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시우가 두 번째 장편소설 『과외활동』으로 돌아왔다. 『과외활동』은 천재 미소녀와 왕따 꼴찌 콤비가 찰떡 궁합을 선보이는 청춘 스릴러물로, 액션 묘사에 능한 작가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속도감 넘치는 작품이다. 책을 읽은 독자들로부터 ‘단숨에 읽었다. 이 책은 끊지 말고 한 번에 읽어야 재밌는 것 같다’, ‘속도감이 있어 시간이 훌쩍 지난 기분이 들었다’, ‘전교 1등과 꼴찌의 조합이 로맨틱코미디가 아닌 액션 스릴러 조합인 게 신선하다’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이계리 판타지아』에 이어 두 번째 장편소설로 돌아오셨네요. 아직 신작을 접하지 못한 독자분들을 위해서, 작가님께서 작품을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극단적으로 모든 게 다른 두 명의 청소년이 우연한 계기로 만나 서로 협력해 거대한 악과 맞서는 내용의 스릴러물입니다. 한 명은 어린 나이에 인생의 나락에 떨어진 아이고 나머지 한 명은 문자 그대로 전능한 기계 장치의 신(Deus ex machina)과 같은 아이입니다. 일단 한자리에 모아 놓으면 엄청난 화학작용이 나올 인물 두 명을 비일상적인 상황에 던져놓고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한번 지켜보자 하는 마음으로 썼던 글이에요. 어찌 되었건 많은 분이 기대했던 것처럼 발랄한 청소년 로맨스물 같은 게 나올 거로 생각했었거든요?(제 글이니 조금은 어두운 요소가 섞였을지라도 말이죠.)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영 다른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더라고요. 그 결과가 본작 『과외활동』입니다.
이 작품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속도와 스릴이 그대로 느껴지는 매력이 있어요. 특히 이영이 도심에서 시속 160Km로 벌이는 역주행 오토바이 액션신이 압권이죠. 어떤 독자분께서 작가님께서 경험하신 바가 없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장면이라고까지 하시던데 (웃음) 단편 「이화령」에서 느껴졌던 자전거 스릴러의 공포도 떠오르고요. 정말로 작가님께서 이런 체험이 있으신가요?
네. 평소에도 오토바이나 자전거 라이딩을 자주 즐깁니다. 가끔 서킷에서 합법적으로 오토바이가 낼 수 있는 최고속을 만끽하기도 하고요. 다행히 작중 이영 군처럼 어마무시한 범칙금을 물어야 할 수준의 반사회적인 폭주를 뛴 적은 없습니다. :) 이영 군이 역주행 활극을 펼쳤던 구간은 제가 평소에도 자주 지나다니는 경로이기도 해요. 덕분에 신호 체계라든지 도로의 교통 상황 같은 게 명확하게 그려져서 글 쓸 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화령」 같은 경우는 한참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유랑할 때 경험이 많이 반영된 이야기예요. 숙소를 무리하게 먼 곳으로 잡아 한밤중에 홀로 조명도 없는 산길, 강변길을 달리다 보면 온갖 으스스한 생각이 다 떠오르거든요.
많은 독자분들께서, 소설 속 ‘악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동호회’에 대해서 더 궁금하다고 하셨어요. 소설의 속도감을 생각할 때, 그리고 시점이 주인공 1인칭임을 감안할 때, 동호회에 대해서 더 자세히 묘사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셨을 수밖에 없기도 했을 텐데. 집필하실 때 동호회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보여 주실지, 이런 부분이 많이 고민되셨을 것 같아요.
사실 ‘동호회’에 ‘가입 당한’ 신입 회원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동호회」가 제 첫 작품입니다. 어찌 보면 『과외활동』은 거기에서 흘러나온 이야기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대로 1인칭 시점의 한계상 동호회에 대한 설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혹시라도…… 그 불쾌한 인간들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제 단편 「동호회」를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두 주인공은 단순히 설정만 보면 다소 전형적으로까지 느껴지기도 해요. 한 명은 두뇌를 담당하는 미소녀 천재 캐릭터, 한 명은 액션을 담당하는 왕따 꼴찌. 식상할 수도 있던 전형적 설정이 실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점이 신기합니다. 둘의 케미가 좋기 때문에 캐릭터의 매력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 되었지 싶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정반대의 캐릭터 설정을 하게 된 배경이라든가, 캐릭터를 만들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더불어 작중 작가님께서 가장 아끼시는 캐릭터가 있다면 누구일까요?
전형적일지라도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보면 일단 호기심이 들잖아요? 인물들이 머릿속에 그려질 듯이 명확하다면 그들의 욕망과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뒤따라오기도 하고요. 특히나 장편의 경우는 이야기의 전체적인 틀을 짜놓지 않고 개성이 강한 인물들의 행동과 사유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느낌으로 쓰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과외활동』의 주인공인 이영과 김세연은 초반부를 집필할 때와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때의 인상이 많이 바뀐 캐릭터들이기도 했어요. 생각보다 더 어두운 비밀을 간직한 친구도 있었고, 제 첫인상과는 상이하게 매우 정의로운 친구도 있었고요. 그래서 전 이영의 캐릭터가 좋더라고요. 초반부에는 냉소적이고 뒤틀린 구석이 많은 친구처럼 보였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생각보다 더 올곧고 강인한 면모를 보여 줬거든요.
이영과 김세연, 두 사람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은 아니겠죠? 앞으로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더 만나볼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이 앞으로 친구에서 더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과외활동』의 속편에 대해서 구상을 해 둔 게 있습니다. 아무래도 후속작이 나온다면 ‘동호회’ 잔당들과의 대결이 주요 이야기가 될 듯한데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들은 이영이 김세연에게 맞서 싸우는 모양새네요? 아직 어린 친구들이니 결국엔 서로 화해하고 잘 지낼 수도 있겠지만요…….
전작 『이계리 판타지아』가 한국적 색채가 가득한 어반 판타지였다면, 『과외활동』은 최신 IT 기술로 무장한 액션 스릴러물입니다. 시골 마을 이계리가 배경이었던 판타지물에서 도심을 배경으로 한 현실적인 스릴러라니, 완전히 다른 느낌의 작품이네요. 매번 이렇게 다른 장르를 색다르게 소화하시는 것, 어렵지 않으신가요? 더불어 아직 안 쓰셨는데, 써 보고 싶으신 색다른 장르가 있으시다면?
제게 장르라는 건 어떤 면에선 큰 의미가 없어요. 장르란 그저 이야기를 담아내는 하나의 틀이나 도구처럼만 느껴지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무수히 많은 장르를 그저 다른 성격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였기도 했고요. 결국엔 글을 쓸 때도 비슷한 접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러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썼는데, 쓰다 보니 그게 호러가 될 때도 있고 스릴러가 될 때도 있고 판타지가 될 때도 있는 식으로요. 또는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맨정신에 관찰하듯이 글을 쓰면 스릴러물이 될 때가 많고 술에 취해 도피하듯이 글을 쓰면 판타지가 되더라고. 마침 『이계리 판타지아』의 전작 격인 이야기를 구상하고 사료를 수집하는 중인데 구한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이건 어쩔 수 없이 ‘사극 판타지’에 가까운 글이 될 거 같아요. :)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놀랍게도 글을 쓰기 전에는 진짜로 몰랐던 건데 오직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만이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앞으로 나올 제 신간들도 부디 많이들 읽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시우 바닷가 태생. 컴퓨터와 대화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 주로 공포와 판타지 색채가 강한 작품들을 집필 중이다.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에 「이화령」 수록, 『괴이 서울』에 「금요일 밤」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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