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둘러싼 의료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성공 전략을 담은 『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 , 사과가 어렵게 느껴질 때 필요한 책 『사과에 대하여』 를 준비했습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저/김희정 역 | 부키
그동안 제가 겪은 일이 있습니다. 저희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저희 할머니는 93세이셨고 여러 해 동안 앓고 계셨어요. 예전에 요양 병원에 여러 해 계셨는데, 요양병원 자체는 햇빛도 잘 들고 그런 공간이었지만 거기에 있으면서는 내가 어떤 삶을 만들어나가기보다는 계속해서 시간에 맞춰서 움직여야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잖아요. 그런 공간에서 오래 계시다가 나중에는 저희 외삼촌 댁으로 옮겨서 여러 해를 계시다가 돌아가신 거였어요. 죽음을 눈앞에서, 생명이 떠난 뒤에 물리적인 남은 것으로 보는 것은 참 온갖 생각을 하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던 주간이었고요. 제가 오늘 가지고 온 책은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입니다. 부제는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붙어있어요.
아툴 가완디는 미국의 의사입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인도계예요. 인도계 의사 하면 『숨결이 바람 될 때』 썼던 폴 칼라니티도 생각나고 아툴 가완디도 떠오르는 이름인데요. 이 분은 스탠퍼드대학교를 졸업한 뒤에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그 다음에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지금 하버드 보건대학교 교수로 있습니다. <뉴요커>에 기고하는 저자이기도 하고 글을 참 잘 써요. 꽤 두께가 있는 이 책을 삶의 마지막 순간과 지금 의료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죽음에 대해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 거의 망라했습니다. 그리고 참 필력이 좋아서, 어떤 에피소드는 내가 그 사람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에 따르면 1945년쯤만 해도 사람들이 대부분 집에서 죽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1980년이 되면 그 수치가 17%로 떨어집니다. 이제 현대인들에게 죽음은, 가끔씩 일어나는 이벤트가 아니고서는 죽음을 느낄 수 없게 됐잖아요. 죽음이 항상 우리 곁에 있다고 느낄 때는 죽음이 있음으로 인해서 삶에 대해서도 죽음이라는 상황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을 하게 되는데,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삶 자체에서는 완전히 떨어져서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처리하는 세계로 넘어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죽음을 둘러싼 의료의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의료라고 하는 것이 어떤 기술적인 곳으로 치우쳐서 생존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너무 가다 보니까, 삶의 마지막에 제대로 마무리를 할 수 있을 만큼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체계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죽음에 대해서 의학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될까’라는 문제 제기와 함께 여러 다양한 사례를 들려주고 있는 책입니다.
그냥의 선택
『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
모라 애런스-밀리 저/김미정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이 책의 원제는 ‘Hiding in the Bathroom’이에요. 만약 당신이 너무 내향적인 사람이라서 단체 조직 생활이 버거워서 화장실로 숨는다면 다른 방법도 생각해 보자고 말하는 책입니다. 모라 애런스-밀리 저자는 ‘Hiding in the Bathroom’이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고요. 사회적 마케팅 회사 ‘우먼 온라인(Women Online)’의 CEO입니다. 그 전에 마케팅 분야에서 굉장히 활약을 했다고 해요. 유명한 그룹을 두루 거쳤고, 포브스가 선정하는 30대 이하의 주목할 만한 사람(top 30 under 30)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굉장히 승승장구했지만 스스로는 회사 생활이 너무 지옥 같았다고 해요. 틈만 나면 화장실에 숨어서 울었다고 하는데요. ‘내가 왜 이럴까’ 생각하다 보니 자신에게는 조금 더 조용한 환경, 더 적은 일, 여유로운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느낀 거예요. 그래서 프리랜서가 됐고 이후에 ‘우먼 온라인’이라는 회사의 CEO가 됐습니다. 지금은 강연과 기고 활동을 통해서 내향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개발하고 성공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 자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서 회사 생활이 고역이고 화장실에 숨어서 울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자의 경우에는, 시간을 자율적으로 쓸 수 있고 고요한 분위기에서 원하는 시간에 집중해서 일할 수 있게 됐더니, 내가 나의 일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대요. 만약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일하는 환경과 방식이 바뀌면 이 일을 계속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변화를 시도해 보라는 거죠.
내향적인 사람들의 공통적인 성향이 장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예를 들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의 시그널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에서 조율을 하거나 협상할 때 유리하다고 해요. 그 외에도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주는 팁이 굉장히 많은데요. 이런 사람들은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힘이 들 수 있기 때문에 느슨하게 관계를 맺으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목표를 높게 설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도 해줍니다.
단호박의 선택
『사과에 대하여』
아론 라자르 저/윤창현 역 | 바다출판사
요새 사과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사과할 일 뿐만 아니라 사과를 받아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은 거죠. ‘그러면 사과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사과라는 것이 되게 어렵구나 싶더라고요. 만약에 내가 가해를 했고 피해자가 생겨서 사과를 해야 한다면, 상대의 마음이 풀리도록 적절하게 사과를 한다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인 거예요. 반대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요새 사과하라는 요구가 너무 많이 보이는 거예요. 사과 받기를 원하는 당사자의 억울한 심정이 이해는 되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큰 일이 아닌 것 같은데, 계속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이 도처에서 보이는 거죠. ‘왜 이렇게 다들 사과를 못 받는 걸까’, ‘이렇게 사과할 일이 많으면 적절한 사과의 방식이 공유돼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여전히 사람들이 사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던 찰나에 『사과에 대하여』 라는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읽게 됐습니다.
저자 아론 라자르는 정신과 의사예요. 하버드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를 거쳤습니다. 저자는 계속 사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과가 증가한다고 생각했대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이 정도까지는 사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었는데, 요새는 이상하게 사과를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네’ 싶어서 찾아보니까 사과에 대한 책이 별로 없었다고 해요. 용서에 대한 책은 많았대요. 실제로 찾아본 결과 1990~1994년, 1998~2002년으로 나눠서 사과에 대한 기사 검색량을 봤을 때 거의 두 배였다고 합니다. 기사로 나오는 사과에 대한 언급이 두 배가 되었다는 거죠.
사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는 만큼 이상한 사과도 많이 보이잖아요. ‘내가 잘못한 것 같지는 않지만 네 감정이 상했다면 사과할게’ 같은 것들이 있는데, 저자는 이걸 ‘가짜 사과’라고 명명해요. 어떻게 보면 진짜 사과가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걸 흉내 내려고 가짜 사과도 많아지는 것 아닐까, 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있어서, 만약 사과해야 될 일이 생기셨다면 이 책을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잘못을 적확하게 인정해야 되고요. 왜 그 잘못을 했는가에 대한 해명도 들어가야 좋아요. 가해자의 감정에 대한 것도 언급을 해줘야 해요. 후회한다, 수치를 느낀다,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등. 이런 모든 감정을 포함한 태도를 보여줘야 된다는 거죠. 그리고 보상을 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앞의 세 가지가 쓸데없이 보이니까요. 책에서 이런 실제적인 팁을 얻어 가실 수도 있습니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