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집안일 하기 싫을 때 읽을 책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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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오은): 녹음하는 지금은 아직 2019년이지만 미래에 계시는, 2020년을 시작한 청취자 분들께 새해 인사하고 시작할까요?


불현듯(오은), 프랑소와엄, 캘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캘리: 오늘 주제는 ‘집안일 하기 싫을 때 읽을 책’인데요. <책읽아웃>을 집안일 하면서 들으신다는 분들이 많아서 떠올린 주제입니다.


프랑소와엄: 이번 주제 가장 쉬웠어요. 왜냐하면 집안일은 항상 하기 싫거든요.(웃음) 어떤 책을 읽어도 다 좋은 거죠!

 

 

프랑소와엄이 추천하는 책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줄리언 반스 저 / 공진호 역 |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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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라는 소재를 가지고 푼 에세이예요. 부제가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이거든요. 이 카피를 본 순간 부엌 ‘산책’이 아닌 게 다행이다, 생각했어요.(웃음) 줄리언 반스를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그의 작품을 안 읽으신 분들도 많을 것 같아서 작가님 소개를 해볼게요. 대학에서 현대 언어를 공부했고요. 3년간 영어 사전 증보판을 편찬하는 일을 했어요. 이후에 편집자 생활을 했고, TV 평론가로도 활동했다고 합니다.


추천사를 ‘마크 힉스’라는 분이 쓰셨는데요. 이분이 영국 요식업계 대부로 불리는 유명 셰프이자 레스토랑 오너래요. 이렇게 쓰셨어요. “무엇보다 이 책은 부엌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할 때 꼭 알아야 할 너무도 중요한 충고를 담고 있다. 레시피를 따를 것, 절대 두려워하지 말 것. 부디 독자 여러분도 나처럼 부엌에서 손에 물을 묻히는 일에 좌절과 즐거움과 기쁨을 완벽하게 담아낸 이 책을 즐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다.”라고요. 그밖에도 “반스의 글은 늘 그렇듯 정확하고, 유머러스하며 유익하다. 줄리언 반스가 구미가 당길 정도로 맛 좋은 작은 책을 내놓았다.”(<이브닝 스탠더드>), “이 책에 대한 단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분량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론 성에 차지 않는다.”(<퍼블리싱 뉴스>) 등의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독자 리뷰도 정말 좋은 게 많더라고요. 제가 책을 소개하기보다 예스24 블로그에서 ‘라푼젤’님이 쓰신 글을 읽어드리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소설가로서 까칠한 줄리언 반스는 에세이에서도 더욱 강렬하게 까칠하다. 엉성한 레시피들에 대한 풍자는 속이 시원할 정도다. 반스 선생이 이토록 요리에 관심이 있을 줄은... 나 역시 요즘 요리 자체 보다 요리 이야기에 빠져있다. 다만. 까칠함이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서 가끔은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를 읽을 때의 반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면서 소설가의 타고난 이중성을 다시 한번 발견했다.

 

위 리뷰처럼 요리 자체보다 요리 이야기로 이 책을 읽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책을 읽고 ‘역시 나는 좋은 도구와 좋은 식재료가 있어도 요리를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취자 분 중에도 굳이 요리를 싫어하는데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신 분들은 그런 생각을 버리시고 함께 책을 읽으시면 좋겠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젠 왕 글그림 / 김지은 역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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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배경은 근대가 시작될 무렵의 파리입니다. 첫 장면에서 파리 시내가 들썩이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이웃 나라의 왕자가 온다는 소식이 퍼졌기 때문이에요. 왕자의 생일 파티를 기념한 무도회를 열 것이고 거기에 파리 시내의 모든 젊은 여성을 초대한다는 소식에 의상실도 북적이고 있습니다. 주인공 ‘프랜시스’는 의상실에서 일을 하는 드레스메이커고요. 다음 장면에서 프랜시스가 일하는 의상실에 화가 난 엄마와 뾰루퉁한 딸이 들어와요. 이 엄마가 당장 내일 입을 드레스를 만들어달라고 말하는데요. 딸이 내일 입어야 할 드레스를 미리 입고 말을 탄 거죠. 딸도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예요.(웃음) 의상실이 정신 없이 바쁘지만 사장은 주문을 받고, 프랜시스에게 당장 내일 드레스를 만들라고 하죠. 어쨌거나 일은 해야 하니까 프랜시스는 덤덤하게 딸에게 전에 만들었던 느낌으로 드레스를 만들지,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만들지 묻는데요. 이때 딸이 말합니다. “몰라, 알아서 해. 아니 그냥 완전히 무시무시하게 만들어줘. 악마의 새끼처럼 보이게.”


