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이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 효과를 톡톡히 봤죠"
한 마디로 ‘즐겁게 노는 그림책’이에요. 저는 이 책이 아이들한테 재밌는 놀잇감으로 쓰이는 데에 큰 보람을 가지고 있어요. 무슨 개념이다, 장르다 이런 분류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재미를 먼저 꼽아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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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멀뚱멀뚱 보던 아이가 점점 눈이 휘둥그레진다. 빙그레 웃더니 제 손바닥을 책장에 가져다 대보면서 깔깔깔 좋아한다. 그림책 『손바닥 상어』 첫인상이다. 손바닥 찍기 놀이는 흔한 놀이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바닷속 이야기를 찾아내는 건 결코 흔한 놀이가 아니다. 그건 좀 다른 차원이다. 다른 차원이어야 별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제목은 『손바닥 상어』인데, 상어 말고도 바다생물들이 수두룩하다. 산호 숲엔 꽃게, 해마, 해룡이 보이고 파랑돔, 나비고기, 에인절피시, 흰동가리 같은 열대어를 지나면 오징어, 가오리, 곰치, 대왕문어가 보인다. 바다 깊이 더 내려가니까 초롱아귀, 풍선장어, 흡혈오징어가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는 커다란 대왕고래까지 미끼 물린 듯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나같이 손바닥 꼴이라니. 별난 책 맞다. 이렇게 눈에 띄는 그림책을 누가 만들었을까? 그 호기심의 진원지를 찾아서 유제이 저자에게 책 밖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손바닥 상어』 그림책 장르는 뭐라고 정의할까요? 

한 마디로 ‘즐겁게 노는 그림책’이에요. 저는 이 책이 아이들한테 재밌는 놀잇감으로 쓰이는 데에 큰 보람을 가지고 있어요. 무슨 개념이다, 장르다 이런 분류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재미를 먼저 꼽아요. 아무리 몸에 좋다 해도 쓴 약을 아이한테 바로 먹이기는 어렵잖아요. 그럴 땐 새콤달콤한 향과 입안 가득 사르르 느낌이 나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해요. 이 세심한 맛을 ‘재미’라고 말하고 싶어요. 웬만한 아이들은 천재 DNA가 넘쳐나서 단박에 재미의 정체를 알아차리거든요. 그래서 그냥 ‘즐겁게 노는 그림책’으로 불러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림 기법 중에서도 독특한 손바닥 찍기 놀이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손바닥 놀이 그림책을 만드신 배경과 비결은 무엇인가요?  

손을 가지고 하는 놀이는 가장 원초의 행동일 거예요. 『손바닥 상어』는 미술 표현을 모티브로 하지만, 대개는 어릴 적부터 흙장난, 모래놀이, 가위바위보 같은 놀이를 즐기면서 자라잖아요. 손은 신체 놀이 중에서도 가장 친밀해요. 오래전에 손바닥 그림을 본떠 『손바닥 동물원』 그림책을 처음 만들었어요. 그때는 기본 형태에 초점을 맞추고, 간단한 표현 위주였어요. 이번 『손바닥 상어』에서는 이야기 상황에 어울리는 속도감이나 동작, 캐릭터의 개성 표현에 공을 들였어요. 바닷속 움직임도 같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바다 깊은 층으로 내려갈수록 더 짙은 색감으로 운동성을 나타냈지요. 


본문 장면(훨씬 사나운 놈)

그림책에 나오는 바다생물들을 모두 별명을 지어 불렀어요. 예를 들어, 해마를 ‘하트 뿅 친구’라고 부르고, 백상아리를 ‘훨씬 사나운 놈’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엉뚱하면서도 웃긴 이름들이 많은데 어떤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바닷속에는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생물이 살아요. 처음 보는 생물들이 계속 나타나서 정식 이름이 붙여질 생명체들도 엄청날 거예요. 저는 그냥 어린 ‘아리 삼총사’의 눈으로 바닷속을 들여다봤어요. 실제 이름은 당연히 모르고요. 다만, 맞닥뜨리는 물고기마다 첫인상이 또렷이 남겠더라고요. 색깔, 생김새, 크기, 성질 따위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첫인상을 이름으로 불렀어요. 수컷이 알을 품는 해마를 보면, 왠지 사이가 좋을 것 같으니까, ‘하트 뿅 친구’고, 백상아리는 힘센 싸움꾼이니까 ‘훨씬 사나운 놈’이 되더라고요. 다 그런 식으로 이름을 지었어요. 아이들한텐 그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실제 이름이 궁금한 아이들에겐 책 끄트머리에 서로 비교해보는 또 다른 재미도 살짝 꾸며 놓았지요.    


