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속도로 살아도 괜찮아
괜찮아, 천천히 도마뱀
윤여림 글 / 김지안 그림 | 웅진주니어
나는 어릴 적부터 굼떴다. 답답해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주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 『괜찮아, 천천히 도마뱀』 은 나처럼 느린 아이에게 추천하는 그림책이다. '천천히 도마뱀'은 무엇이든 천천히 하는 덕분에 친구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쉬어갈 때를 알려준다. 모든 일을 미리 하려는 새에겐 따뜻한 차를 주고, 넘치는 힘 때문에 짜증이 난 코끼리에겐 하늘을 보자고 말한다. 반대로 도마뱀이 곤란할 때에는 빠르거나 힘 센 친구들이 도움을 준다. 각자의 속도따라 살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다정한 이야기. '느린 도마뱀'이 아닌 '천천히 도마뱀'인 이유다. (이정연 MD)
알려고 하기 전에 아는 사람들
타락한 저항
이라영 저 | 교유서가
세상엔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 사건이 발생하면 무슨 판단들이 그렇게나 재빠른지 순식간에 날 선 입장들을 내놓는다. 사건이 걸쳐있는 복잡한 맥락으로부터, 사건 속에 위치한 타인의 경험으로부터 생각을 출발시킨다면 이토록 빠를 수는 없다. 이미 가지고 있던 생각과 피아 구분 속에 사건을 집어 넣으면 자판기처럼 나오는 판단. 이것이 속도의 실체다. 이 책은 신중하지 않고도 명쾌해지는 결론들, 알려고 하기 전에 이미 안다 여기는 사람들이 낳는 세상의 풍경을 그린다. 지배하는 자와 저항하는 자를 막론하고, 이 시대에 결여된 태도에 대해 예리하게 문제 제기한다. “참여하되 구속받지 않아야 한다.” (김성광 MD)
하늘의 새를 찾는 일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필리프 J. 뒤부아, 엘리즈 루소 공저/맹슬기 역 | 다른
새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궁금해서 들었더니, 곧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만든 책. 도시에도 고개를 들면 새는 있지만, 그들의 날갯짓에도 다 의미가 있다는 걸 이전엔 왜 몰랐을까. 자연의 리듬에 따라 유유히 살아가는 새들의 이야기는 “새는 언제나 현재를 산다”로 관철된다. 절제를 모르는 개똥지빠귀의 자유로움부터 자기를 인식할 줄 아는 까치의 현명함까지. 재미난 이름을 가진 새들의 이야기에 빠져있는 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각자의 날갯짓이 깨어날 지도 모른다. 회색의 도시에 지쳐있다면, 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 차례. (이나영 MD)
만약에 있잖아, 내가 사라진다면 말이야
우주로 간 김땅콩
윤지회 글그림 | 사계절
'하아~! 재미없어. 유치원 가기 싫다. 만약에 말이야, 엄마 몰래, 유치원에 안 가면...' 책은 유치원에 가기 싫은 땅콩이의 상상으로 시작한다. 왕밤 선생님이 나를 찾겠지? 엄마 아빠도 깜짝 놀랄 거야. 경찰 아저씨들도 바빠지고 방송국에서 찾아올지도 몰라! 나 엄청 유명해지는 거 아니야? 모두 내가 보고 싶겠지? 호두 경찰, 완두콩 도둑, 땅콩이와 함께이고 싶은 오징어 등 각양각색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상상의 세계, 그 끝까지 가는 내내 같이 키득키득 웃게 되는 유쾌한 그림책이다. 아, 아이들의 <나를 찾아줘>는 이토록 깜찍한 것이다. (박형욱 MD)
내 동생이 쓰레기로 변해버렸어요!
레기, 내 동생
최도영 글/이은지 그림 | 비룡소
『레기, 내 동생』 은 못잡아 먹어 안달인 형제자매를 가진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동화책이다. 엄마가 동생만 예뻐하는 것 같아 속상한 날이면 언니는 수첩에 얄미운 동생 레미 이름을 살짝 바꿔 ‘내 동생 쓰레기’라고 손이 아플 때까지 쓴다. 그런데 다음 날 동생이 정말로 10리터짜리 쓰레기로 변해버린다. 그때부터 동생을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 자매가 함께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사랑하지만 어떨 때는 원수같은 형제 자매들의 속마음을 다루며,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은 작품이다. (김수연 MD)
밖으로 나가야 할 시간
한국 종교문화 횡단기
최종성 저 | 이학사
봄이다. 포근한 바람이 청명한 대기를 수놓는 날에는 답사를 떠나자. 삶이 풍성해진다. 아는 만큼 보이니, 걷기 전에 책을 펼치자. 『한국 종교문화 횡단기』 는 최근 본 답사기 중 가장 인상적인 책이다. 궁궐, 사찰 등 이름난 곳을 소개해온 답사기와 달리 이 책은 덜 알려진 공간을 조명한다. 동학에서 중요한 인물인 구암 김연국과 그와 관련된 장소가 그러하다. 다소 쓸쓸함마저 느껴지는 여정을 따르다 보면, 소멸하는 인간과 그 인간이 추구하는 절대성 사이의 심연을 깨닫게 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만물이 생성하는 봄, 읽기 좋은 책이다. (손민규 MD)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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