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내 집 마련까지 ‘웃픈’ 분투기
내게 필요한 집은 뭘까, 나는 거기서 어떻게 살게 될까, 집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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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카카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는 돈이 없는데도 집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저자 강병진이 내 집을 찾아다니며 겪었던 모험담을 기록, 정리한 본격 부동산 에세이다. 가진 돈은 1억 남짓, 서울에서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이어 나가려면 그곳이 변방이라도 집은 무조건 in 서울이어야 했던 차가운 현실 속에서 자기 명의의 빌라 한 채를 선택하고 구입하며 겪었던 수많은 갈등과 의심, 위기를 슬플 것 같지만 좀 웃기게 풀어냈다.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해 대출을 결심하고 은행을 오고 가며 마음 졸이기까지, 적은 예산 안에서 역세권, 투룸, 널찍한 거실, 엘리베이터, 주차 공간 등의 조건에 부합하는 집을 찾기 위해 빌라 관광을 다니기까지, 분양 업자와 협상을 통해 매매가를 1000만 원이나 깎기까지, 빌라 구매에 관한 주위 사람들의 애정 어린 조언 혹은 의심과 싸우며 이겨 내기까지.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를 지극히 현실적인 경험담과 아주 기초적이지만 알아 두면 도움이 될 부동산 팁을 정리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라는 책 제목이 눈에 띕니다.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셨나요?

2017년에 독립을 하면서 난생 처음 제 명의의 빌라 한 채를 사게 됐어요. 그전까지 집을 살 생각도, 계획도 없었기에 말 그대로 ‘고군분투'의 과정이었죠. 저의 현재와 가족의 과거가 떠오르기도 했고, 돌아가신 아버지도 많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그 고단한 과정을 공감하는 책이 없더라고요. 시중에는 부동산 투자서가 대부분이고, 온통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뿐이었죠. 우리나라에는 아파트보다 빌라에 사는 사람이 더 많은데, 그들의 이야기가 없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래서였는지 집을 산 이후에도 당시의 경험들이 잊히지 않고 계속 생각났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한번 기록해 보면 어떨까 싶어 기억을 더듬어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부동산 에세이’로 첫 책을 내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네요. 영화 기자로 오랜 세월 일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로 제 이름을 단 단행본은 부동산 얘기라니, 인생은 참 재미있어요.

책 표지에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 ‘누군가가 나를 이 집에서 내보내는 일이 없을 거란 안심’이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세입자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두 가지일 겁니다. 저도 인생의 대부분을 세입자로 살았고, 또 다양한 이유로 집을 나와야 했어요. 집주인이 원하는 보증금이나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혹은 집주인이 집을 파는 등의 이유로 이사가 불가피한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원하는 곳에서 원할 때까지 사는 주거의 자유는 내 인생을 내 뜻대로 살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저는 나이 드신 어머니가 더는 이사하지 않길 바랐습니다. 아직 젊은 저야 2년마다 이사해도 괜찮지만, 80대를 바라보는 어머니에게는 충분히 걱정스러운 일이죠. 어머니가 자신의 주거 공간에서 ‘누군가 나를 이 집에서 내보내는 일이 없을 거란 안심’을 느낀다면, 그건 곧 저의 안심이기도 했고요. 더 크고 좋은 집을 사는 것보다 ‘자유’와 ‘안심’이 제겐 더 중요했습니다. 

그게 바로 ‘생애최초주택’으로 아파트가 아닌 빌라를 선택하신 이유인가요?

경제적으로 아파트를 살 여건이 되었다면 저도 아파트를 선택했겠죠. 그랬어도 어머니와는 따로 살았겠지만, 월세로 살면서도 ‘나에게는 아파트 한 채가 있다.’라는 생각에 든든했을 거예요. 보통의 무주택자라면 청약을 통해 아파트 당첨 기회를 노렸을 거예요. 하지만 당장 어머니가 살 집을 구해야 하는 제겐 그렇게 기다릴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선택했던 게 빌라였습니다. 



그렇게 빌라를 구매하기로 결심하고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셨다고요.  

주변 사람들이 내 집을 어떻게 바라볼까 고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전월세 생활을 길게 하면서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까지 저에게 집은 ‘잠시 머무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내 집이 생긴다고 하니, 이 집이 남들 보기에 자랑스러운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러기 위한 온갖 방법을 찾았던 것 같아요. 