본문 장면 (진흙탕 괴물선장)

그림책 작업을 하면서 뜻밖의 에피소드는 없나요?

물론 있어요. 중간 즈음에 대왕문어와 곰치가 나오는 장면이에요. 마무리 교정을 보는데 곰치가 안 보이는 거예요. 어디 갔지? 캐릭터 설정 작업할 때는 손도장을 쿡쿡 눌러 찍어서 만든 곰치가 있었거든요. 수정 작업을 되풀이하면서 책 밖으로 탈출해버렸나 봐요. 하하. 그림작가랑 상의해서 곰치를 넣기로 했어요. 문어와 곰치는 둘 다 으슥한 곳을 좋아하긴 해요. 하지만 곰치가 ‘진흙탕 괴물 선장’ 노릇을 하는 대왕문어의 ‘빼꼼이 부하’ 신세가 될 줄은 처음엔 몰랐어요.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소재, 이야기, 기법들이 굉장히 풍부해졌어요. 이름난 세계 그림책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작품들도 많이 나오잖아요. 그림책의 쓸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큰애가 어릴 적에 자라면서 그림책 효과를 톡톡히 봤어요. 한글도 그림책으로 척척 떼고, 또래보다 언어 표현력이 남달라서 깜짝 놀랐어요. 그림책에 들어있는 놀라운 마력을 새삼 깨달았어요. 괜찮은 그림책에는 이야기가 빚어내는 세계가 촘촘히 응축되어 있어요. 여러 샛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기도 해요. 그래서 그림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림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신비한 곳에 가 닿을 수 있어요. 그곳엔 없는 게 없어요. 아예 불가능이란 말이 존재하지 않는 마법의 장소지요. ‘상상 연못’이랄까요. 제가 『손바닥 공룡』에 이어 『손바닥 상어』를 쓰는 이유도 어쩌면 그림 너머에 있는 ‘상상 연못’으로 가려는 마음일지 몰라요. 이렇게 판타지 요소가 있는 그림책은 아주 놀라운 곳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지요. 그러니 모두 그림책 속에서 자신만의 색다른 세상을 그려가는 ‘마법의 주인공’이 되길 바랄게요. ‘상상 연못’은  아무나 첨벙 빠지는 사람이 주인이니깐요.  

다음 그림책에 대한 작업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손바닥 상어』에 이어 <손바닥 정글>을 만들고 있어요. 아리 삼총사가 야생 정글에서 겪는 모험담이에요. 전설의 정글 동물과 한바탕 판타지가 어울려 더 엉뚱한 손바닥 캐릭터를 만들어내려고 해요. 새봄에는 정체를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천성이 새로운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가 봐요. 낯설고 새로운 그림책도 몇 권 더 선보일 거예요.    


오랫동안 어린이 교육콘텐츠 현장에서 일하셨다고 하셨어요. 특별한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계획도 말씀해 주세요.

지금껏 기록적인 판매를 자랑하는 ‘과학학습만화 why?’ 초대박 사고(?)를 잊을 수 없겠네요. why?시리즈는 처음에 13권으로 완간했어요. 잘 팔리지도 않았고요. 그걸 다시 방송 판매로 물꼬를 터서 초대박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놓았지요.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요. 잘나갈 때 ‘WHY?시리즈 캐치프레이즈’ 아시나요? ‘WHY 보고 교과서 보고, 교과서 보고 WHY? 보고!’ 이 문구도 제가 썼어요. 2004년부터 벌어진 엉뚱한 사건이에요. 정말로 즐겁고 짜릿한 시간을 맛봤어요. 앞으로 아이들한테 진짜 재밌다고 칭찬받는 ‘즐거운 교육콘텐츠’를 만들 거예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그 ‘재미와 즐거움’을 기꺼이 나누고 싶어요.      


*유제이 

오랫동안 어린이 교육콘텐츠 현장에서 일했다. 과학학습만화 ‘WHY?’를 방송 판매로 대박을 터트렸다.   ‘WHY?’시리즈에 처음 ‘교과 연계표’ 마케팅을 펼쳐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림책 <손바닥 공룡>, 『손바닥 상어』를 썼고, 또 다른 이야기를 짓고 있다.   다 커서도 어린이 그림책과 교육만화를 좋아한다.  새로운 감성을 깨치는 어린이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손바닥 상어
손바닥 상어
유제이 글 | 한태희 그림
리틀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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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