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특집] 보림, 사계절 출판사의 ‘그림책 만드는 법’
그림책 전문 출판사는 어떻게 그림책을 만들고 있을까? 보림과 사계절 두 곳의 그림책 편집자에게 물었다.
글ㆍ사진 기낙경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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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 보림


 

“0세부터 100까지 보는 그림책”

박은덕 (보림출판사 편집장)

 

 

그림책 작가 찾기


국내의 신인 작가들은 주로 전시회나 작은 워크숍에서 발표한 그림책 가제본을 보고 선정해요. 보림은 작가의 관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비슷한 이야기라도 작가가 어떻게 해석하고 느꼈는지를 주의 깊게 봐요.

 

 

보림이 찾은 작가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어요』  의 크리스 호튼이요. 2007년 볼로냐 도서전에서 포트폴리오 미팅을 하며 만난 작가인데요. 외국 작가라 해외에서 판권을 사 온 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첫 작품을 보림과 함께 만든 거예요. 이 작품은 영국을 비롯해 12개국에 판권을 수출했고 크리스 호튼은 지금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작가랍니다. 국내 작가로는 김동수 작가가 떠오르는데요.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을 통해 『감기 걸린 날』을 출간한 이후로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고 있어요.

 

 

해외 작가의 작품 찾기


외서는 이미 출간이라는 검증을 받은 책이기 때문에 출판 철학이 맞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요. 같은 주제의 그림책 여러 권을 비교해서 텍스트의 전달력이 좋고, 그림의 완성도가 좋은 책을 선정하려고 노력하고요. 반응이 좋았던 책으로는 이미 100만 부 판매를 훌쩍 넘긴  『사과가 쿵』  이 있어요. 재미있는 그림책은 아이들이 먼저 알아보는 것 같아요. ‘쿵’하고 떨어진 사과를 동물들이 함께 나눠 먹고 비가 내리면 함께 사과 속으로 피한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유쾌한 그림과 어우러진  그림책이랍니다.

 

 

작가와의 소통


가장 이상적인 그림책의 출간 기간은 1년 6개월 정도로 생각해요. 많은 경우 더 걸리지만요.(웃음) 그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섬네일’ 즉 아이디어 스케치 단계인데요, 길게는 절반 혹은 2/3의 시간을 이 단계에 할애해 다양한 연출을 시도해봐요. 요즘은 표지와 제목에도 많은 시간을 투여하는데, 제작도 마찬가지에요. 여러 번 색 교정을 내서 원화에 가장 근접한 종이와 인쇄 방식을 찾아요. 결국 다 중요하네요.(웃음)

 

 

그림책 마케팅


채색이 된 원화 단계부터 마케팅 팀과 공유해요. 각 그림책의 특징을 여러 번 공유하는데, 그림책은 주제와 소재에 따라 마케팅 특판 방식이 달라져요. 특히 영유아 책인 경우 산부인과나 다양한 영유아 브랜드 등과 함께 콜라보를 많이 시도하기도 해요.

 

 

그림책 창작 스튜디오


보림은 1999년부터 12년간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을 진행해 왔어요. 그 경험을 토대로 시작한 것이 2013년 문을 연 ‘보림창작스튜디오’예요.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인데, 1년 6개월 동안 멘토와 함께 그림책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권정민 작가의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 박은정 작가의  『채소 이야기』  와 『안녕』 , 이미나 작가의  『터널의 날들』  과  『나의 동네』 , 신혜원 작가의  『나의 여름』  이 모두 이 스튜디오를 통해 나온 작품이고요, 모두 작가 고유의 개성이 살아 있는 작품이란 걸 느낄 수 있어요.

 

 

보림 그림책의 색깔


보림의 슬로건이 0세부터 100까지 보는 그림책이에요. 소장하는 기쁨을 모토로 한 『더 컬렉션』 시리즈처럼 영유아부터 어른까지 그림책을 보고 즐기는 것을 추구하죠. 그림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재미있는 일들을 하려고 해요. 우리 곁엔 늘 친구 같은 그림책이 있으니까요.

