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아나운서 “낭독 팟캐스트 덕분에 책 많이 읽었죠”
책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제 허한 마음을 책으로 붙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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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그런 보통의 사람들이 이 험한 사회에서 버티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 왔고, 살고 있지만 누군가의 한마디에 혹은 어떤 작은 사건 때문에 문득 나란 존재에 대해 불안감이 밀려오는 순간이 있다. 에세이 『아무것도 아닌 기분』 은 그와 같은 기로에 섰던 이현경 저자가 같은 시기를 후배이자 선배로, 딸로,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건네는 세상 속의 나, 즉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에 첫 번째 책이자 첫 에세이를 출간하셨죠? 공인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게 쉬운 결심은 아니었을 텐데 『아무것도 아닌 기분』 은 어떤 책인가요?

‘아무것도 아닌 기분’은 아마 누구나 한번쯤 다 느껴봤을 기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소모적인 직장생활, 그리고 더 인정받기 힘든 가정생활에서 내가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기분이 들 때,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사라져버릴 것만 같을 때, 그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고 뭘 붙들려고 노력했고 어떻게 이겨내려고 노력했는지에 대해서 쓴 책이에요.

책에 굉장히 솔직한 회사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반강제적 부서 이동이나 외톨이 같았던 회사 생활까지… 부담은 없으셨나요? 그리고 출간 뒤 회사에서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말 그대로 꽁하고 꿍해서 썼는데 편집이 진행된 상태에서 제 글을 딱 보고 나니까 ‘어떡하지? 책을 그냥 접어야 하나?’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매일 얼굴 볼 사람들인데 행여라도 누군가가 제 글 때문에 상처받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상당히 조심스러웠는데 우려와 달리 반응은 좋았어요. 선배와 후배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는데 선배들은 제 어려운 시절을 지켜봐 온 산 증인들 이시잖아요. ‘만년 2진’이라는 띠지 카피가 짠했다며 본인의 서럽고 억울했던 직장생활 경험담을 함께 나눠주셨죠. 그리고 후배들은 인정해줬어요. “선배 그때 진짜 힘들었구나. 나 몰랐어. 미안해.”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고맙고 따뜻해지더라고요.

<당신의 서재>라는 낭독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팟캐스트를 하시면서 많은 책을 읽으셨을 텐데 인생 책을 만나셨나요?

낭독 팟캐스트는 제가 중계를 그만두고 나서 바로 시작하게 됐어요. 10년 넘게 주말마다 1년에 6개월씩 내 생활의, 내 삶의 일부였던 일이 사라지니까 너무 허무하더라고요. 뭔가 매달릴 곳이 필요했어요. 그러던 차에 낭독 팟캐스트를 자원하다시피 시작했죠. 책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제 허한 마음을 책으로 붙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인생 책을 꼭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아직 만나지 못했어요. 대신 요즘 깨달은 게 하나 있죠. 인생 책은 결국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이라는 사실이에요. 지금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책일 테니까요. 얼마 전에 아이와 함께 <이유가 있어서 또 멸종했습니다>라는 그림 백과사전을 읽게 됐어요. 자기 종족이 왜 멸종했는지, 아니면 어떻게 가까스로 살아남았는지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책인데 상어가 그러더라고요. “난 2등이라 살아남았어. 우리를 잡아먹고, 우리와 경쟁하던 덩치 큰 녀석들은 변화에 적응 못해 멸종했어. 1등 필요 없어. 살아남는 게 중요한 거야.” 상어의 말이 딱 와 닿으면서 아주 깊은 깨달음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제 인생 책은 바로 아이와 함께 읽는 동화책이에요.



꽤 오랫동안 새벽 2~4시 라디오 PD 겸 DJ로 활동 중이시라고 들었어요. 남들과 다른 패턴으로 사는 게 좀 힘들지는 않으세요?

이미 8년 이상 해온 일이다 보니 특별히 힘든 건 없어요. 다만 주 52시간 등 여러 상황 때문에 생방송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게 아쉽죠. 그래도 최대한 새벽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일찍 출근해서 녹음을 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녁 약속을 잊고 산 지가 꽤 된 것 같아요. 불편한 점이라면 주로 점심 약속만 잡는 것 정도?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 것도 일종의 루틴이 되신 거네요. 보통의 재능으로 치열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루틴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고 하셨는데 요즘도 잘 지키고 계신가요?

제가 항상 일정한 시간에 출근을 해서 일정한 자리에 주차를 하는 바람에 매일 차가 그 자리에 있으니까 주변에서 물어봐요. 퇴근 안 하냐고. (웃음) 그런데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루틴이 좀 바뀌었어요. 사내 피트니스센터가 문을 닫아 언제 재개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만히만 있을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한 가지 생각해낸 묘안이 회사 건너편 공원에 가는 거였어요. 라디오 녹음을 마치고 나면 아침 6, 7시쯤 돼요. 해 뜨기 전이라 너무 덥지 않고, 걷기 좋아요. 매일 각자의 방식대로 운동하시는 분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속 시끄러운 생각들을 정리하기도 하면서 한 시간쯤 걷고 나면 9,000보 정도 되는데 나머지 일상에서 1,000보 채워서 하루 1만 보 걷기를 실천하고 있죠. 저는 몸이 먼저 반응할 때가 루틴이 되는 순간이라고 느껴요. 요즘은 라디오 녹음이 끝날 즈음이 되면 산책하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도 목표를 달성하고 왔습니다.



굉장히 계획적이고, 규칙적으로 생활하시는 것 같은데 앞으로의 계획도 세워져 있으신가요?

우선은 책으로 많은 독자분들과 소통할 생각이에요. 올해 안에 두 번째 책과 세 번째 책이 나올 예정이라서요. 이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도 써보고 싶고, 저와 잘 맞는 책이 있다면 번역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건 없지만 앞으로도 스토리텔러로서 콘텐츠를 만드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끝으로 아무것도 아닌 기분이 들어 힘든 마음에 이 책을 집었을 독자에게 직접 위로의 말씀을 전해주신다면?

요즘은 특히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라디오 사연만 봐도 알 수 있더라고요. 이전에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힘들다는 사연이 압도적이에요.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택배 아르바이트, 주말엔 편의점으로 월화수목금금으로 사는 것도 모자라 하루를 1, 2부로 쪼개서 아플 겨를도 없이 달리는데, 희망은 보이지 않은 것 같고 그런 사연들 보면 정말 안타까워요. 어떤 말로도 쉽게 위로가 되지 않을 걸 알아서 더 마음 아프죠.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겠지만 사실은 아주 최선을 다해서 그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거란 사실을 우리 모두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책에도 소개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우리는 모두 고난을 진주로 품어낸 이미 그런 존재들이다’거든요. 그런 생각으로 모두 잘 견뎌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현경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SBS에 입사한 24년차 아나운서다. 탁월함보다는 꾸준함의 힘을 믿으며 피겨 스케이팅, 체조 등 스포츠 캐스터로 10년 넘게, 옴부즈맨 프로그램 <열린TV 시청자 세상> 진행자로 7년간 활동했으며, 라디오 <이현경의 뮤직토피아>의 PD 겸 DJ로 8년째 청취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낭독 팟캐스트 <당신의 서재>에서는 낭독자 겸 엔지니어로서, 유튜브 <이현경의 북토피아>에서는 북튜버로서 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공저한 책으로는 ≪아나운서 길라잡이≫(2007), ≪아나운서 말하기 특강≫(2016)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 기분
아무것도 아닌 기분
이현경 저
니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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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