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마지막 추위가 매섭습니다. 어느새 봄이 다가온 것 같다가도 싸늘한 아침 바람에 깜짝 놀라는 겨울의 끝입니다. 이럴 때는 따뜻한 차 한잔과 시가 제격이지요. 어른들을 위한 시집들이 한참 붐을 이룰 때, 어린이 분야에서도 꾸준히 울림 깊은 동시집들이 출간되어 왔습니다. 아이들이 신학기를 준비하며 분주한 이때, 아이들의 두근거리는 동심과 때로는 어른이들의 마음을 콕 -찍은 것 같은 예리함을 가진 동시집을 만나보세요.
『내가 왔다』 (방주현 글/난다 그림 | 문학동네)
제1회 동시 마중 작품상을 받은 방주현 시인의 첫 동시집은 「어쿠스틱라이프」 난다 작가의 귀여운 일러스트와 어우러져 봄내음이 가득합니다. 「전학」, 「수저통 귓속말」 같은 시는 아이들의 동심으로 돌아가 친구들의 재잘거림, 교실문을 열 때의 두근거림이 있었던 학교생활을 바로 떠올리게 합니다. 「학부모 공개수업」 같은 작품을 통해서는 어른이들을 생각에 잠기게 하는 생활의 단상을 포착하여 웃음 속 삶의 밀도까지 담아낸 시집입니다. 내 마음을 돌볼 시간이 없었던 어른이들의 삶을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투명하게 바라보게 합니다.
『첫말 잇기 동시집』 (박성우 시 /서현 그림 | 비룡소)
『아홉 살 마음 사전』 으로 어린이 책에서 큰 사랑을 받아온 박성우 시인이 시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윤동주 젊은작가상, 백석문학상 수상자 박성우 시인이 첫말잇기라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동시 40편을 소개합니다. 말잇기 놀이를 통해 운율감 있게 어휘력을 늘릴 수 있고, 유머와 따뜻함, 엉뚱발랄함으로 웃음 짓게 합니다. 동시에는 난색을 표하는 아이들조차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시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입니다. 첫말과 첫말을 잇는 우연으로 생기는 재미난 상상이 『간질간질』 서현 작가의 독특하고 유쾌한 일러스트가 더해져 더 소장 욕구를 자아냅니다.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정여민 글/허구 그림 | 주니어김영사)
SBS <영재 발굴단> 프로그램을 통해 ‘문학 영재’로 소개된 정여민이 쓴 그림 시집입니다. 교과서에 실릴 만큼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며 겨울의 아름다움이 물씬 담긴 리커버 한정판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따뜻함’이라는 온도라고 말하는 꼬마 시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어린아이의 시선인데도 삶과 가족, 자연을 바라보는 넓은 안목이 ‘너그러움’이라는 잊고 있었던 가치를 일깨우는 작품입니다.
동시 한편과 차 한잔으로 겨울의 끝을 따스하게 마무리하세요.
김수연 (어린이 MD)
누군가를 웃길 때가 가장 행복하다. 세상에서 초콜렛이 가장 맛있는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