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이롭게 하는 추리소설 『마음을 조종하는 고양이』 , ‘관심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튜버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유튜버의 일』 , 자신이 좇아야 할 가치와 일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비커밍』을 준비했습니다.
그냥의 선택 - 『마음을 조종하는 고양이』
사이죠 나카 저/이규원 역 | 북스피어
옹기종기 팀의 캘리 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이에요. 『마음을 조종하는 고양이』 는 일본 추리 소설이고요.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이죠 나카 작가는 ‘제17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오늘은 뭘 만들까 과자점』 이라는 소설로 유명하고요.
소설의 주인공은 ‘미스지’라는 고양이인데 ‘괴뢰사’예요. ‘괴뢰’는 꼭두각시, ‘괴뢰사’는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요. 괴뢰사의 임무는 인간을 마음대로 조종해서 고양이에게 이로운 일을 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미스지가 사는 고양이 마을에는 원래 전임 괴뢰사 ‘요리마쓰’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행방불명이 되고, 고양이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 끝에 신임 괴뢰사로 미스지를 선임합니다. 미스지가 조종할 ‘괴뢰’인 인간도 정해지는데요. ‘아지로’라는 청년이에요. 자신은 희곡작가라고 하는데 딱히 쓴 작품도 없고, 그렇지만 큰 상점의 아들이라 먹고 살 걱정 없이 빈둥거리며 지내는 인물입니다. 덕분에 시간도 많고 잡학다식한 면이 있어요.
미스지가 괴뢰사가 된 후에 마을에 있는 고양이들이 부탁을 하러 찾아오는데요. 한 번은 어미 고양이가 와서 사라진 자신의 새끼를 찾아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새끼 고양이가 사라질 때 환전소 주인의 딸과 같이 없어졌거든요. 일단 환전소에 가서 전후 사정을 살펴봐야 하는데, 이럴 때 미스지는 환전소에서 사용하는 분동을 가지고 와요. 그리고 아지로가 보는 앞에서 가지고 놉니다. 그러면 아지로는 주인에게 돌려줘야 된다면서 환전소를 찾아가게 되는 거죠.
그런 식으로 여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요리마쓰의 실종과 관련된 단서를 찾게 되고, 소설의 후반부는 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채워집니다.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소설이었고요. 이야기의 결말이 굉장히 명쾌합니다.
단호박의 선택 - 『유튜버의 일』
이수진 저 | 스리체어스(threecharis)
오늘은 『유튜버의 일』 , 『특이점의 예술』 두 권의 책을 가지고 왔는데요. ‘북저널리즘’이라는 시리즈 전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책처럼 깊이 있게, 하지만 뉴스처럼 빠르게, 지금 우리가 깊이 읽어야 할 주제를 다룬다’는 기치로 창간됐다고 하고요. 사실 전달을 넘어서 해석이나 관점이나 깊이 있는 것을 제시하겠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신문을 거의 읽지 않고 오히려 전문가의 SNS, 외국 저널, 혹은 자신이 속해있는 네트워킹 모임에서 깊은 정보를 얻잖아요. 그래서 이 출판사는 기존의 거대한 미디어가 이제 붕괴할 예측을 한 거고요. 깊이 있는 정보를 조금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가볍고 작지만 알찬 책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기업 후원 없이 판매만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고요. 책에 담긴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디지털 콘텐츠로 구입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출간 목록을 보면 『일할 수 없는 여자들-공부한 여자들은 왜 밀려나는가』 ,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실리콘밸리가 사랑하는 커피』, 『합니다, 독립술집-나는 술을 팔기로 했다』 같은 책이 있고요. 공신력과 전문성 있는 저자들을 섭외 서 빠르게 출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시리즈는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가 있을 때 찾아서 보기 되게 좋을 것 같아요. 무언가를 봐야 할 때 정보가 너무 많으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문가가 무슨 말을 했는지 찾아보는 거잖아요. 한 권을 읽는 데 20~30분 정도 걸리는데요. 정보를 압축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이점의 예술』 은 인공지능에 관해서 설명하는 책인데요. ‘인공지능이 과연 창의적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술에서 인공지능이 일으킬 변화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고요. 인공지능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인간의 확장수단으로 이해하자는 관점으로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정확하고 구체적인 관점을 가지고 정보를 가공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유튜버의 일』 은 유튜버 열두 팀의 인터뷰를 통해서 다시 가공한 형태의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겸업하고 있는 유튜버 아홉 팀과 전업하고 있는 유튜버 세 팀을 선정해서 인터뷰를 했고요. 유튜버를 설명할 때 ‘관심 경제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획득하는 게 결국에는 사회경제적인 자본이 된 사회인 거예요. 유튜버들이 ‘관심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고 있어요.
톨콩의 선택 - 『비커밍 Becoming』
미셸 오바마 저/김명남 역 | 웅진지식하우스
미셸 오바마는 자신을 계발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해서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유능한 변호사가 되어서 시카고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에 있어서 ‘나는 이런 성취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던 거예요.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는 않고 계속 성취의 계단을 밟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미셸이 일하고 있던 법률 회사에 인턴이 오는데, 그 사람이 바로 버락 오바마였던 거죠. 이 남자는 그리고 있는 꿈이 너무 다른 거예요. 으리으리한 삶을 구가할 수 있는 선택지에 있어서는 너무나 단호하게 ‘이건 내가 가 닿고자 하는 계단과는 다른 계단이다’라고 생각하고 거절하고, 인권을 위한 활동이라든지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들을 연봉이나 금액과 상관없다는 듯이 일하는 사람인 거예요.
버락이라는 사람의 최고로 매력적인 부분은 뭐냐 하면, 이 사람은 ‘왜?’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거예요. 미셸이 이뤄낸 성취는 어마어마한 거잖아요. 사우스사이드에서 자라난 여성으로서 프린스턴과 하버드를 졸업하고, 여성으로서 그런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니까 결코 작은 성취가 아니죠. 버락은, 물론 남성이고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점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천성 자체가 거대한 꿈을 계속 보고 있는 사람이었던 거죠. 그런 오바마와 만나고서 미셸이 가치관에 대해서 묻기 시작하는 거예요. ‘너는 정말로 변호사 일을 좋아하니? 네가 정말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바는 뭐였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했던 거죠.
미셸은 변호사로서 자기 직업에 대해서 회의를 갖다가 결국은 비영리단체를 이끌게 되기도 하고, 흑인이나 저소득층 사람들이 건강 진단을 조금 더 편하게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고, 이런 일을 하면서 굉장히 큰 희열을 느끼게 돼요. 이 사람이 변호사를 그만둔다는 건 얼마나 큰일이었겠어요. 연봉도 줄고, 아이는 태어나고... 그러면서도 ‘내가 변호사 일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았구나’라는 것과,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사람들을 만나고 디테일을 챙기고 나아지는 것들을 보고 기쁨을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요.
‘내가 할 수 있기 때문에, 성취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본질적으로 찾고 그것을 좇기 위해서 무언가를 버리기도 하면서 뚜벅뚜벅 나아가는 거죠. 이 부분을 읽을 때 저는 가슴이 설레고 벅차올랐어요. 이 부분을 읽은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끝까지 추구할 만한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이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50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