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ve Is Not Dying >은 '사랑은 죽지 않는다'라는 메시지 아래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을 노래한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그 이후, 그리고 이별. 연인뿐만이 아닌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넓은 의미의 사랑이다. 그 속에서 퍼져나가는 자신의 내면에 대한 관찰이다. 사랑의 모든 측면을 담아냈다.
국내에서 'Comethru', 'Always I' ll care'로 인기를 얻은 제레미 주커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이전보다 더 무겁고 진솔해졌다. 2017년 발매된 미니앨범 < Motions >가 경쾌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뼈대를 삼고 대중적인 선율로 팝의 형태를 완성했다면, < Love Is Not Dying >은 어쿠스틱한 느낌을 옅게 터치해 보다 차분하게 정제되어있다. 'Comethru'나 'All the kids are depressed'가 그 경계에 있는데, 이를 거쳐 도달한 < Love Is Not Dying >은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그의 음악이 결코 따로 놀지 않고 제레미 주커 자체로 통용됨을 보여준다.
탄탄하게 응집된 사운드가 음악적 완성도를 증명한다면, 진정성을 선사하는 건 노랫말이다. 담담한 멜로디로 진실된 사랑을 고백하는 'Orchid'나 짝사랑의 마음을 담아낸 'Somebody loves you'도 있지만, 결국엔 많은 것들로부터 떠나고자 한다. 상처를 주는 친구에게 'Not ur friend'라고 선언하고, 그 친구를 이미 떠나보냈지만 후련하기보단 허무한 마음을 'Full stop'으로 그려낸다. 오랫동안 놓지 못하고 뮤즈로 삼았던 전 연인 'Julia'에게 'I'm through with ya(너와는 이제 끝이야)'라고 진정한 이별을 고한다. 주체를 바꿔 'Hell or flying'은 사랑하는 이가 죽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부터 떠나길 바라는 곡이다.
솔직한 노랫말은 편곡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일렉트로닉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Not ur friend'와 바로 다음 트랙인 'Full stop'은 도입부에 'Not ur friend'의 멜로디를 차용해 과거를 회상한다. 이어서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공허함을 토로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찢어지는 기타 사운드로 허무의 감정을 날것으로 토해낸다. 'Hell or flying'의 기타 아르페지오 기법은 포크(folk)를 연상케 하지만 후렴구에서 리듬을 멈추며 고요해지기를 반복한다. 터질 듯 터지지 않은 채 끝나는 노래는 좌절에 처해 있는 친구에게 'Promise me you're done(이젠 그만할 거라 약속해줘)'이라는 간절한 애원이다.
사랑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인 만큼 누구나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보편적 주제이다. < Love Is Not Dying >은 정적이다가 뜨겁게 분출되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초연해지기를 반복하며 내밀한 마음까지 정교하게 표현한다. Love is not dying, 수많은 이별 속에서도 사랑이 죽지 않은 덕에 < Love Is Not Dying >이 탄생했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