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예린, 알앤비, 재즈와 함께 버무린 시티팝의 향기
새로운 스타일의 팝 스타가 필요했던 시기에 백예린은 신선한 앨범으로 자신의 색깔을 아로새겼다.
글ㆍ사진 이즘
201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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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예린의 두 번째 미니앨범은 성실함의 성과다. 2년이 넘는 공백에도 꾸준히 미발매곡을 SNS에 공개하며 활동을 이어온 그는 지난한 연습의 나날을 트렌디한 감성 포착으로 이어받아 즐기기 좋은 팝 음반을 만들었다.

 

알앤비, 재즈의 문법 위에 어렴풋하게 버무린 시티팝의 향기가 두드러진다. 작품의 색감을 여실히 보여주는 1번 트랙 '야간 비행'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자극되는 몽롱한 감성이 앨범 전체를 채색한다. 편곡에 참여한 인디 밴드 치즈 출신 구름의 영향력은 이 같은 기조에 특출난 개성을 선사한다. 백예린의 세련된 보컬을 편곡자의 마이너한 감각과 잘 섞어 주류와 언더그라운드 사이 '나만 듣고 싶은 음악'의 기본 공식을 채득했다. 

 

여러 차례 증명된 그의 가창력이 이번 앨범에서 매끄럽게 녹아든다. 'Our love is great'에서 부드러운 리듬감을 뽐내고, <더 팬>으로 유명세를 치른 인디 뮤지션 카더가든이 합세한 '내가 날 모르는 것처럼'에서는 남녀 가수가 합을 이뤄 유려한 듀엣 감각도 보여준다. 홀로 작사, 작곡한 'Dear my blue'는 가창의 절정으로, 피아니스트 윤석철의 연주 위 특유의 소울풀하고 은은한 목소리가 빛난다. 한결 유연해진 영어 가사의 운용도 전작보다 나아진 특기점이다. 

 

다만 중독성 강한 멜로디의 부재가 아쉽다. 앨범을 둘러싼 정적이고 고요한 기운은 듣는 이를 사로잡지만, 선율이 전체적으로 평이하고 비슷한 음정에 머물러 밋밋하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우주를 건너'나 'Bye bye my blue'에서 보여준 울림 있는 후렴이 없다. 일관적으로 '분위기'에 중점을 뒀으나, 결정적인 한방이 느껴지지 않아 훌륭한 밑그림의 강점이 무뎌졌다.

 

그럼에도 신보는 단번에 차트의 성적과 대중의 호평을 확보하며 입지를 다졌다. 인디와 메이저를 잇는 외양으로 대중을 공략했다는 점, 그걸 보컬에 잘 녹여내며 자신의 목소리를 사용할 줄 아는 가수임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를 지닌 성취다. 새로운 스타일의 팝 스타가 필요했던 시기에 백예린은 신선한 앨범으로 자신의 색깔을 아로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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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예린 #Our Love Is Great #Dear my blue #우주를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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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