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솔로 커리어로 복귀함에도 이미지 소모보다는 확고한 정체성 굳히기를 보여준다. 사실 이번 미니 앨범
하지만 같은 토양에서 발군의 깊이감을 뽑아낸다. 성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힘을 풀어 반대로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지난 싱글 「Move」의 연장 선상에서 이번 「Want」는 절제와 액션 포인트의 확실한 대비를 만들어 좀 더 다채로운 무대를 꾸민다. 마찬가지로 미니멀한 전자음의 「Artistic groove」는 젠더리스의 영역에서 왜 태민이 독보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잘 증명한 트랙이다. 허스키한 음색이 돋보이게 숨을 섞어 노래하고, 흐름의 강약에 맞춰 호흡을 끌어가는 장악력은 자연스레 이전 활동을 통해 만든 정체성과 이어지며 다시 한번 그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거칠게 터지는 드럼 비트와 오케스트레이션, 꽉 찬 백 코러스로 곡을 채운 「Shadow」와 퓨처베이스 기반의 발라드 「Truth」는 날 선 춤꾼보단 보컬리스트에 집중한다. 어쿠스틱 기타 중심에 가볍고 반복되는 선율이 전부인 「Never forever」 역시 다소 무난한 트랙일 수 있으나 태민의 음색과 곡 해석력으로 음반 내 존재감을 찾고, 유일하게 리얼 악기로만 이뤄진 「혼잣말」은 호소력 짙은, 감성 충만 표현력으로 무게감을 얻는다. 다만 메시지 측면에서 볼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끝 곡 「Want ~outro~」의 등장이 뜬금없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유기성이 부족함에도 문을 닫는 트랙을 배치해 얼개를 잡으려 하니 튀는 건 당연하다.
이 같은 응집력 부재는 지난 정규 1집에서도, 2집에서도 존재했다. 태민이 성취해야 할 다음 과제는 풀랭쓰 앨범 전체의 시작과 끝을 매끄럽게 다지는 일이다. 이번 미니를 통해 솔로 커리어의 저변을 넓히고, 춤, 보컬, 퍼포먼스, 비주얼 등 많은 부문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타 아이돌들과는 다른 확실한 구심점을 찾아냈으니, 이제 그가 오를 산은 본인 자신밖에 없다. 다음 음반에서는 어떤 메시지에 어떠한 색을 담아 어떻게 펼쳐 놓는가 중요하다. 이제까지 태민의 색을 잘 묶어냈으니, 이제 이를 음반에 잘 풀어낼 때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