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김수영, 「봄밤」 중에서
인터뷰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달에는 <릿터> 2021년 6/7월호에 실린 김초희 영화감독의 인터뷰가 마음에 남았다. 창작자로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찍은 그는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김수영의 시 「봄밤」을 필사한다고 했다. 그 중 한 구절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는 마치 등장인물 찬실이가 하는 말처럼 들렸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영화 프로듀서로 오래 일하다 감독이 사망하여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찬실의 이야기다. 영화라는 꿈을 좇아 성실히 달려왔지만 그에게 남는 것은 나이는 많고 돈도 없는 누가 봐도 박복한 처지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처지의 찬실을 연민하지도 몰아세우지도 않고 가만히 지켜본다. 결국, 찬실은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희망을 찾아간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서 찬실은 이렇게 말한다.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에요.”
어찌 보면 어느 쪽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사다. 그래서 찬실은 꿈을 이루겠다는 걸까, 꿈을 포기한다는 걸까. 영화를 볼 때는 찬실이 꿈을 내려놓았다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김초희 감독의 인터뷰에서 이 대사를 다시 마주했을 때, 나는 이 문장을 두 가지 방식으로 읽게 됐다.
하나는 무언가를 채우려는 갈망이 행복을 해칠 수도 있으므로, 그것에서 빠져나와 적당한 거리에서 과거의 꿈을 바라봐야 할 때도 있다는 것. 우리는 불안하고 서두는 마음에 좋아하는 것을 미워하거나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런 조급한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고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현재 행복하지 않더라도, 그건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찾고 있기 때문에 불안하다면, 그건 소중히 여겨도 되는 마음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애가 타고 목이 마르더라도, 그게 꿈이 아닌 건 아니다. 꿈을 찾아서 달리는 도중 지쳐서 주저앉은 사람에게 찬실이의 이 대사는 조용히 알려주는 것 같다. 당신은 꿈을 향해 가는 도중이라고. 그 길은 어쩌면 당신을 불행에 빠뜨리지만, 그래도 가볼 만한 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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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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