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개성적인 캐릭터, 과감하면서도 세련된 연출, 감각적인 색채로 무장한 놀라운 데뷔작, 박민주 작가의 『싸움말개』 가 출간되었다. 작가는 갈등과 소통, 공존이라는 다소 묵직한 주제를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황을 통해 경쾌하게 펼쳐 보이며, 사회에 첫 발을 들인 어린이에게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 바쁜 어른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첫 책을 출간하며 이제 막 작가의 길에 들어선 박민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처음 쓰고 그린 그림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작가님의 소감이 궁금하네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소감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림책 작가 박민주입니다. 제 이름을 찍힌 책을 보니 벅차고 설레서 잠이 다 안 오더라고요. (웃음) 그간 미몽(Mimong)이란 필명으로 일러스트 작업을 주로 해 오다가, 제 생각을 담은 첫 그림책을 완성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싸움말개’가 싸우는 사람들을 김밥처럼 돌돌 말아 화해하게 한다는 점이 재밌네요. 특별히 ‘싸움’을 소재로 해서 그림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처음 그림책 작업을 시작할 즈음 한국과 북한 사이가 좀 위태로웠어요. 방송에서는 당장 내일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떠들어댔고, 사람들은 비상 대피 용품을 미리 구비해야 하나 걱정했지요. 저도 마음이 심란했고요. 그러다 보니 ‘싸움’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김밥 놀이 아세요? 이불로 사람들을 말아 돌돌 굴리는 놀이인데,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한데 넣어 돌돌 말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더라고요. 싸움을 가장 싫어하고 김밥을 가장 좋아하는 ‘싸움말개’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뒤덮은 길고 새하얀 털, 알 듯 말 듯한 오묘한 표정, 커다란 김발을 등에 둘러멘 ‘싸움말개’ 캐릭터도 무척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 토종개인 삽살개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장 염두에 두신 점이 있으신지요?
‘싸움말개’는 친근하지만 초월적인 존재였으면 했어요. 싸움말개는 싸우는 사람들을 심판하듯 돌돌 말아 버려요. 그래서 사람으로 그려지면 거부감이 들 것 같았어요. ‘네가 뭔데 우리를 심판해?’ 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일반적인 개의 모습이면 주제가 흐려질 수도 있을 것 같았고요. 처음에는 털도 한 올 한 올 세밀하게 그리고 삿갓을 쓰고 다니는 산신령처럼 표현했는데 주인공만 너무 예스러워 보였어요. 다른 그림 요소들과 결을 맞추어 형태를 좀 더 단순화시켰지요.
천진한 캐릭터만큼이나 과감하고 감각적인 색채와 기법도 눈에 띕니다. 이미지를 구현할때 가장 중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주로 디지털 작업을 하는지라 제 그림은 단순하고 그래픽적인 편입니다. 이 단순한 이미지 속에 다층적인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하지요. 그림책은 어린이가 1차 독자인 만큼 이미지를 통해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고요. 단순한 이미지와 다층적인 의미, 정확한 상황 전달 속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것 같습니다.
이미지가 단순하다 보니 색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편이에요. 초반부에 등장하는 개인 간의 갈등에서는 분홍과 파랑을 사용해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었고, 중반부를 지나 집단 간의 갈등으로 싸움이 점점 커져 갈수록 검정과 빨강을 섞어 탁하게 표현했어요. 독자들이 싸움이 커질수록 점점 어둡고 무거워지는 상황을 마주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기를 바랐습니다.
작가님께서 좋아하시는 그림책은 어떤 책인지 궁금합니다. 인상적으로 본 그림책이나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이 있다면요?
숀 탠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요. 고등학생 때 『도착』 이라는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 낯설고도 강렬한 이미지에 완전히 사로잡혔어요. 그림책은 어린이들만 보는 책이라는 저의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지요. 숀 탠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자연스레 다양한 그림책을 보게 되었어요. 다른 책에 비해 그림책은 분량이 적지요. 그 짧은 호흡 안에서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앞으로 들려주실 이야기들이 무척 기대됩니다.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지요? 다음 그림책 내용도 살짝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사회적인 문제들에 관심이 많아요. 아무래도 요즘은 환경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요. 일상 생활에서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갈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언젠가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꼭 해 보고 싶어요. 또 사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가깝거나 먼 관계에서 생겨나는 미묘한 감정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곤 해요. 관심사가 참 많죠? (웃음) 여러 이야기 씨앗 중에서 지금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실수인 척 하는 고의적인 행동에 대한 이야기예요. 너무 무겁지 않게 귀여운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잘 풀어 보려 합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제가 『싸움말개』 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을지, 여러분은 제 책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갈등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싸움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공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박민주
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스쳐 지나가는 작은 생각들을 모아 그림책으로 만든다. 『싸움말개』는 처음 쓰고 그린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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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말개 박민주 글그림 | 책읽는곰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며 소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다소 묵직할 수 있는 주제를 천진한 캐릭터와 발랄한 연출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유머러스하게 전달합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