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성원의 생각과 사회 변화 흐름을 다각도로 관찰한 책이 출간됐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이자 사회학자인 배영 저자는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스무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최첨단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한국 사회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쳤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문자메시지 등 오늘날처럼 사회 구성원이 나누는 모든 대화가 디지털화되어 데이터로 쌓이는 시대에는 빅데이터 과학이 사회 변화의 흐름과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일찍이 그 가능성을 내다본 학자들은 많았으나 이를 사회 전반에 적용해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흐름을 읽어낸 연구자는 없었다. 『지금, 한국을 읽다』 출간의 의미가 깊은 이유다.
이 책은 지난 2016~2017년에 <한국일보>에 연재된 <빅데이터로 세상 읽기> 칼럼을 모태로 집필되었어요. 어떤 내용이었으며, 이를 계기로 『지금, 한국을 읽다』 를 집필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변화가 심한 한국사회에서 민심의 흐름과 지형을 살펴보고자 칼럼을 집필하게 되었어요. 일주일이란 시간은 너무 짧고, 한 달은 급변하는 우리 사회에서 길다면 긴 시간일 수 있어 2주에 한 번씩 연재를 하게 되었지요. 내용은 주로 컬럼 쓰는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었는데, 실질적인 문제를 짚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을 살펴보는 일이 보다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심리적, 추상적이기 때문에 드러내 파악하기 쉽지 않은 부분까지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책의 1부에 실려 있는 혐오, 불안, 행복, 분노의 키워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또, 2018년은 그 어느 때 보다 다양한 갈등과 변화의 시점이었기에 한국사회를 관련한 주제에 기반하여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로 파악하기 힘든 부분까지도 데이터로 분석되어 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싣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식의 출발이 왜 특정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는지 그 근원에 대한 파악을 하고 싶었어요. 공공의 영역에서 공식적으로 나타나는 담론과 함께 사적인 영역에서 이뤄지는 작은 목소리들이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나타나는지 알고 싶었지요. 공식적인 통계나 뉴스 외에도 사회 구성원의 생각과 사회 변화 흐름을 다각도로 관찰하기 위해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SNS 데이터와 언론 기사 데이터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았어요. SNS에는 개인의 일상적인 생각과 선호가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데이터로서의 의미가 크고, 언론 기사는 공적 영역에서의 담론 구조와 여론의 향방을 가능할 수 있는 훌륭한 지표가 돼주었죠. 하지만 사실상 빅데이터라 해도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일은 불가능하고, 데이터 추출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도 연구자의 자의적 판단을 완전히 배제하기가 어렵지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사회학자의 눈으로 개인과 사회의 마음을 읽고자 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은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다는 게 결코 쉽지 않고, 완벽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빅데이터를 통해 사회 구성원의 마음과 사회 변화 추이를 읽으려는 노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지요. 개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기록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고, 데이터는 계속해서 축적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 속에서 타인의 생각을 살펴보며 나의 생각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의미가 있겠지요. 또, 데이터가 있으니 어떤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과 결과, 연관된 요인 등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지요.
행복이란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사회구조적 요인이 개인의 행복과 불행에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는지요. 데이터를 통한 행복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신다면요?
행복은 저마다의 기준과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행복과 불행이 꼭 개인만의 문제일까’ 반문해보고 싶어요. 개인의 행복에 대한 관심과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한 사회적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또, 개인을 행복하게 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 일지에 대해 질문을 해볼 수 있겠지요.
데이터를 통해 봤을 때는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획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은 행복이라기 보다는 일시적인 기쁨의 성격을 갖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어렵게 취업이 돼서 일단 너무 좋지만 그것은 또 다른 고민과 걱정을 불러와요. 진정한 행복이라기 보단 ‘매우 기쁜 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데이터를 통해 나타난 행복한 상태는 오롯이 쉴 수 있는 쉼의 상태였어요. 즉, ‘세대를 불문하고 할 일을 마친 후의 편안한 쉼이 나타나는 상태’를 행복으로 꼽고 있었어요. 현재 우리의 삶이 너무 바쁘고 쫓기듯 살아가다 보니 다른 조건보다도 쉼에 대한 갈구가 나타나는 것이지요.
요즘 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워라밸을 중시하는데요. 현재 일과 여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며 무엇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나요?
일터와 가정의 분리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여가활동이 곧 노동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었다면, 현대는 여가활동 그 자체가 중요해진 여가 중심 사회가 되었어요. 개인의 삶에 있어 ‘쉼’은 ‘일’과 함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고, ‘쉼 없는 일은 불가능하고, 일 없는 쉼은 무의미’해진 것이지요. 전반적인 가치관의 변화 속에 여가의 의미가 변화되었고,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어요. 즉, ‘워라밸’ 세대는 완벽함에 대한 강박보다 자신의 부족함과 불완전함을 그대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여요. 자기애를 중시하고, 스트레스 제로를 추구하기 때문에 일에 매달려 자기 삶을 희생하려 하지 않지요. 지금 여기에서의 소소한 행복과 만족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이에요. 성장 우선의 개발 시대 논리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의 큰 문제인 저출산과 고령화 역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출산율 제고에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요?
2005년부터 저출산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목소리가 나타났어요. 이후부터 출산 장려금, 유아 보육료 지원 등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지원책은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지요. 하지만 일과 육아가 병행할 수 있는 제반 조건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또, 우리는 미래 사회에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인지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어린아이와 엄마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지요. 최근 늘어난 노키즈 존이나 신조어 ‘맘충’에는 분명 혐오의 시선이 섞여 있어요. 사회 구성원의 가치관의 변화로 결혼과 출산은 이미 선택의 영역으로 들어섰다면, ‘안심’하고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도록 이끄는 사회 환경이 구축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되어야 한다’는 말처럼, 출산 자체보다는 육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적폐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적폐 논의가 언제부터, 얼마나,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나요?
적폐는 세월호 참사와 19대 대선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슈로 떠올랐어요. 하지만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거나 모습을 달리해서 몰랐을 뿐 언제나 적폐는 존재하고 있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적폐는 단순히 없어져야 할 어떤 집단을 지칭하는 말보다는 우리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문제들과 행태의 개선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지역주의나 소수자에 대한 편견 등을 꼽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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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을 읽다배영 저 | 아날로그
오늘날처럼 사회 구성원이 나누는 모든 대화가 디지털화되어 데이터로 쌓이는 시대에는 빅데이터 과학이 사회 변화의 흐름과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