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힘들 때 가장 소중한 것부터 내려놓을까?
저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 때문에 제 삶에 일의 무게, 책임의 무게, 마음의 무게 등을 척척 얹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제게 너무 미안했어요. 그래서 소심하지만 소신 있고 당당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죠.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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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일까? 가족? 사랑? 일?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전부 다르겠지만, 여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자기 자신’이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사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삶이 벅차다고 느낄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내려놓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 결국엔 짓눌린 인생을 두둥실 뜨게 하는 부력이 되고, 지친 일상에서 당신을 일으켜 세울 것이기 때문이다. 김민영 작가는 자신의 책 『삶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 에서 당신 인생의 부력을 돌이켜 묻는다.


먼저 책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집필하시게 되었는지 알려 주세요.

 

사실 첫 책을 내고 나서 앞으로도 글을 계속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쓴다면 무엇을 써야 할까 등의 고민이 많았어요.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거든요. 회사를 떠나고 보니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들의 문장, 생각, 재능도 탐이 났고, 무엇보다 쓰는 것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무척 부러웠어요. 저도 글을 일로써 오래 다뤄 왔지만 늘 어렵기만 했고, 잘 써야 한다는 압박이 컸거든요. 그래서 헷갈렸어요. 글을 쓰려는 이유가 ‘쓰는 걸 정말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인지. 종이에 글자 한 자 적지 않으면서 쓸지 말지만 머리 터지게 고민하다 저에게 성질을 냈어요. “이럴 거면 뭐라도 좀 써봐!” 하고. 가벼워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머리도, 글도.

 

그래서 잘해야겠다는 욕심은 내려놓고 지금의 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일, 인간관계, 현실 등 버거운 무게에 짓눌리면서도 어떻게든 일어서고자 하는 버둥거림과 결심이 자연스럽게 글에 녹아들더라고요. 그 글들이 모여 『삶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이란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은 제게도 큰 의미가 있어요. 글을 쓰는 것이 제 삶의 무게를 줄여 주는 부력 중 하나가 되었거든요. 덕분에 계속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가벼워지고자 했던 결심이 저만의 부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됐던 거죠.


방송사, 잡지사 등 여러 직장에서 일하셨더라고요. 왜 회사에 소속되어 하던 일을 그만두셨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미 퇴사하신 분이나 남몰래 퇴사 준비 중인 ‘퇴준생’ 분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유에서죠, 뭐. 회사에서 겪는 합리적이지 않은 일들, 업무의 만족도, 앞으로의 인생 계획 등을 고려해서 결정했어요. 많이들 고민하지만 실행으로는 옮기기 힘든 퇴사를 그래도 저는 세 번이나 한 걸 보면 용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니, 무모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다 마지막에 내린 결론은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저의 일을 스스로 꾸리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여성들은 결혼 후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경험을 많이 하잖아요. 더 늦기 전에 회사 밖에서 스스로 독립할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회사는 저를 책임져주지 않으니까요.

 

지금까지는 회사 안에서 회사 이름, 직위, 업무 등이 저를 증명해주는 삶을 살다가, 그것들을 다 버리고 저라는 사람을 증명하려니 쉽지 않더라고요. 또 계획했던 일도 회사 안에서 보던 것과 밖에서 직접 부딪혀보는 건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꽤 오래 방황했어요. 가끔 회사가 주는 안정감과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이 그리웠지만 간신히 참았어요. 어차피 회사를 간다 해도 네 번째 퇴사, 다섯 번째 퇴사, 그렇게 평생 퇴사 횟수만 늘리게 될 것 같았거든요. 다행히 지금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덕분에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웃으며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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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든 관계에서든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역할과 능력을 보여 줘야 했다'고 이야기하신 부분이 와닿았어요. 퇴사를 기점으로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는 삶과 스스로 확신하는 삶으로 작가님의 삶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더 분명하게 알게 됐어요. 전에는 그저 회사의 요구와 남들의 시선에 저를 끼워 맞추는 데 급급했습니다. 제가 어떤 삶을 살길 원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회사나 타인이 보이는 인정과 칭찬에 “그래, 내가 잘 살고 있구나” 하며 위안을 삼았던 거죠.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제 안의 무언가를 꺼내놓았고, 그걸 칭찬으로 확인받으면 편안해졌어요. 혼자서 확신하지 못하지만 누군가 인정해 주니 괜찮은가 보다 했던 거죠.

