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Dream Theatre)가 문을 열었다. 부산국제금융센터 내 문화복합몰 7층에 들어선 드림씨어터는 3개 층의 객석에 모두 1727석을 갖춘 부산 지역 최초의 초대형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어떤 뮤지컬도 오리지널 스케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공연 운영 시스템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20주년 기념 인터내셔널 투어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대구에서 시작된 뮤지컬 <라이온 킹>이 서울에 이어 드림씨어터 개관작으로 부산에서 공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19일에는 공연장 안팎을 둘러볼 수 있는 프레스투어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설도권 드림씨어터 대표와 라운지 토크도 진행됐는데, 부산에 생긴 공연장이라 현지 뮤지컬 팬들에게 반가운 것은 물론이고, 국내 전체 공연시장에도 변화를 줄 수 있는 만큼 당일 거론된 많은 얘기들과 생각들을 관객 입장으로 돌아가 각색해 보았다.
1층 10열 29번 : 일단 외관이 특이하네. 전체적인 모양으로는 두 개의 현대식 고층빌딩을 연결하는 7층짜리 건물인데, 형태며 파스텔 톤의 색감이며 마치 뉴욕이나 파리 외곽의 이른바 명품 아울렛에 와있는 것 같은데(웃음)?
1층 10열 30번 :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공연장들은 너무 오래된 건물이니까 스위스 정도의 거리를 떠올리며 고풍스러우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살렸다고 하는군. 대부분의 공연장은 인터미션 때도 실내에만 있게 돼서 갑갑한 면이 있는데, 여기는 7층에 외부로 트인 공간이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그런데 라운지 공간은 좀 좁다. 포토월에서 사진 찍느라 줄 서 있는 사람들까지 겹쳐서 꽤 혼잡해.
1층 10열 29번 : 화장실도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해서 불편한 면이 있는데, 막상 들어서면 공간이 상당히 넓고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마음이 놓이는군. 뮤지컬의 인터미션이 대부분 20분이라 객석에서 마냥 기다릴 때는 길게 느껴지는데, 막상 화장실 다녀오기에는 빠듯하잖아. 여성 관객이 80% 이상이라서 더 그렇겠지만.
1층 10열 30번 : 새로 만든 공연장이니 관객들의 ‘니즈’를 충분히 감안한 셈이지. 1층에 1046석이 배치돼 있는데, 사진으로 봤을 때는 단차가 좀 낮다 싶었는데 실제로 앉아 보니 괜찮은 것 같아. 좌석 간 간격도 앞쪽은 1미터, 뒤쪽은 0.95미터라고 하니까 앉아 있을 때는 큰 불편이 없을 테고. 24인조를 수용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피트가 마련돼 있고, 그쪽에는 아예 좌석을 두지 않는다는군. 휠체어석은 중간 통로에 마련해서 좀 더 가깝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고.
1층 10열 29번 : 2층, 3층 객석도 꽤 신경을 쓴 눈치야. 어쩔 수 없이 경사도는 만만치 않지만 ‘사석’ 없이 어느 자리에서나 무대를 온전히 볼 수 있도록 배치했대. 발코니석도 아예 마련하지 않고. 실제로 3층 가장자리 객석에 앉아 봤는데, 무대가 잘려 보이지는 않더라. 그리고 의자 등받이를 앉은 사람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게 설치했는데, 무대 시야는 확보되면서 앞 사람의 머리 때문에 관극에 방해되는 일이 없어서 좋을 것 같아.
1층 10열 30번 : 2, 3층 객석은 단차가 매우 높은데 앞줄에 대한 안전바 역할도 하겠더라고. 어디서나 잘 들리고 어디서나 잘 보이는 공연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데 관객들 평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 사용자 입장에서도, 그러니까 공연을 직접 무대에 올리는 제작진의 만족도도 높도록 설계했다는데, 우리야 전문적인 내용이라 이해하기 힘들지만 일단 <라이온 킹>을 시작으로 연말에는 <오페라의 유령>도 공연한다고 하니, 그 작품들을 소화할 수 있는 공연장이라는 얘기겠지.
