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빨래> 20주년 기념 콘서트가 지난 11월 8일, 9일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렸다. 이틀간 총 3회 진행된 이번 공연은 티켓 오픈과 함께 약 3,000석의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실제 콘서트 현장에서도 <빨래>를 향한 애정으로 모인 이들이 객석을 가득 채우며 작품의 20주년을 함께 축하했다.
이번 콘서트는 ‘대한민국 대표 창작뮤지컬’로 불리는 <빨래>가 지난 20년간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2005년 정식 초연 이후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도 공연되어 온 <빨래>는 지금까지 누적 관객 수 130만 명을 기록했고, 누적 공연 수는 7,000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꾸준히 공연된 만큼 작품을 거쳐 간 배우도 700명이 넘는다. 이번 콘서트에도 이정은, 정문성, 김지훈, 이규형, 곽선영, 박지연, 배두훈, 강연정 등 배우 생활의 한 단락을 <빨래>로 장식했던 배우들이 참여해 작품에 얽힌 추억을 꺼내놓았다. 8일 공연은 2009년 5차 프로덕션을 함께한 배우 정문성, 곽선영이 진행을 맡았다. 9일 공연에는 10주년 기념 공연을 포함해 오랜 시간 솔롱고를 연기해 온 배우 이규형이 배우 김지훈과 함께 MC로 나섰다.



추민주 연출은 대학 시절 옥상에서 빨래를 널다 만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기억에서 <빨래>가 시작됐다고 회상했고, 민찬홍 작곡가는 대학 시절 추민주 연출과 함께 작업한 <빨래>가 군 제대 후 최종 완성된 이야기를 전했다. <빨래> 개인 통산 1,000회 공연을 돌파한 배우 김지훈, 심우성, 한우열은 사진을 통해 <빨래>와 함께한 시간을 돌아봤고, 박수를 한 손씩 나눠 치는 연인 관객에 대한 기억, 공연 중 무대에 짜장면 배달이 온 사연 등 <빨래> 공연 중 생긴 에피소드를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빨래>의 숨은 공신인 배우 김희원도 콘서트에 함께했다. 그는 <빨래>가 자리 잡기 전, 투자, 제작을 자처해 <빨래>가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졸업 공연을 관람한 후 <빨래>에 출연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유쾌하게 털어놓은 그는 ‘참 예뻐요’ 한 소절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지난 2023년 결혼한 배우 배두훈, 강연정은 2016년 18차 프로덕션 당시 연인이었음을 밝히며 솔롱고와 나영이 함께 부르는 넘버 ‘아프고 눈물 나는 사람’ 무대를 선보였다.
‘참 예뻐요’, ‘안녕’, ‘서울살이 몇 핸가요?’ 등 따뜻하고 친근한 멜로디의 넘버는 <빨래>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새롭게 스트링 편곡된 <빨래>의 넘버를 만날 수 있었다. <빨래>의 작곡과 이번 콘서트의 편곡을 맡은 민찬홍 작곡가를 필두로, 9인조 밴드가 직접 무대에 올라 풍성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빨래> 무대에서는 서로 만난 적 없는 여러 시즌의 배우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20년의 세월을 건너 모두가 <빨래>로 하나 되는, 이번 콘서트의 의미를 시각화한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배우가 다 함께 무대에 올라 넘버 ‘서울살이 몇 핸가요?(Reprise)’를 부르며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이에 관객들은 극 중 대사에서 따온 ‘우린 지치지 않을 거야’라는 문구가 적힌 슬로건을 흔들며 응원을 보냈다. <빨래>는 작품에 참여한 배우, 스태프뿐만 아니라, 한때 뮤지컬을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하는 관객 모두의 마음 한편에 언제나 애틋하게 자리잡고 있는 작품이다. <빨래>가 지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힘은 작품과 함께한 사람들과 관객의 애정에서 온다는 점을 이번 콘서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애정을 바탕으로 <빨래>는 다시 묵묵히 걸어 나간다. 언제나 그랬듯이, <빨래>는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2관에서 오픈런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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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희
뮤지컬 전문 매체 <더뮤지컬> 기자. 좋아하는 건 무대 위의 작고 완벽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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