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초보 부모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
양육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를 ‘주기’, ‘다듬기’, ‘관리하기’로 나누어 보았는데요. ‘주기’란 아이에게 정서적 영양분을 공급하는 과정이고, ‘다듬기’란 식물에 적절한 가지치기를 하듯 아이가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과정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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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느라 함께 있는 시간이 적은데 애착에 문제는 없을까? 말이 늦은 편인데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고집부리고 떼쓰는 아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아이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할 수 있을까? 어린이집에만 가려고 하면 울고불고 하는데 계속 보내야 할까? 

아이에 관해 궁금하고 걱정스러운 것이 있을 때 부모들은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하고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며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려 애쓴다. 하지만 육아 선배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이나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의 족집게 해법이 우리 아이에는 딱 맞지 않아 답답함을 느낀다. 왜 우리 아이에게 딱 맞는 정답은 없을까?

심리, 정서, 행동 문제를 겪고 있는 소아와 청소년을 진료해온 서울대학교 소아정신과 전문의 최치현 교수는 인터넷 속 육아 정보들이나 선배들의 경험, 특정 사례를 기반으로 한 전문가의 조언이 내 아이에게 반드시 통하지 않는 이유를 『우리 아이 왜 그럴까』에서 밝힌다. ‘발달 과정’과 이에 기초한 ‘양육 원칙’이라는 큰 틀을 모르면 헤맬 수밖에 없다는 것. 저자는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마음가짐은 아이에 대한 ‘근거 있는 이해’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부모의 걱정과 불안, 궁금증을 풀어주고 건강한 양육의 방향을 안내하는 최치현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아이 왜 그럴까』는 어떤 책인가요?

아이와 가장 가까운 존재인 부모가 양육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입니다. 곳곳에 육아 정보가 넘쳐나지만 어떤 정보가 자신과 아이에게 맞는지, 어떻게 일상에서 활용해나갈지에 대해서 많은 부모가 혼란스러워 합니다.  

그래서 예비 부모, 초보 부모가 꼭 알았으면 하는 발달 이론과 양육 원칙을 쉽게 풀어썼어요. 0세부터 3세까지의 아이가 정서적, 인지적으로 어떻게 자라고 세상을 배워나가는지를 이야기하고 이에 맞게 아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실용적인 방법은 물론 애착이 잘 형성되어 있는지 알아보는 법, 어린이집에 보내는 최적의 시기, 훈육의 정의와 원칙 등 부모라면 한번쯤 고민해보았을 부분들도 다루었습니다. 

맘카페, 유튜브, SNS, TV 프로그램 등 많은 육아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내 아이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부모와 아이의 고유한 특성을 무시한 채, 다른 사람이 하라는 방법만을 따라 했기 때문입니다. 양육은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는 정해진 순서도를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각각 다른 성장 환경과 기질을 가진 아이들 저마다의 속도로 자랍니다. 어떤 아이는 외부 자극에 민감하고, 어떤 아이는 외향적이고, 어떤 아이는 말문이 일찍 트이고, 어떤 아이는 걸음마를 느리게 배우기도 해요. 첫째 아이를 길러보았으니 둘째는 수월할 것이라는 부모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큰 원칙 안에서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창의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따라서 발달 이론과 양육 원칙을 먼저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유와 목적을 알지 못한 채 방법과 기술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24월에서 36개월 이후부터 훈육해야 합니다’, ‘아이가 떼를 심하게 쓸 때는 손을 꼭 잡아주세요’라는 말은 많이 들어본 조언일 겁니다. 다만 그 이유와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24개월 전까지는 아이의 행동을 무조건 허용하거나, 아이가 떼를 쓸 때 무서운 표정을 하면서 손만 잡고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만약 이 책을 통해 제시된 방법의 이유와 목적까지 알게 된다면, 부모는 육아 정보를 올바르고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발달 이론을 부모가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셨는데요. 정말로 육아에 도움이 될까요?

물론입니다. 아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아이에게 맞는 올바른 육아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이해하는 틀이 바로 발달 이론입니다. 실제로 소아정신과 의사, 육아 전문가 들도 부모와 상담할 때 모두 발달 이론을 기초로 다양한 아이를 이해하고 해석합니다. 사실 발달 이론이란 아이의 모습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도구입니다. 아이가 연령에 따라 언어, 인지, 사회, 심리 발달이 어떤지를 알려주는 것이지요. 매일 보는 내 아이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기에,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전혀 아닙니다. 따라서 발달 이론을 이해한 부모라면 실전에서도 전문가처럼 상황을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일 하느라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할 수 없는 경우, 많은 부모가 아이와의 애착 관계를 걱정합니다. 문제가 없을까요?

