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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펀 홈』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요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15회) 『펀 홈』, 『나의 독산동』,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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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 (2019.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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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콩에게 충격을 안긴 ‘가족희비극’ 『펀 홈』 , 잃어버리면 안 될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나의 독산동』 , 애자일의 실체를 알려주는 책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을 준비했습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 『펀 홈』
앨리슨 벡델 글그림/이현 역 | 움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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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벌새』 의 시나리오집으로 김보라 감독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잖아요. 그 시나리오집 안에 앨리슨 벡델과 김보라 감독님의 대담이 실려 있었고, 그 대담에서 김보라 감독님이 『펀 홈』 이라는 작품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강조한 부분이 있었죠. 그래서 이 작품에 궁금증을 가지고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최근에 보게 되었는데요. 너무 충격 받았습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자신의 가족사를 이렇게 담아냈지, 하는 것도 너무 놀랍고요. 이런 가족사가 있었다는 게 더 놀라워요. 어떻게 이런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살고 있었지, 하고 놀라운 지점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일곱 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요. 각각의 장을 보면 호머의 『오디세이』 같은 작품이 나오기도 하고, 맨 처음에 시작할 때도 자신의 아버지가 ‘이카루스이자 다이달로스였다’는 표현들로 시작을 하기 때문에 신화적이라는 인상을 받는 것 같아요.


아버지를 왜 다이달로스라고 하느냐 하면, 굉장히 재능이 있는 사람인데, 이 재능이 인테리어와 집 안팎을 가꾸는 심미적인 재능이에요. 그래서 외딴 작은 마을에 있는 목조 골조만 남아있던 집을 사서 18년 동안 손수 공사를 해서 대저택을 만듭니다. 아빠의 직업은 영어교사이자, 집안의 가업인 장의업을 하는 장의사이기도 해요. 이 장의업을 하는 공간의 이름이 ‘funeral home’인데 가족들이 그걸 줄여서 ‘fun home’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펀 홈』 이라는 제목 옆에는 ‘가족 희비극(a family tragicomic)’이라고 되어 있어요. 이 말의 의미가  『펀 홈』 이라는 단어에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장례식이라고 하는 음울하고 정체된 것 같은 분위기와 너무나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신화적인 집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펀 홈』 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앨리슨 벡델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장면들이 나오다가 대학에 가서야 동성애자임을 깨달아요. 그래서 집에 편지를 보냅니다. 그러고 난 뒤에 엄마와 통화를 하다가 너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돼요. 아빠가 게이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엄마는 영어 교사이자 아마추어 연극배우이기도 한데, 결혼해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아빠의 성 정체성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그래서 부부 사이도 전혀 살갑지 않고, 엄마는 피아노와 연극 등 자신의 예술 세계에 몰입하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이런 너무 이상한 가족의 이야기인 거죠.


더 충격인 것은 앨리슨 벡델이 커밍아웃을 하고 아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알게 되고, 그 후 4개월 뒤에 아빠가 죽습니다. 그런데 그 죽음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사고라고 생각하겠지만 앨리슨 벡델은 자살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책은 작가가 자신에게 있었던 커다란 사건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기묘했던 집안사를 너무 너무 정교하게 교직을 해놨어요.

 

 

그냥의 선택 - 『나의 독산동』
유은실 글/오승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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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실 작가님이 다섯 살 때 독산동으로 이사를 가셔서 스무 살 때까지 사셨다고 해요. 이 그림책은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1980년대 독산동의 풍경이 그려져 있어요. 첫 장부터 동네 전경이 나오는데 자세히 보면 주택가와 공장지대가 분리되어 있지 않아요.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들을 떠올려 봐도 주택 안에 1층이나 지층에 가내수공업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고 골목 건너에 바로 시장 초입이 있엇던 것 같은데요. 이 책을 보면서 지나간 시절의 풍경들을 되짚어 보게 돼요.


책에 실린 그림을 보면 푸른색, 검은색 계열의 어두운 색도 많이 썼는데 빠지지 않는 게 노란색, 주황색 계열이에요. 그래서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따스한 기운이 계속 느껴지고요.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그림, 유화처럼 보이는 그림도 있어요. 터치가 거친 듯 보이면서도 주인공을 비롯한 아이들, 인물들은 동글동글 귀여운 느낌으로 그려져 있고요. 일단 이미지가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었고, 이야기도 비범하다고 느꼈습니다.


