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양봉』은 조금은 신기하고 낯선 양봉의 세계에 입문해 서울에서 두 해 동안 벌을 치고 그 일들을 찬찬히 기록한 책이다. 벌과 꽃과 꿀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이 책의 필자를 만나보았다.
양봉은 시골에서나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어떻게 처음 벌을 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우연히 서울 한가운데서 양봉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궁금한 게 너무 많았는데, 제가 기자다 보니 바로 취재를 하다가 이렇게 되었지요(웃음). 저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자연과 생태에 관심이 많고 환경 적응력이 높다고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막상 처음 방충복을 입고 벌통 앞에 다가갔더니 너무 무섭더군요. 벌들이 웅웅거리는 소리와 진동이 온몸을 감싸오니 몸이 굳어졌어요. 근데 계속 벌통 안이 궁금하더라고요. 목을 빼서 벌통 안을 들여다보다가 벌들이 꼬물거리는 모습에 매료돼 한참을 서 있었지요. 직장 생활에 지쳐 있을 때였는데, 제가 마음 쓰면서 집중할 수 있는 일을 그렇게 만난 겁니다.
책에는 양봉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벌에 대한 공부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키우면서 마냥 그 대상을 좋아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벌의 구조부터 영혼까지 알고 싶었던”, 그렇게 벌과 친해지게 되었던 과정은 어땠나요?
양봉을 시작했는데 아는 게 너무 없어서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었어요. 벌을 예뻐하고 부지런하게 지낼 준비는 됐는데, 벌이 꿀을 만드는 전 과정을 당장 눈으로 볼 순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벌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벌의 외모부터 속마음까지 다 공부해야겠더라고요. ‘사랑하면 알게 된다’는 말이 있듯이, 벌을 사랑하게 되면서 벌의 생태를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저는 그게 지루하지 않았어요. 기술적으로도 벌의 생태를 모르면 벌을 잘 칠 수 없지요. 그럼 꿀도 많이 얻지 못하고요.
양봉에서 꿀을 얻는 수확의 기쁨은 무엇보다도 클 것 같습니다. 그걸 나누는 기쁨도 있을 것 같고요.
서울에서는 아까시나무 꽃이 만개하는 5월 중순부터 6월 초순 정도에 꿀이 가장 많이 들어와요. 벌방에 꿀이 들어차는 속도가 빨라지는 걸 보면서 따가운 초여름 햇볕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채밀기에 돌려서 꿀을 따는 과정도 직접 해보면 참 재밌는데, 꿀을 나눌 때 느끼는 행복감이 정말 컸어요. 처음 꿀맛을 보는데 정말 처음 만나는 맛이었지요. 친한 후배인 <한겨레> 고한솔 기자에게 제 꿀을 선물했는데, 그 후배 어머니가 제 꿀을 “달지 않은데 달다. 맛있다”고 평해주셨어요. 회식 때 꿀 한 통을 가져가서 맥주에 타 먹는 ‘허니비어’를 제조해 나눠먹기도 했는데, 선배들한테 인기 만점이었습니다(웃음).
최근 들어 언론에 장수말벌의 문제가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꿀벌들을 공격하는 장수말벌을 마주한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느 날 양봉장에 갔는데 장수말벌의 공격을 받았는지 벌통 입구에 꿀벌 시체가 수북이 쌓여 있었어요. 꿀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화가 나더라고요. 딱 그때 벌통 주변을 향해 장수말벌이 유유히 날아오는데,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노란색 로봇 ‘범블비’ 아시나요? 장수말벌이 노란 갑옷을 두른 로봇 같더라고요. 다시 전쟁이 시작되는 건가 싶었고, 벌통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났지요. 장수말벌 퇴치법이 몇 가지 있는데, 최후의 방법은 직접 장수말벌을 때려죽이는 겁니다. 저도 어쩌다 보니 배드민턴 채를 휘둘러 말벌을 때려잡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위험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서울에서 벌을 치는지도 궁금합니다. 조금은 특이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가족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취미 활동으로 벌을 치는 다양한 분들을 만났어요. 벌은 혼자 칠 수도 있겠지만, 저처럼 처음 시작할 때는 같이 치면서 함께 배워가며 하는 게 좋거든요. 뉴질랜드에 가서 양봉가로 살겠다는 분도 봤고, 언젠가는 집 마당에 벌통 3개를 두고 싶다는 제 또래 여자분도 봤어요.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양봉을 배우러 온 분들도 계셨고, 3대가 함께 사는 주택 옥상에 양봉장을 만들어놓아서 그곳이 아이들의 생태체험장이 됐다는 직장인도 계셨죠. 양봉을 한 뒤 딴 꿀을 마을 분들과 나눠먹으며 도시양봉을 알리는 젊은 활동가들도 만났는데, 그분들을 보면서 도시양봉이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벌 키울 곳을 찾아 헤매면서 도시 빈민의 감수성을 익히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그만큼 도시에서 양봉할 곳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양봉을 하면서 벌통 둘 곳을 찾아 헤맸는데, 방법이 보이질 않더군요. 도시에서는 내 몸 하나 누울 공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벌통까지 두겠다면 누가 저를 반겨주겠어요. 좀 서글픈 마음도 들었죠.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에요. 저는 전문 양봉꾼인 어반비즈서울(urbanbeesseoul.com)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외국에서는 관공서나 호텔 옥상 등에서 양봉을 많이 하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곳이 몇몇 있어요. 어반비즈서울이 마련해둔 옥상 벌통을 빌려 양봉을 하는 방법도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옥상 양봉장을 보면서, 도시에 처음 정착할 때 돈이 없으면 지하나 옥상으로 가는 우리네 삶이랑 벌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다른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는 달리 벌을 치는 것은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해요. 벌이란 꽃의 수분을 도와주고 생태계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곤충이니까요.
벌들이 잘 지내려면 내 벌들이 살아가는 주변 환경도 좋아야 해요. 벌들이 밖에 나가서 무얼 먹고 올지 알 수 없으니, 벌통 근방에서 농약을 친다면 당연히 좋지 않겠지요. 숲과 이어진 공터에 벌통을 두었는데 그 숲을 헐고 아파트를 짓는다면, 벌들은 꽃을 찾아 더 멀리 힘들게 이동해야 할 테고요. 꼭 양봉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도시가 꽃밭이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리고 벌들이 꿀을 따기 위해 여기저기 핀 꽃들을 방문하는 일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는 활동이라는 걸 알고 난 뒤, 그런 벌들이 더더욱 귀하게 느껴졌지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벌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현상을 부른 이유는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의 삶과 관련되는데,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환경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일상이 자연의 작은 생명을 죽게 하고, 이런 게 쌓여서 결국 인간에게도 재앙으로 닥칠 수 있다는 걸 양봉하면서 더 잘 느낄 수 있었고요. 이 때문에 벌을 위해, 또 인간을 위해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을 책을 통해 나누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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