 

 

2019년 기대해도 좋을 그림책


올해는 ‘아트사이언스’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해요. 새로운 관점으로 다양한 과학 그림책들을 출간할 예정이고, 2019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 상을 받은 『모모와 토토』라는 창작 그림책도 기대하는 작품이에요. 책도 사람처럼 각자의 인생이 있는데, 출간하는 모든 책이 각자의 멋진 인생을 누리길 진심으로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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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 사계절

 

 

“마음 톡톡 두드리는 그림책”

이지연(사계절 출판사 그림책편집자)

 

 

그림책 작가 찾기


그림책 장르가 다양하게 분화하면서 작가마다 스타일도 일하는 방식도 다 달라요. 그래서 진행 방식도 다르죠. 출판사는 이렇게 작가마다 서로 다른 고유한 특성을 파악해서 ‘시간을 들일 때’와 ‘힘을 뺄 때’를 결정해요.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는 어떤 기준을 세워서 판단하기보다, 작품이 새롭다면 완성도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더 보려고 해요.

 

 

사계절이 찾은 작가


서현 작가님을 꼽고 싶네요. 데뷔작이  『눈물바다』  인데 그 책이 올해 10주년이에요, 그 뒤로 『커졌다!』  ,  『간질간질』  이 나왔죠. 서현 작가님은 발랄한 상상력을 갖고 끝까지 가는 힘이 있어요. 아이들을 위로해 주고 응원해 주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고요. 다음 신간도 준비 중인데, 작가님 힘내 주세요!

 

 

해외 작가의 작품 찾기


해외 그림책들은 수시로 찾아요. 국내 작가와 다른 색깔을 가진 작업물이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것 같은데, 시각적으로 새롭고, 더 실험적인 것들, 그러면서도 너무 앞서가지 않는 책들이요. 말하고 나니 애매하네요.(웃음) 하여튼 좋은 걸 보는 눈은 다 비슷해서 빨리 움직이는 것도 중요해요. 최근에는 요안나 콘세이요의  『잃어버린 영혼』  과 하이케 팔러와 발레리오 비달리의  『100 인생 그림책』  이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둘 다 성인을 타깃으로 한 그림책이에요. 그림책을 좋아하는 성인들, 이미지 안에서 사유하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그림책들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와의 소통


내러티브, 장면 연출, 호흡 조절처럼 그림책의 구조와 밀접한 얘기들을 많이 해요. 생각은 바뀌고 소통 과정은 여러 번 거듭되죠. 끝이 없어요! 편집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면 적합한 종이를 물색해서 인쇄 테스트를 하고 이에 따라 보정을 하기도 해요. 별색을 쓰기도 하고 형광 잉크를 섞기도 해요. 섬세한 논의와 작업들을 통해 눈에 보이는 차이를 만들어 내려고 애를 씁니다.

 

 

그림책 마케팅


그림책은 그 자체로 시각적 전달력이 좋아요. 그래서 그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해요. 보이는 것들을 최대한 감각적으로 만들려고 후속 작업에도 공을 들여요. 특히 그림책을 소개하는 집중도 높은 영상물은 그 자체가 효과적인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사계절만의 소통


‘사계절 통신’이라는 소식지를 만들고 있어요. 신학기에 맞춰 도서관, 학교에 보내는 책 알림 소식지죠. 또 ‘이야기가 있는 그림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도서관에 저희가 만든 그림 액자를 대여하고 있고요. 이런 노력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독자 서비스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광화문에 있는 사계절 북카페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그림책 보고 듣고 만들기’ 프로그램을 열고 있어요. 가볍게 서점에 와서 그림책을 같이 읽고, 해당 그림책에 관한 소소한 활동을 독자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죠. 독자 서비스의 일환이에요. 무료이고, 누구나 참여 가능해요.

 

 

사계절 그림책의 색깔


출간한 책들이 모여 발자취가 되고 특성이 되겠죠. 힘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그림책의 물성과 내러티브가 잘 어울리는 그림책, 시각적으로 새로운 그림책, 사유가 확장되는 그림책에 많은 관심이 있어요.

 

 

2019년 기대해도 좋을 그림책


여러 작품이 있지만 곧 출간할 홍나리, 안승준 작가의 『썸데이』(가제)를 기대하고 있어요. 뮤지션 안승준 씨와 그림책 작가 홍나리 씨가 콜라보레이션한 그림책인데요, 음악과 영상, 책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어요. 마음을 톡톡 두드리는 그림책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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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 #그림책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어요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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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