무도회가 열리고, 프랜시스의 드레스를 입은 딸이 등장하자 사람들이 깜짝 놀라요. 이 드레스는 양 어깨를 까마귀 깃털 같은 검정 깃털로 잔뜩 덮은 시스루 블랙 드레스였어요. 무도회는 엉망이 되고, 프랜시스의 의상실에는 고객의 항의가 빗발칩니다. 열 받은 사장님이 한창 프랜시스를 혼내고 있는데 웬 덩치 큰 남자가 어두운 기운을 풍기면서 의상실로 들어와요. 그러곤 그 드레스를 만든 사람을 찾죠. 그 사람을 개인 재봉사로 모셔오라고 부탁한 사람이 있다면서요. 프랜시스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 남자를 따라 갑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으리으리한 저택이었고요. 거기 있는 사람은 이웃 나라에서 온 왕자였어요. 왕자는 드레스를 입는 자신의 취미를 비밀로 하지만 프랜시스가 마음에 쏙 드는 드레스를 만들어주자 “나 자신이 된 것 같아”라고 말하고요. 이 작품은 일관되게 그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는 작품이라서 정말 좋았어요. 파도처럼 출렁이는 드레스 그림들도 많거든요. 보고 있으면 환상적인 기분이 드는 작품이에요.

 

내가 어디에서 누구로 태어날지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노력하면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도전하는 일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멋진 사람이 되어 갑니다.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는 더 멋진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 김지은(서울예대 교수, 아동문학평론가)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귤 사람』 
 김성라 글그림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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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이 싫을 때 읽을 책이 주제라 바깥일이 많이 등장하는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김성라 작가님은 『고사리 가방』 에서 4월이면 제주도에 고사리를 꺾으러 간다고 했잖아요. 겨울에는 귤을 따러 제주도에 간다고 해요. 바깥에서 귤을 따는 일이 낭만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렇지가 않아요. 추운 날씨에 새벽부터 일어나 귤을 하나씩 따서 수확하고, 상한 귤은 거르는 등 가공하는 작업도 필요하니까요. 물론 귤이 별처럼 총총 열린 장면은 아름답지만 실제로 그 노동에 가담하는 순간만큼은 춥고, 배고프죠. 그런 귤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가득한 책입니다. 띠지에 이렇게 적혀 있어요. “볕은 따스하다가도 과랑과랑 비는 반갑다가도 곱곱하고 바람은 살랑살랑 부드럽다가도 팡팡 불었겠지.”


김성라 작가님의 전작인 『고사리 가방』 도 그랬지만 『귤 사람』 도 귤 따는 일을 미화하지 않아요. 성가시고, 힘이 드는 일이고요. 게다가 올해는 귤이 너무 많이 나와서 농가가 어렵대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귤을 또 한 번 주문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했어요. 또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이겠습니까. 제주도 방언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에요. 늘 책 아래쪽을 유심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어요. 각주로 이것이 어떤 말인지 알려주고 있거든요.

 

김성라의 『귤 사람』 을 읽으며 까먹되, 까먹지 않는 기분이 되었다. 조심조심 껍질을 까서 잘 익은 과육을 입 안에 밀어 넣는 기분이었다가 달고 시고 촉촉한, 다 먹고 나서도 한동안 울려 퍼지는 이 맛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 깨달았다. 귤을 건넨 사람과 귤을 나눈 사람이, 그리고 귤의 알맹이처럼 여문 기억들이 입천장에서 단비처럼 쏟아졌다. 페이지마다 귤들이 별처럼 총총 떠 있어서 시종 눈을 홉뜨고 입을 헤벌릴 수밖에 없었다. - 오은 (시인)

 

겨울에는 그나마 바깥일보다는 집안일이 나은 것 같아요. 이 책을 보면 ‘추위에 바깥에서 귤 따는 사람도 있는데 나 그냥 밀린 빨래 하자, 설거지통에 손 집어 넣자’ 이런 마음이 들지도 몰라요.(웃음)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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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