 보인다. (마우스) 더블 클릭이 안 되어 컴퓨터로 글을 못 써서 할 수 없이 노트를 썼다. 글을 읽어 보면 혼자 저승으로 가야 하는 인간의 외로움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아버님은 죽음 직전까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을 강조했다. 남겨진 그림을 보니 아버님이 어린아이로 돌아가서 동화책을 쓴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령의 유족은 책에 실리지 않은 37편의 글을 비롯해 다른 노트에 남긴 단상들을 별도의 책으로 발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 2월 이어령의 1주기에는 영인문학관 서재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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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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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