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기억들』은 크게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한 장은 ‘낯선 기억들’이란 이름으로 〈한겨레〉에 연재했던 칼럼 글이고, 다른 한 장은 매거진 〈나·들〉에 실었던 ‘데드 레터스 혹은 두 목소리’라는 세월호 관련 글이다. 두 개의 장 사이사이로는 선생이 생전 노트에 자필로 꾹꾹 눌러 적었던 여러 편의 글이 더해졌다. ‘난세 일기’라는 말에서 자칫 어렵고 딱딱하다는 인상을 받기 쉽지만, 『낯선 기억들』 속 선생의 글은 여전히 곧고 아름답다. 이병률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서정을 비추는 등대의 불빛’ 같고 ‘우리를 붙드는 삶 속의 어떤 울림’ 같은 문장들이 읽는 내내 가슴을 뭉근하게 데운다.
‘낯선 기억들’ 장에서 선생은 어느 검사의 죽음, 사라지는 노숙자들, 백남기 농민, 촛불이 모인 광장처럼 거칠고 불편하고 힘없고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데드 레터스 혹은 두 목소리’에서는 살아 있는 엄마가 죽은 아이에게, 죽은 아이가 살아 있는 엄마에게 보내는 두 장의 편지를 대신 배달한다. 그리고 그 모든 글의 끝에서 우리는 ‘사람이 끝이면 모두가 끝이다’라고 외치는 선생을 만난다. 산 자의 모습으로 죽은 자의 모습으로 인간다움이란 마침표를 붙들고 서 있는 선생을 만난다.
『아침의 피아노』가 죽음 앞에서 바라본 삶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마음을 담은 책이고, 『이별의 푸가』가 이별의 아픔과 부재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라면, 『낯선 기억들』은 난세를 지나왔고 여전히 그 사이의 어딘가를 살아가는 중인 ‘나’, 개인으로서의 ‘나’가 아닌 수많은 ‘나’, 즉 ‘우리’에 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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