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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만한 나르시시즘을 일갈한 문제작

『이기적 유인원』 니컬러스 머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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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 마이애미대학교 생물학교수 니컬러스 머니. 그는 인간의 이기적 진화를 나르시시즘에 빗대어 비판한 『이기적 유인원』에서 인류가 얼마나 오만한 종족인지를 과학적 관점에서 낱낱이 보여준다. (2020.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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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머니 교수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에 이어 현재의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지구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전염병 팬데믹은 어쩌면 인류 재앙의 전조 증상일지 모른다. 인간이 지구 환경을 바꾸어 멸망의 시점을 앞당겼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농업, 의학, 공학 발전의 축복을 받았다. 과학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수행했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이제 전멸을 향한다.

 

미국 오하이오주 마이애미대학교 생물학교수 니컬러스 머니. 그는 인간의 이기적 진화를 나르시시즘에 빗대어 비판한 『이기적 유인원』 에서 인류가 얼마나 오만한 종족인지를 과학적 관점에서 낱낱이 보여준다. 탁월한 문학적 감각을 감춘 니컬러스 머니의 글은 독자들에게 낯선 생물학의 세계에 자연스레 발을 딛게 만든다.

 

오하이오에서 정원을 가꾸며 소소한 일상을 꾸려가는 니컬러스 머니 교수와 『이기적 유인원』  출간을 기념하여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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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인원』 을 보면 인류의 미래를 경고하는 섬뜩한 문장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인구 증가를 막는 데는 노인보다 어린이 장례식이 더 효과적이다”라는 말은 놀랍고 당혹스럽기까지 한데, 이 말에 대해 좀 더 부연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이기적 유인원』 집필하면서 문장의 아름다움이 돋보이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책 속 문장들이 생명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언급하신 구절이 일부 독자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중요한 사실입니다. 인구 증가는 『이기적 유인원』 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이자, 환경 위기 상황에서 그 심각성이 쉽게 무시당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노년에 접어들어 죽는 날에 가까워진 사람들은 자손을 낳아 인구를 늘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은, 설령 현재는 번식할 능력이 없다 해도, 미래에 자손을 낳아 인구를 늘릴 가능성을 지녔지요. 결국 그들이 자녀를 많이 낳는다면 인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우간다를 봅시다. 현재 우간다의 전체 인구는 대략 4,500만 명이고, 중위 연령은 17세이며, 2050년 인구는 지금보다 두 배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에 한국의 경우 중위 연령은 44세이며, 2050년 인구는 지금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네요. 제가 걱정하는 것은 전 세계를 기준으로 인구는 증가한다는 겁니다.

 

그동안 지구 멸망의 근거로 흔히 오존층 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인간 산업문명으로 인한 생태계 오염이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는데요, 이 같은 변종 바이러스 전염병도 인류 멸종과 상관이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팬데믹, 즉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황은 분명 끔찍하지만 이것으로 인류가 멸종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역사상 최악의 팬데믹은 14세기 흑사병이었지요. 흑사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1억 명 정도였으나 인구 증가에 미친 영향력은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었습니다. 흑사병 유행 이후 100~200년 정도 지나자 잠시 주춤했던 인구 증가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회복되었어요. 현시대에 대유행하는 질병들이 인간의 화석연료 소비를 막거나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되려면 지금 대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잘못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인간의 본성을 고쳐 놓아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보다는 머지않아 인간이 다시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입니다.

 

덧붙여서, 사스, 메르스, 에볼라, 그리고 코로나까지 주기적으로 출몰하는 바이러스 전염병이 인간의 무분별한 과학 및 산업 개발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사스, 메르스, 에볼라, 코로나 같은 질병은 인간이 야생동물을 무자비하게 도축한 뒤 싱싱한 고기를 가까운 지역 안에서만 사고팔다가, 멀리 떨어진 시장에도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동물을 대하는 우리 태도는 인류 문명의 거대한 비극이며, 어떤 면에서는 인간이 우주에 초래한 고통이 코로나 같은 질병의 모습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종교적인 차원에서 죄와 형벌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열정적인 무신론자입니다. 그러나 언급한 질병들은 분명 인간이 저지른 행동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호모 사피엔스, 즉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작명 자체가 오만해 보이는데, 최근 이와 같은 인간 우월주의를 품고 있는 말이 또 있을까요?