 

그러다 회사 밖으로 나오니, 스스로 확신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더라고요. 잘 달래서 일 시켜먹으려는 상사도 회사도 없잖아요. 프리랜서는 겉보기엔 멋있어 보이지만 일감을 주는 사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이 끊겨요. 누구의 칭찬도, 조언도, 함께할 미래도 기대할 수 없어요. 결국 누가 인정해 주지 않아도 자기 자신에게 떳떳해질 수 있도록, 내 능력과 노력에 확신을 갖고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밖에 답이 없겠더라고요. 다행히 점점 하고 싶은 일에 가까워져 가고 있어서 힘든 순간들도 이겨낼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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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 ‘나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스스로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소심하고 예민한 편이에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상대가 보이는 작은 반응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 상처받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당신의 말과 행동이 내겐 상처가 됐다고 앞에서는 말도 못 했어요. 뒤에서 다른 사람을 붙잡고 구시렁대기만 했죠. 늘 타인이 저에게 상처를 준다고 생각했어요. 정작 그들은 다리 쭉 뻗고 편안히 잘 잘 텐데, 저 혼자 쉽게 떨쳐 내지 못하고 늦은 밤까지 곱씹으며 잠 못 이루는 게 억울하고 화가 날 때도 있었어요.

 

그러다 언젠가 저에게 상처를 주는 건 결국 저 자신이란 걸 알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돼 스스로를 괴롭히고, 소중한 것들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제가 있더라고요. 저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 때문에 제 삶에 일의 무게, 책임의 무게, 마음의 무게 등을 척척 얹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제게 너무 미안했어요. 그래서 소심하지만 소신 있고 당당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죠. 다른 사람들의 관심에 사로잡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부터 멈추면서, 스스로에게 미안할 일을 덜 만들고 저를 소중히 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책 제목이  『삶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 인 만큼, 힘들 때 작가님께서는 삶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어떤 일들을 놓지 않고 계시는지 알려 주세요.

 

어려서부터 열망했던 아나운서의 꿈은 재능이 부족해 포기했지만, 지금도 종종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콘텐츠 등의 제작에 쓰이는 목소리 기부를 하고 있어요. 방송을 하고 싶다기보다 그저 마이크를 잡는 게 좋아서요. 꼭 직업으로 삼지는 않더라도, 좋아하는 일 자체가 저에게 가치 있고 즐겁다는 걸 이젠 알거든요. 덕분에 잘해야만 하는 일들에 치여 지쳤을 때, 가끔 마이크를 잡으며 마음의 피로를 풀곤 해요. 직업적으로 욕심내지 않아도 흥미 있는 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찾아보면 많더라고요.

 

또 마음이 유난히 고단한 날이면 조명만 켜놓고 좋아하는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어요. 기분에 따라 차나 커피, 맥주를 곁들이고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온전한 저만의 시간인 거죠. 단 몇 분이지만, 방전된 배터리가 가득 충전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툭툭 털고 일어나게 되요. 사실 지친 삶을 일으켜 세우는 건 정말 작고 사소한 것들이에요. 책에서 읽은 마음에 드는 문장을 외우려고 계속해서 되뇌는 일, 연인과 자전거를 타는 일, 깨끗하고 흰 셔츠를 새 옷처럼 구김 없이 다려 입는 일, 친구와 갑자기 만나 짧게 수다를 떠는 일. 잘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작은 것들이 여러분 삶에도 큰 힘이 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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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믿어주는 마음’을 갖는 게 솔직히 쉽지 않잖아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스스로 만족한다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자신감’과 남들의 강요에 흔들리지 않을 ‘자기 고집’이 필요해요. 남의 이야기에 충분히 귀기울이되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본인의 생각대로 중심을 지키는 것 말이에요. 처음에는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나중엔 그게 결국 나 자신을 편안하게 하는 행동이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그렇게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에 집중해 보면 좋겠어요. 나 있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응원하면서요. 어떤 조건도 달지 말고요. 많은 사람이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것에도 조건을 붙여요. 취업을 해야만, 다이어트에 성공해야만, 1등을 해야만. 그렇게 좋은 성과를 내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무조건 내가 나를 믿어 주고 최고라고 치켜세워 주세요. 혹시나 누가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한다고 해도 뭐 어때요. 그 사람 평생 볼 것도 아닌데.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하는 나만 잘 챙기자고요.


지금은 작가, 강사 및 컬러테라피스트로 활약하고 계시잖아요. 앞으로의 계획을 살짝 말씀해 주세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오래도록 하면서 꾸준히 쓰고, 말하고, 다른 이의 마음을 보듬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더 잘 해내고 싶은 욕심에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지만 항상 속으로 반복하는 말이 있어요. “급하게 가지 말자. 천천히, 천천히.” 제가 몸은 굼떠도 마음만은 바쁜 사람이라, 지금껏 욕심만큼 따라오지 않는 저에게 실망도 자주 하고 금세 포기한 일들도 많았거든요. 오래 하고 싶은 일들인 만큼 제 일을 아끼고, 조금씩 성장해 가는 저를 다독이면서 작가로, 강사로, 컬러테라피스트로 자리 잡아 가려고 합니다. 물론 그에 따르는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부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저에게 소중한 것들을 지키면서 새롭게 관심 가는 일들에도 계속 도전해 볼 것 같아요.


 

 

삶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김민영 저 | 포레스트북스
삶이 벅차다고 느낄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게 된 어른들에게, 그것들을 지키는 동시에 삶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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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