맞벌이 부부, 주말 부부, 한 부모 가족 등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은 정말로 많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에게 애착의 문제가 생기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애착 관계에서 ‘양보다는 질’, ‘완벽함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애착 관계의 핵심은 신뢰감과 안정감입니다. 그리고 신뢰감과 안정감은 밀도 높게 그리고 일관성 있게 아이와 관계를 맺은 부모 누구나 아이에게 줄 수 있습니다. 24시간 아이와 함께 있다고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그 순간을 오롯이 아이와 함께한다면, 아이는 부모에게서 안정감과 신뢰감을 충분히 느낍니다.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그러면 괜찮습니다.



훈육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견해가 다양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어려움을 느끼는데요. 훈육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훈육을 시작하는 시기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24~36개월부터 훈육을 시작하라고 말합니다. 아마도 24~36개월이 되어야 아이가 부모의 지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에 24~36개월을 훈육 시작 시기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24~36개월부터 훈육을 시작해야 한다'라는 말을 많은 부모가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정 시기를 기준으로 ‘그전까지는 훈육이 불가능한 시기, 그 이후에는 무조건 훈육을 해야 하는 시기’와 같이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기 쉽기 때문이죠. 

사실 훈육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시기를 딱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훈육은 ‘옳고 그름’, ‘참고 기다리는 법’,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의 과정’으로 언제나 하는 겁니다. 아이가 어리다고 교육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요.

다만 아이 나이에 따라 훈육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12~24개월 미만 아이에게는 긴 설명은 필요 없고 부모가 정한 것을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알려주면 됩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언어 이해 능력이 늘어나면 언어로 훈육하고, 아이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면 부모는 아이와 함께 고민하면 됩니다. 즉, 부모가 명확한 ‘한계와 기준’을 세우되, 교육의 전달 방식이 아이가 커감에 따라 ‘부모 주도’에서 ‘아이 주도’로 천천히 넘어간다는 큰 틀을 이해해야 합니다. 

아이 기르는 일을 식물 기르기에 빗대어 설명하셨어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우선 식물을 기르는 일을 머릿속으로 그려 볼까요? 베란다든 텃밭이든 식물이 잘 자라려면 우선 시기와 상황에 맞게 적당량의 물과 양분을 줘야 합니다. 그리고 식물이 보통 이상으로 너무 많이 자라 연약해지지 않도록 곁가지 일부를 다듬어야 하지요. 뿐만 아니라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관리하기’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양육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를 ‘주기’, ‘다듬기’, ‘관리하기’로 나누어 보았는데요. ‘주기’란 아이에게 정서적 영양분을 공급하는 과정이고, ‘다듬기’란 식물에 적절한 가지치기를 하듯 아이가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과정입니다. ‘관리하기’란 식물에 온도를 적절하게 맞추고 성장에 방해가 되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처럼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과정을 말합니다. 모든 양육 방법은 결국 이 세 가지로 수렴된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초보 부모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말씀부탁드립니다.

처음부터 부모로 태어난 사람은 없기에, 부모로 살아가는 일은 설레지만 낯설고 조금은 겁이 나는 경험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겠다는 마음과 다르게 하루하루가 벅찰 수도 있고 부모로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자라며 자기만의 꽃을 피울 테니까요. 

‘우리 아이는 왜 그럴까?’를 고민하고, 자신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종종 되돌아본다면 누구나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라는 이해 속에서 아이를 바라봐주세요. 아이에 대해 조금씩 배워나간다는 자세로, 완벽함보다 꾸준함으로, 여러분의 아이와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최치현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정신과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거쳤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운영하는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 행동, 정서 문제를 겪고 있는 소아와 청소년을 진료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서울소방심리지원단 부단장으로 일하며 소방공무원의 심리 치료도 지원하고 있으며 정신건강센터, 교육청 등 공공기관에서 부모를 대상으로 다양한 주제의 양육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공저로 《팩트체크, 아이 정신건강》, 《청소년을 위한 공격성 및 분노 조절 프로그램》이 있으며, 공역으로 《두근두근 불안불안》이 있다. 
이 책은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발달 과정’과 이를 응용한 3가지 양육 방법(주기, 다듬기, 관리하기)을 고 명쾌하게 설명해 초보 부모가 ‘건강한 양육’에 자신감을 갖도록 돕는다.



우리 아이 왜 그럴까
우리 아이 왜 그럴까
최치현 저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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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