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어반 자카파, 슬럼프는 깨끗하게 잘라냈다

어반 자카파 <05>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일상의 갖은 소재를 곁에서 듣기 좋게 노래해주니, 어떤 곡에 ‘나’를 투영해도 잘 어울린다. (2019. 02. 07)

2.jpg

 

 

최근 회자되는 어반 자카파 위기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비슷한 감정의 호소, 이지 리스닝 혹은 너무 짙은 감성 발라드 계열의 음악. 그 언저리를 오간 것이 지난 정규 4집 <04>이었고, 결과적으로 그 음반은 힘을 잔뜩 준 채 끝나 버렸다. 타이틀 「위로」 「미운 나」를 비롯해 수록곡은 어두운색으로 느리게 늘어지며 흘러갔고, 힘을 푼 트랙은 반대로 너무 가벼워 그 어떤 잔상도 남기지 못했다. 한 마디로 각자의 자리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여유를 놓친 것이다. 선율, 주제, 무게감으로 대변되는 여유를 말이다.

 

연장 선상에서 이번 앨범은 꽤 훌륭한 재귀를 이뤄낸다. 밤의 이미지로 시작해 사랑, 인생, 외로움을 자연스레 오간 뒤 다시 쓸쓸한 밤(「그런 밤」)의 잔상으로 마무리하는 이 여정은 어느 곡에 기대도 여운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잘 다져졌고, 무엇보다 멀어졌던 대중 감각을 되찾았다. 머리 곡 「이 밤이 특별해진 건」과 「뜻대로」는 고음에서 더 섬세한 떨림을 주는 권순일 음색과 조현아, 박용인의 호흡이 맞닿아 감성 저격 호소력을 만들어내고, 뒤이어 「혼자」는 달콤한 백 코러스로, 「목요일 밤」은 빈지노 피처링으로 잔뜩 힘준 어깨에 쉴 틈을 준다.

 

물론 그래서 이 작품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것이냐 묻는다면, 내 대답은 이렇다. 적어도 그간의 슬럼프, 그 고리는 깔끔하게 잘라냈다. 「나쁜 연애」에서 선보이는 조현아의 래핑은 (크게 이질적이지는 않더라도) 어딘가 부족한 리듬감을 드러내고, 연이은 「허우적허우적」 「비가 내린다」는 #미드템포, #피아노, #현악기의 해시 태그 안에서 별다른 특이점을 쟁취하지 못한다. 다만 이건 한 곡 한 곡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들여다보고 분석했을 때의 문제다. 조금 떨어져 전체의 흐름을 느껴보자면 음반은 어둡고, 밝고, 외롭고, 쓸쓸한 장면을 들숨에서 날숨 불듯이 흘려보낸다. 즉, 쉽게 와 닿고 편안하게 소화된다는 것이다.

 

되찾은 대중 감각이 반갑다. 흐린 마음을 달래주던 「그날에 우리」 「똑같은 사랑 똑같은 이별」 「널 사랑하지 않아」와 같은 초창기 곡들이 타이틀로 다시 한번 멋지게 부활했고, 「허우적허우적」은 극 후반 선명한 떼창 유도 포인트로, 「비가 내린다」는 작은 힘으로 살포시 누르는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가 빚어낸 포근한 멜로디로, 「비틀비틀」은 되려 덤덤한 보컬로 저마다 적절히 청취 욕구를 자극한다. 일상의 갖은 소재를 곁에서 듣기 좋게 노래해주니, 어떤 곡에 ‘나’를 투영해도 잘 어울린다. 그간의 아쉬움을 털어내기에 충분하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어반자카파 (Urban Zakapa) 5집 - 05

16,300원(19% + 1%)

4년 만에 발표하는 어반자카파(URBAN ZAKAPA)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 05 ] 대한민국 감성 음악의 최강자 ‘어반자카파(URBAN ZAKAPA)’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05] 를 발표한다. 한겨울로 가는 문턱에 발매되는 이번 정규 앨범 [05] 는 지난 2014년에 발표했던 정규 앨범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