 

인간은 이기적이고 나르시시즘에 빠졌으며 탐욕스러운 데다 자기중심적이며 지독하게 잔인한 동물입니다. 거울을 바라보면서 그러한 자기 모습을 인식하고, 자신을 뒤돌아보는 행동을 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에게 내면의 한계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제가 쓴 『이기적 유인원』 은 인류가 지구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알리며 인간이라는 종족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자고 촉구합니다. 호모 데우스(Homo deus), 즉 ‘신이 된 인간’이라는 제목의 베스트셀러가 있지요. 이 제목은 인간의 터무니없는 자만심을 표출한 것입니다. 반면 철학자 니체는 “인간은 지구에 사는 악마이며, 동물은 고통받는 영혼이다”라는 글로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인간은 신이 아닌 악마, 즉 호모 디아볼루스(Homo diabolus)인 셈입니다.

 

과학 도서인데도 은유적이고 철학적인 표현이 많아 마치 문학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즐겨 읽는 장르가 궁금해집니다. 또 최근에 읽은 책 중에 한국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없는지요?

 

멋진 질문입니다. 저에게 좋아하는 책을 묻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독서는 제 삶에서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열심히 책을 읽지 않다가 1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책을 탐독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고전 소설과 역사책을 좋아합니다. 읽었던 책 중에서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런데 저자의 언어에 익숙해지기까지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만 했지요. 저는 『모비 딕』 이 어린 독자가 읽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엔 그 책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중년의 나이가 되고서야 그 속에 담긴 아름다운 구절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베개 밑으로 바다코끼리와 고래가 떼 지어 지나는 곳에 누워 잠을 청한다”라는 문장, 정말 멋지지 않나요?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도 정말 좋아합니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느낌이 새로워요. 저는 학생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야만 같은 이야기를 읽어도 읽는 시기에 따라 다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나이를 먹을수록 책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진다는 건 참 좋습니다. 제가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볼테르가 쓴 소설 『캉디드』 입니다. 분량은 짧지만 지금 이 시대에 딱 맞는 이야기거든요. 그러고 보니 제가 현대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건 분명하네요. 물론 과학책도 읽긴 하지만 순수하게 내용을 즐기기 위해서라기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읽는 면이 더 큽니다.

 

 

질문6 관련 이미지_오하이오 정원.jpg

 

 

당신이 가꾸는 ‘오하이오의 정원’의 최근 근황은 어떠한가요? 그리고 독자들을 위해 이 정원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정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 미국 신시내티 외곽의 작은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태어난 나라는 영국이지만, 1986년 미국으로 건너온 뒤 오하이오주에 정착해 한집에서 25년 동안 살고 있지요. 저희 집 정원에는 고양이 두 마리, 닭 네 마리, 그리고 평생 연못 밖으로는 나가본 적 없는 금붕어 다섯 마리도 함께 삽니다. 수년간 크고 작은 나무를 여러 그루 심긴 했지만, 다른 집 정원보다는 야생 그대로의 모습이지요.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정원에서 저는 곤충, 버섯, 꽃 들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정원의 흙과 연못물을 조금 채취해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하기도 하고요. 정원을 둘러보며 깨달은 생물 다양성 이야기는 제가 예전에 출간한 『미생물의 삶』에도 수록된 바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정원에서 살아가는 다채로운 생물의 개체 수가 점점 줄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드리려니 가슴이 무척 아프군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곤충들이 자취를 감추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록 제가 한 명의 생물학자로서 관찰한 결과이긴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 역시 곤충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저의 할머니는 제게 자연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어요. 그런데 이토록 자연이 위태로운 순간에 놓여 있다는 현실을 발견할 때면 크나큰 슬픔을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대로 가다가는 인간과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지만, 그래도 자신 또는 자신의 자녀 세대까지는 별일 없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그러한 사실은 교육자인 제게 커다란 딜레마입니다. 누군가 느끼고 있을 절망감에 더욱 무게를 보태고 싶지는 않지만, 앞으로 남은 몇십 년 동안 상황이 더는 나아지지 않으리란 건 다들 알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미래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지요. 자연이 위기에 빠진 이 순간에도, 저는 자연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찬미하고 싶습니다. 앞에서 현미경으로 연못물을 관찰한다고 말했지요. 이런 활동은 짜릿한 경험인 동시에, 눈에 보이는 큰 동물과 식물보다 더 많은 미생물들이 자연에 존재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며 아이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대부분 자연을 관찰하고 싶어 하는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렸지요.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자연을 탐구하고 인간이 처한 위험천만한 상황에도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기적 유인원 니컬러스 머니 저/김주희 역 | 한빛비즈
인류는 신의 계시가 아니라도 조만간 멸종할 것이라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각종 기후 재앙과 생태계 파괴, 그리고 인구 포화에 의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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