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우원재, 뚜렷한 주관만큼 넓어진 음악적 외연

우원재 < Black Out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쇼미더머니 이후 급진적으로 달라진 삶의 순간을 짚어내며 자신의 속마음에 대한 충분한 고민으로 낳은 준수한 결과물.(2020.09.15)


< 쇼미더머니 6 >로 한국 힙합 신에 반향을 일으켰던 우원재는 대중성에 크게 개의치 않은 모습을 보여 왔다. 2017년 방송 종영 직후 발매한 '시차'를 통해 차트를 호령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 작업물들은 명백히 자기 세계에 충실하며 급하게 인지도를 좇지 않았다. 첫 미니 앨범이었던 < af > 역시 그러한 정체성의 연장에 있었으나, 가지런한 편곡과 특유의 웅얼거리는 랩의 조화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에 반해 데뷔 3년 만에 나온 첫 정규작 < Black Out >은 그러한 단점을 눈에 띄게 극복한다. 프로듀서 쿄(KHYO)가 매만진 비트는 전과 비교해 화려하고 들쭉날쭉하며, 보다 다채로운 들을 거리를 확보하여 정규작으로서의 에너지를 강하게 피력한다.

확고한 콘셉트가 돋보인다. < Black Out >은 우원재가 유명세 이후 느낀 감정의 순간들을 사진처럼 포착해 개개의 이야기로 풀어낸 복잡다단한 음반이다. 과거 자신과의 단절을 선언하기도, 성공 이후의 삶을 털어놓기도, 반성과 성찰을 담기도 하는 이 일련의 서사에는 유기성이 있다. 초반 'Black out'과 'R.I.P.'에서 '기억 안 나 나의 모습', '어제의 나는 죽었고'라며 옛 자신과 선을 긋고, 중반 재키와이(Jvcki Wai)가 피쳐링한 '칙칙폭폭 Freestyle'로 스웨그를 뽐낸 후 과감한 자기 과시의 '징기스칸'에서는 '난 안 멈추지 번식 / 스쿼트 on my bed'라는 노골적인 문장으로 쾌락적 삶을 토로한다. 각양으로 얽히고설킨 이 테마들이 혼란스러울 법도 하지만, 저마다의 분위기에 맞아떨어지는 비트와 랩 스타일을 활용한 덕에 진행 방향에 흐트러짐이 없다.

이어지는 후반부는 그러한 찰나를 거친 그가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는 대목이다. 미국 투어 중 작업했다는 'Canada'는 여타 트랙과 결이 다른 리얼 세션 기반의 편곡 위 랩이 아닌 노래를 나른하게 읊조린다. 친구 관계에 무심했던 일, 너무 '붕 떠 있던 상태'를 뉘우치며 그에게 소중했던 사소한 것을 되짚고 그게 정말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임을 깨닫는다. 고찰의 시간을 거친 래퍼는 극에 이르러 장중한 무게감의 언어를 뽑아낸다. '착한 사람이 행복하길 빌어 / 못된 사람은 안 못되길 빌어'라 사색하는 'Fever'의 마지막 벌스(Verse)는 그의 내면이 타자를 향한 설득으로 이어져 유독 짙은 잔향을 남긴다.

분명한 서사에 비해 언어 방식은 다소 함축, 추상적이어서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데에 다소 수고가 든다. 그 때문에 언뜻 흐릿한 인상을 남기기도. 그럼에도 작가적인 내용 전개와 멋진 랩을 선보인 'Used to'와 타이거 JK가 중독적인 훅을 심은 'Job'은 단일 트랙으로서도 존재감을 빛내며 음반의 생명력을 구제한다. '칙칙폭폭 Freestyle' 등에서 드러나는 전체적으로 빽빽해진 플로우도 래퍼로서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쇼미더머니 이후 급진적으로 달라진 삶의 순간을 짚어내며 자신의 속마음에 대한 충분한 고민으로 낳은 준수한 결과물. 시작부터 주관이 뚜렷했지만 이제 음악적 외연도 넓어졌다. 확실히, 보통은 아니다.



우원재 (Woo) - BLACK OUT
우원재 (Woo) - BLACK OUT
우원재
Stone Music EntertainmentAOMG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우원재 (Woo) - BLACK OUT

<우원재>11,900원(19% + 1%)

우원재, [BLACK OUT] Black out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그럼에도 인간은 선하다

전쟁, 범죄, 불평등, 동물 학대 등 오늘도 뉴스는 불편한 소식으로 가득하다. 인간 본성은 악할까? 네덜란드의 대표 언론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밀그램의 복종 실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등 기존 연구의 허점을 밝히고 인간의 선함을 입증했다.

일상을 살아가며 우주를 사랑하는 법

천문학자에게 천문학이란 어떤 의미일까. 우주의 비밀을 찾아 헤매는 천문학자도 현실은 연구실 안에서 데이터와 씨름하느라 바쁘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비정규직 행성과학자로 일상을 살아가며 우주를 사랑하는 천문학자 심채경의 첫 에세이.

가지각색 고민에 대한 요시타케 신스케의 대답

아기부터 어른까지 인생은 수많은 고민들의 연속입니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고민들에 유쾌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지쳐서 그런건지 자기 상태를 모를 때는 지친 셈 치고, 아무도 날 봐주지 않으면 큰 소리로 울어보라는 천진한 답변이 유머러스한 그림과 어우러져 깊게 다가옵니다.

생활과 가까운 언어로 전하는 공감과 위로

박솔뫼식 감각으로 선보이는 공감과 위로의 이야기. 작품의 인물들은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지만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어떤 삶에는 존재하거나 존재했을 수도 있는 또 다른 삶을, 가능성을 그린다. 한번쯤 떠올려보았을 생각과 상상이 활자가 되어 펼쳐지는, 낯설고도 친근한 세계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