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다는 게 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것이라면, 이별을 한다는 건 조용하면서도 격렬한 물살을 따라 끝없이 떠내려가는 것이다. 당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순간은 어느새 지나가버리고, ‘이별의 주체’가 된 우리는 이제 뗏목을 타고 당신을 통과하고 초과한 채로 어디인지도 모를 곳에 다다른다. 『이별의 푸가』 가 그리는 세상은 바로 그 끝에 있다. 꼼짝없이 남겨진 우리가 결국 다다르고야 마는 이별의 폐허다. 우리는 그 폐허의 현장을 산책한다. 길가에 피어난 꽃을 보기도 한다. 다만, 당신의 부재에 머무는 일만큼은 잊지 않는다. 우리는 울지 않고, 고백하지 않고, 시를 쓰지 않는다. 대신 당신의 부재가 당신보다도 더 구체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한다. 당신이 옆에 없음에도, 당신과 함께하고, 당신의 부재 속에 머문다. 약속을 껴안듯이 희망을 껴안듯이 이별을 껴안는다. 우리는 이제 안다. 사랑이 끝나도, 그 사람은 오지 않아도, 이별의 계절은 결국 다시 온다는 걸. 우리는 본래 사랑의 주체가 아니라 이별의 주체라는 걸. 날마다 헤어지고 영원히 이별하는 우리에게 이보다 더 근사한 책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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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푸가김진영 저 | 한겨레출판
이별이 흘리는 슬픔과 외로움과 애태움과 아픔은 어느덧 침묵과 적요로 바뀌어서 “왜 이별해야 했을까?”라는 개인적인 질문에 “이별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고민을 더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