참 쓸데없는 일이었습니다. 내 집에 초대할 누군가라면 가족, 연인, 친구처럼 분명 가까운 사람들일 테고, 제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미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일 테니까요. 그들이라면 제가 집을 샀다는 이유만으로도 축하해 줄 거예요. 그런 생각이 들자 내 집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크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른 누가 아닌, 내가 사는 집이니까요.

책에 나오는 ‘빌라 관광’이란 게 참 재미있더라고요. 빌라 관광을 다닐 때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요?

빌라 관광은 신축 빌라 중개업자가 자신의 차에 고객을 태우고 다니면서 집을 보여 주는 일이에요. 저는 2012년과 2017년 두 번에 걸쳐 해 봤어요. 사실 이 과정에서 크게 조심해야 할 일은 없습니다. 어차피 선택은 자신의 몫이니까요. 

단, 빌라 관광을 할 땐 예산을 실제보다 조금 낮춰 이야기하세요. 중개업자들은 구매자들이 대출받을 거란 것을 이미 알고, 예산보다 높은 가격대의 집을 골라 주곤 하거든요. 그런 집을 보고 나면 눈을 낮추기가 쉽지 않아요. 결국 계획과 다르게 비싼 집(물론 그만큼 더 좋겠지만)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죠. 처음부터 낮은 가격을 대고 거기 맞는 집을 보여 달라고 하는 편을 추천합니다.

집을 사는 일이 인생을 뒤흔들 만큼 큰 사건이라고 쓰셨어요. 내 집이 생기고 나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어떤 것인가요? 

집을 사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큰 소비를 하는 사건일 겁니다. 저 역시 10년의 직장 생활로 모은 돈에 대출까지 받아 빚을 지고 집을 샀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계속 이 집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내 집 근처에 어떤 건물이 들어서는지, 어떤 프랜차이즈 매장이 생기는지 유심히 보게 돼요. 동네의 변화가 내 재산의 가치를 높여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긴 것인데, 고작 빌라 한 채를 가졌는데도 이렇게 생각이 변하더라고요. 



누구나 내 집 장만을 원하지만, 예전보다 더욱 힘들어졌죠.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분들께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가 어떤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나요? 

물려받을 재산이 많거나 벌어 놓은 돈이 많으면 고민할 게 별로 없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집을 사는 것이 곧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한 일이 될 겁니다. 저에게도 꿈꾸는 집이 있었지만 그 꿈에 집착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집을 사는 일에 무리하게 돈을 쓰는 대신, 이사하지 않을 자유와 조금은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쪽을 선택했던 겁니다. 

저처럼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말하고자 이 책을 쓴 것은 아닙니다. 여기, 당신과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내게 필요한 집은 뭘까, 나는 거기서 어떻게 살게 될까, 집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이 책이 이 땅에서 삶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 그런 고민의 시작이 되면 기쁠 것 같습니다.



* 강병진

1979년에 태어난 에코(Echo) 세대. 베이비붐 세대가 제2의 출생 붐이라는 메아리를 만들었다 하여 그들의 자녀는 에코 세대라 불리는데 그 역시 이에 해당한다. 경기 불황과 저성장으로 힘겨운 세대다. 다섯 살 때부터 35년 넘게 불광천이 흐르는 서울 은평구를 벗어나지 못했다. 신당동의 여섯 평짜리 단칸방에서 태어나 여섯 가구가 화장실을 공유하는 단칸방, 바닥에서 습기가 올라오는 반지하 빌라, 잠만 자는 한 평짜리 방 등을 전전하며 긴 세입자 생활을 이어 왔다. 2년마다 이사 다니는 게 귀찮아도 대출로 엮이는 게 무서워 단념하고 살던 중, 나이 마흔을 앞두고 안정된 보금자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렇게 마련한 투룸 빌라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월세로 얻은 열 평짜리 오피스텔에서 자취하며 뒤늦게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씨네21〉에서 영화 기자로, 〈그라치아〉에서 피처 에디터로, 〈허프포스트코리아〉에서 뉴스 에디터로 일했다. 유튜브 채널 ‘에디터 K의 이상한 장면’을 운영 중이다.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강병진 저
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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