주인공 ‘은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안 된 아이예요. 첫 문장이 “날마다 받아쓰기를 한다. ㅁ이랑 ㅂ이 자꾸 헛갈린다”예요(웃음). 그런데 어느 날은 받아쓰기를 하지 않고 답을 고르는 시험을 봤어요. 사회 시험이었는데 문제가 ‘이웃에 공장이 많으면 생활하기 어떨까?’였어요. 보기는 1번이 ‘매우 편리하다’, 2번은 ‘조용하고 공기가 좋다’, 3번은 ‘시끄러워 살기가 나쁘다’였고요. 독산동에 사는 은이는 1번을 골랐는데 정답은 3번이었어요. 은이가 선생님을 찾아가서 이야기합니다. 2번 문제의 답이 1번 같다고요. 그러자 선생님이 ‘아니야, 공장이 많으면 시끄러워서 살기가 나쁘잖아. 이 동네처럼. 교과서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고 말합니다.


은이가 말해요. “처음 알았다. 우리 동네가 시끄러워 살기 나쁘다는 걸. 선생님이 가르쳐주기 전에는 몰랐다. 내가 나쁜 동네에 산다는 걸.” 그러고 나서 은이는 ‘아니, 이웃에 공장이 있으면 좋은데?’라는 생각으로 그 이유를 하나 하나 떠올립니다.


그리고 저녁에 부모님 앞에서 사회 시험지를 꺼내면서 물어봐요. “아빠, 교과서도 틀릴 수 있어?” , “엄마, 선생님도 모를 수 있어?” 그러자 부모님은 “우리 동네는 우리 은이가 잘 알지”라고 말해줍니다. 엄마는 시험지를 파일에 끼우고, 아빠는 “이 다음에 어른 될 때까지 이 시험지 잃어버리지 마라”라고 말하고요. 밤이 되자 불을 끄고 누운 은이는 걱정해요. “어른 될 때까지 잃어버리면 안 되는데” 하고요.

 

 


단호박의 선택 -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
스티븐 데닝 저/박설영 역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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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장류진 작가님을 모시고 『일의 기쁨과 슬픔』 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는데, 동명의 표제작이 ‘합시다, 스크럼’이라는 말로 시작하거든요. ‘스크럼’이라는 세 음절에 IT 업계에 계신 분들은 많이 반응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스크럼이 뭔지 몰랐거든요. 그냥 ‘아침에 서서 하는 회의’ 정도로만 알았어요. ‘애자일’이라는 것도 ‘애자일하게 일해야 한다, 애자일 방법론에 입각해서 일해야 한다, 지금은 애자일 경영으로 가야 된다’는 말은 엄청 많이 들었는데 대체 뭔지 모르겠는 거예요. 저도 정확히 몰랐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게 됐습니다.


저자 스티븐 데닝은 전(前) 세계은행 지식경영 책임자인데요. 400쪽 정도 되는 이 책 전체에 걸쳐서 ‘애자일은 방법이 아니다, 철학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앞서 ‘스크럼’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 스크럼은 애자일 철학을 위한 방법 중에 하나인 거예요. 경영 전반에 애자일 철학을 만들고 정착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도구 중에 하나인 거죠.


애자일(agile)이라는 단어는 ‘민첩한, 날렵한’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예요. 2002년 초반쯤에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처음 대두되었다고 합니다. 기업에서 전형적으로 벌어지는 의사 결정 과정들이 있잖아요. 부장이 있고 팀장이 있고 그 위에 또 다른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대표한테 보고하면 대표와 대표 이사들이 최종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이 다시 하달되는 방식이죠. 그런데 IT 업계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은 시장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복잡해서 당장 뭔가를 해야만 하는데 의사 결정 과정이 너무 비효율적인 거예요.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 이어졌다고 합니다. 지금의 시장을 표현하는 말로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가 있다고 하는데요. 점점 변덕스러워지고 불확실해지고 복잡해지고 모호해진다는 거예요. 이런 세계 속에서는 기존의 관료제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개발팀들이 ‘신속하고 민첩한 방법론’을 도입해 보자고 시작한 것인 ‘애자일’인 거예요.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한 사람들 사이에도 차이점이 있기는 한데요. 공통점을 추려 보면, 일단 업무를 굉장히 작은 단위로 나누는 거예요.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해결할 수 있도록 작은 팀에 배분해주고, 팀 전체가 달려들어서 해결하는 거죠. 시간 안에 업무량을 마칠 수 있도록 분배를 해주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건 그 업무 배분이 자율적이어야 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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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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