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수미, 경쾌한 리듬으로 떠안은 슬픔
인디 신의 이렇다 할 인디록, 드림팝, 기타팝 밴드가 없는 상황에서 세미수미의 우직한 약진은 다양성, 그리고 또 다른 신예 밴드 출현 가능성의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글ㆍ사진 이즘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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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우리가 함께 있던 곳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음반은 그리움, 향수, 과거, 그리고 낭만을 대변한다. 여기서 낭만의 기원은 밴드의 음악적 토대가 1980~90년대 유행한 인디록, 징글쟁글한 기타팝, 부우하는 소음으로 여백을 메우는 드림팝으로 채워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 앨범의 감성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현실에서 찾아온다.

 

부산을 근거지로 위의 언급한 장르에 덧댄 서프록 성향의 음악을 펼치며 활동해온 밴드에 조명탄을 쏜 건 사실 해외 평단이었다. 2016년 즈음 영국의 인디 레이블과 계약을 하고 현지 투어를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미국의 음악 웹진 피치포크에 리뷰가 실리고, 팝의 거장 엘튼 존이 자신의 라디오에서 세이수미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국외의 뜨거운 반응이 2013년 결성 이후 그룹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예상된 호기 속에서 이번 정규 2집의 발매가 미뤄진 건 드러머 세민의 사고 때문이다. 결성 멤버인 그의 부재에 밴드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이내 그를 추억하는 트랙을 써 내려갔다.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듯 나른한 기타 톤의 「Funny and cute」, 개러지 록 「B lover」는 세민의 이미지를 녹여낸 곡들이다.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지만 이를 어둡고 암울하게 채색하기보다는 밴드 특유의 낭만적인 선율로, 경쾌한 리듬으로 떠안았다. 아픔을 아픔으로써가 아닌 자신들이 술회한 모습으로 발랄하게 그려낸 이 두 곡은 밴드가 젊은 에너지를 응축할 수밖에 없는 증거이자 증명이다.

 

전체적인 진행은 정규 1집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노이즈 가득한 배경에 단조로운 선율을 녹이고, 흥겨운 리듬감을 실어 한껏 뛰어놀 무대를 만들어놓는다. 다만 음악적 역량을 조금 더 과감히 드러냈다. 잔뜩 찌그린 퍼즈 사운드와 정신없이 흩어져 있는 엠비언트 속에 한없이 나른하고 아기자기한 일렉트릭 기타 선율을 녹인 연주곡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에 대하여」는 제목이 담보한 이미지를 음악으로 풀어냈으며, 7분이 넘는 대곡 「Coming to the end」는 드림팝의 향내를 풍기며 거침없이 자유로운 진행을 선보인다.

 

전형적인 세이수미 스타일의 「Old town」이 무심하게 내뱉는 보컬을 택했다면, 장난스러운 보사노바 곡 「너와 나의 것」은 정직하게 매 음을 짚어내고, 「Funny and cute」는 허스키한 보이스 칼라의 매력 십분 살린다. 또한, 잠시 숨을 죽였다가 확 터져 나오는 악기의 합심 공격과 허밍으로 특징지어지는 「어떤 꿈」은 그룹의 곡 장악력을 보여주는 근사한 트랙이다.

 

변화가 없는 듯 하지만 곡에 따라 창법을 미묘하게 바꾸고, 과거에 찾아볼 수 없던 긴 호흡의 곡을 집중력 있게 끌고 가는 등 음악적 향상을 일궜다. 인디 신의 이렇다 할 인디록, 드림팝, 기타팝 밴드가 없는 상황에서 부산 출신 세미수미의 우직한 약진은 다양성, 그리고 또 다른 신예 밴드 출현 가능성의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가치 있는, 주목해볼 행보를 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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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수미 #Where We Were Together #Funny and cute #Coming to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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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