1층 10열 29번 : 그동안 부산에 대형 뮤지컬 공연에 최적화된 공연장이 없다는 얘기는 꽤 들었는데, 현지 관객들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일 것 같아.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데도 의외로 대구가 뮤지컬 도시로 입지를 다지면서 공연장도 많이 생기고, 언젠가부터 대구 찍고 서울로 오거나, 서울에서 시작해 대구로 가는 인기 공연들이 많아졌지.
1층 10열 30번 : 부산은 바다를 비롯해 즐길 거리가 많아서 공연시장이 크게 발전하지 못한다는 소리도 있었지(웃음). 그런데 이번에 <라이온 킹> 전석 매진에 결국 1주일간 공연을 연장했잖아. 물론 20년째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라이온 킹>의 힘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좋은 공연장, 퀄리티 높은 작품에 대한 현지 관객들의 갈증도 컸을 거야. 서울에서도 샤롯데씨어터, 블루스퀘어 등 뮤지컬 전용극장이 들어설 때 공연 팬들은 괜히 마음이 들뜨고 설렜잖아. 저 무대에 얼마나 멋진 공연들이 오를까! 기대감이 대단했다고.
1층 10열 29번 : 그런데 이번 <라이온 킹>의 경우 전체 관객 중 현지인 점유율은 절반 정도라고 해. 나머지 절반은 외지에서 유입됐다는 거지. 물론 <라이온 킹>은 서울이나 대구에서도 티켓을 구하기 힘들어서 부산까지 가서 보는 관객들이 많다고 하더군. 어쨌든 드림씨어터의 경우 앞으로 현지 관객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인 관객 유치도 고려해야겠지. 그러려면 라인업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일 테고. 사실 한국에 공연은 넘쳐나는데 상대적으로 아주 재밌는 공연은 늘지 않고 있잖아.
드림씨어터 설도권 대표
1층 10열 30번 : 그래서 설 대표도 진입 장벽을 높이겠다고 했잖아. 일단 <라이온 킹>이 끝나면 3개월간 기술적인 보완 작업을 거쳐 9월 <스쿨 오브 락>, 연말에는 <오페라의 유령>을 올릴 계획인데, 모두 내한공연이라고. 한동안 이 기조를 유지하지 않을까? ‘Killer Contents’로 승부하겠다는 거지. 해외 인기 공연 유치가 힘든 게 여전히 한국 공연시장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열악한 국내 대관 여건 때문이라고 하잖아. <라이온 킹>만 해도 한국에서 20주 이상 공연하는 조건을 제시했다는데, 우리는 한 공연장에서 3달 이상 공연하기 힘든 게 사실이지. 그런데 적어도 서울-대구-부산으로 우수한 공연장의 기반이 마련되면 한국 공연시장의 전체적인 볼륨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야.
1층 10열 29번 : 그래서 설 대표가 끝까지 말을 아꼈지만 내년 라인업이 무척 궁금하다고! 도대체 어떤 작품이 한국에 상륙하려나. <알라딘>? <찰리와 초콜릿 공장>? <라이온 킹>을 공연했으니 <워호스>도 오려나(웃음)? 공연을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도 유쾌한 상상이긴 하다. 런던으로, 뉴욕으로 직접 공연 보러 가지 않아도 따끈따끈한 신작을 빨리 만날 수 있다면. 공연 팬들의 꿈이기도 할 테고.
1층 10열 30번 : 그래서 극장 이름이 ‘드림씨어터’라잖아. Dream, See... 공연을 보고, 삶의 꿈을 보는 공간. 실제로 대한민국 공연 1세대 설도권 대표의 꿈이었다고 하는데, 공연쟁이들이 모두 꿈을 먹고 사는 돈키호테잖아. 현실을 비추는 거울의 기사에게 잠식당하지 않고 힘차게 팔을 뻗어 하늘의 별을 안은 모습이 멋지긴 하다!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