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나무, 음압 폭격 없이도 날카로운 앨범
따뜻한 말들 사이로 찰싹 달라붙는 선율이 모이고 모여 늦겨울, 자주 꺼내 봄직한 힐링가(哥)가 탄생했다.
글ㆍ사진 이즘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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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뮤지션 권나무의 정규 3집 <새로운 날>은 담백하고 빽빽한 음반이다. 때로 어떤 곡에서는 가사보다 바이올린의 선율이,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또 어떤 곡은 “사람은 사람을 말해야지 않겠소”(「깃발」),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도 다 저마다 사랑이 내리네”(「빛이 내리네」), “너를 생각하는 이유를 몰라”(「도시에서」)하며 직설적이고, 단호하게, 일상의 순간과 생각을 포착하여 노래한다.

 

이런 의도된 빈 공간들, 그러니까 자극적으로 소리를 뭉치지 않고 편편하게 정제해 선율을 꾸리고, 자기 술회적일만큼 자신의 어조와 관점이 많이 담긴 노래 말들은 기존 권나무의 음악 성향과 큰 차이를 지니진 않는다. 다만 이번 신보는 이전까지와 달리 일렉트릭 기타, 현악기, 가끔의 지글거리는 엠비언트 사운드를 사용해 기존 무채색에 가깝던 곡조에 색깔을 입힌다. 너무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게 가미한 다양한 악기들이 그의 커리어 중 가장 오래도록 귀로 입으로 즐기기 좋을 완성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빛이 내리네」 「춤을 추고 싶어요」로 대표되는 구성의 단조로움과 「자전거를 타면 너무 좋아」 “도저히 이해가 안 될 때에는 너를 사랑한다 말해요” 이야기하는 「거짓말은 없어요」가 품는 순수한 감정의 발화는 이번 음반에서도 시너지를 낸다. 빠르지 않은 템포. 한 음 두 음 쉬어가며 호흡하는 보컬은 오랜만에 음악의 잔상에 취해 감상할 기회를 내주고, 「그대 곁에 있으면」에서는 휘파람으로, 혁명가스러운 「깃발」에서는 기존과 다른 거친 보컬로, 「사랑을 찾아갈 거야」에서는 피아노, 현악기, 노이즈를 결합하는 등 곡의 결에 따라 배합한 사운드 구성은 강렬한 음압 폭격 없이도 앨범이 날카로울 수 있는 이유다.

 

사람, 사랑, 고독, 즐거움 그리하여, 삶을 다루고 있는 이번 신보 <새로운 날>은 추운 겨울 잠깐 찾아온 봄바람처럼 포근하다. 언제나 어쿠스틱 악기의 건조한 소리를 중심으로 음악 세계를 그려가던 그가 더 다양한 질감을 손에 든 채, 예쁘고 아름다운 언어로 노래하니 한 곡 한 곡이 생생하다. “복잡한 말들을 쏟아내도 괜찮아, 어디론가 흘러가겠지, 후회들로 길을 잃어도 괜찮아, 모두 다 사랑을 찾아갈 거야”(「사랑을 찾아갈 거야」), “누가 먼저 이 길을 지났다면 내게 좀 알려줘, 끝이 없을 것 같은 지금 이 빛나는 날들”(「빛나는 날들」). 이 따뜻한 말들 사이로 찰싹 달라붙는 선율이 모이고 모여 늦겨울, 자주 꺼내 봄 직한 힐링가(哥)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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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