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사는 누구시길래? 아무런 정보 없이 ‘동미’라고 적힌 책을 받아들고 한참 생각했다. 레깅스를 입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가볍게 뛰어오르는 여자.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듣고 싶은 마음을 유발하는 이 책은 어떻게 기획됐을까? 역시나 시작부터 경쾌했다. 정규영 편집자는 이동미 여행작가를 만나 여행책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베를린으로 훌쩍 떠난 작가가 남자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외쳤다. “여행은 무슨 여행. 그 남자 만난 얘기나 씁시다!”
『동미』는 오랫동안 싱글로 살던 ‘동미’가 데이팅앱으로 남자를 만나다 ‘스벤’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흔한 연애담일 수 있지만, 정규영 편집자는 원고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섬세한 고민을 발견했다. ‘잘 노는’ 동미와 달리 스벤은 ‘잘 우는’ 남자였다. 스벤이 “나의 불안은 그냥 감기처럼 찾아오는 거야”라고 말하자, 동미 역시 자기도 모르게 억누르고 있던 불안과 우울을 발견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법을 배운다. 정 편집자는 관계를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둘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동미’ 이름 두 자로 구성된 제목과 표지는 어떻게 결정된 걸까? 편집팀과 디자이너가 처음에는 에세이답게 서정적인 문장형 제목과 일러스트를 떠올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딱 들어맞지 않았다고. 누군가 “이름만 넣으면 어때?”라고 아이디어를 냈을 때만 해도, 정규영 편집자는 세련되지도 촌스럽지도 않은 이름 ‘동미’가 과연 매력적일까 생각했다. 그런데 디자이너가 펄쩍 뛰어오른 작가의 사진에 가장 촌스러운 폰트를 올리자 일제히 웃음이 터졌다고. 그렇게 베를린에서 시작된 ‘동미’의 이야기는 시차 없이 우리에게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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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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