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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세계 경제사의 가장 결정적 장면은?

『보이는 경제 세계사』 오형규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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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부강했지만, 황제들의 탐욕과 지나친 정책 때문에 몰락한 로마의 빵과 서커스 사건은 지금까지도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겨주고 있지요. (2018.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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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라는 프리즘으로 역사를 조망할 때 교양인이 꼭 알아야 할 경제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은 무엇일까?  『보이는 경제 세계사』 는 35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경제사를 세계사와 함께 녹여냈다. 눈앞에 펼치듯 생동감 있게 풀어 쓴 경제교양서! 세계사에 관심이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한 이들에게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사의 35가지 결정적 장면 중, 유독 저자님 기억에 남아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요?

 

황제들이 로마 시민에게 매달 한 달치 빵과 콜로세움 무료입장권을 나눠 주었던 로마의 ‘빵과 서커스’ 정책은 현대 포퓰리즘의 뿌리라고 할 수 있어요. 일종의 무상복지 차원에서 실시된 정책이었지만 대중의 인기에만 치중해 제국의 쇠망을 가속화시킨 요인이었죠. 이는 생산적 활동과 무관하다 보니 국가 재정에 큰 짐이 되었고, 결국 나라에서 바닥난 국가재정을 메우겠다며 시민들에게 혹독한 세금을 물기 시작하면서 물가는 폭등하고, 로마 경제는 순식간에 초토화되었어요. 나라가 부강했지만, 황제들의 탐욕과 지나친 정책 때문에 몰락한 로마의 빵과 서커스 사건은 지금까지도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겨주고 있지요.


중세 경제 질서와 중세적 세계관의 몰락을 앞당긴 페스트 사건도 기억에 남아요. 우리 사회에 경제 외적인 충격이 가해졌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었죠. 페스트는 본래 중국의 오지, 중앙아시아 등의 풍토병인데요. 1330년대 초, 중국에서 돌기 시작해 서쪽으로 퍼져 14세기 중반 유럽에서는 이로 인해 3~4명 중 한 명 꼴로 목숨을 잃었어요. '걸리면 죽는다'는 공포심이 수많은 괴담을 생산했죠. 그러면서 중세 영주들은 페스트로 농노가 줄어 정권을 유지하기 힘들어졌고, 도시, 농촌도 노동력이 태부족이어서 임금이 폭등했어요. 그러다 1666년 런던 대화재가 일어난 뒤 페스트는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지만, 이는 중세시대를 무너뜨릴 만큼 위협적인 사건이었죠.


이 외에도 16~17세기의 향신료 전쟁, 미신에서 과학으로 넘어가는 17세기 과학혁명 등도 세계 경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들이에요.

 

Part 1. 대변화의 경제사 이야기 중,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맬서스의 주장은 참 재미있습니다. 물론,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그의 주장은 틀리게 되었지만, 여러 시대에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죠. 그 영향은 어떠한 것들이며,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재에 참고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맬서스는 모두가 낙관에 빠져 있던 18세기 말에 찬물을 끼얹은 인물이에요. 1798년 <인구론>을 발표한 그는 인구 증가를 막기 어렵다고 예측했어요. 인구는 25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 생산은 천천히 증가해 결국 파국을 맞는다고 주장했죠. 그는 인구 증가를 막는 것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9세기 이후에는 농업 산업화로 인해 식량 공급량이 넘쳐 인류를 부양하고도 남을 정도가 되었지요. 결과적으론, 그의 주장이 틀렸지만 맬서스를 통해 산아제한, 자원고갈, 환경보호 등의 토대를 마련했고, 경제발전의 이면도 보게 되었어요. 현재는 인구 감소시대이지만, 그의 주장은 아직도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저개발국에게는 해당되는 얘기에요. 부분적으로는 그의 인구론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세계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호무역이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 저자님께서는 현재의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 등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은 세계무역 덕분에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어요. 크게 본다면 무역 장벽은 점점 사라져야 바람직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 중 무역협상은 무역이란 수단을 이용한 패권전쟁이라고 생각해요. 패권국가인 미국 입장에서는 2등의 부상이 반가울 리 없어요. 과거 독일, 일본과 실제 전쟁까지 벌였고, 무역 마찰과 환율압박까지 가한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미국의 패권시대에 도전자가 된 것이 무역전쟁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지요. 결국 한쪽이 꼬리를 내려야 끝나는 상황인데 지금으로선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단, 중국이 경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어 중국과 연관이 깊은 우리나라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17세기 후반은 정치, 경제, 예술, 과학, 금융 등이 활발히 번영했던 시기입니다. 이때는 주식 거래 조차 커피하우스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요?

 

17세기 후반, 커피 붐과 더불어 유럽 전역에 카페 문화가 대대적으로 퍼져나갔어요. 50년 새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100여 곳으로 불어났다고 하죠. 커피 한 잔 값인 1~2펜스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누구나 학생이 되고 교수가 될 수 있어 '페니 대학'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어요. 이를 계기로 17~18세기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정치인, 지식인, 종교인, 작가뿐 아니라 상인, 무역상, 금융가, 변호사, 선원, 과학자 등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들었어요. 그 중, 핼리 혜성을 발견한 에드먼드 핼리도 있었는데, 그는 당시 행성궤도와 중력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가설을 놓고 커피하우스에 모인 과학자들과 논쟁을 벌였다고 해요. 보험, 증권 등 금융 분야 역시도 커피하우스에서 꽃을 피게 된 거예요. 런던에 배가 닿는 곳에 문을 연 로이드 커피하우스에서 선주, 선장, 선원, 화주, 보험업자들이 자연스레 모이면서 보험시장이 형성된 것이죠. 그 당시, 주식 거래는 일부 왕실의 면허를 받은 극소수 중개인에게만 가능해 면허가 없는 중개인들은 조너선의 커피하우스에 모여 거래를 하게 되었어요. 이것이 증권시장의 활성화를 불러왔답니다.

 

독일 하면 맥주를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맥주 종주국이지요. 이렇게 된 것은 맥주순수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이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중세 유럽 국가가 양조업자에게 맥주 제조를 권장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맥주의 역사는 6천년에 이릅니다. 수메르에서 주식으로 먹었던 보리빵이 우연히 효모되면서 맥주의 기원으로 이어졌어요. 그 당시에는 맥주가 상당히 걸쭉해서 식사대용으로 먹었는데, 9세기에 수도원에서 맥주에 최초로 홉을 첨가함으로써 현대 맥주의 원형이 탄생됐어요. 맥주의 품질이 높아지고 값도 싸지면서 도시 서민들에게도 맥주가 널리 퍼진 것이죠. 그때부턴 맥주 제조업이 도시의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했어요. 이에 독일은 1516년,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가 맥주에 여러 가지를 섞지 말고 보리, 홈, 물만으로 만들라는 법률을 공표해요. 이로써 식량은 확보하고, 맥주 품질은 더욱 올라가 세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거예요. 나라에서는 납세의무가 없는 수도원 대신 민간의 전문 양조업자들에게 맥주 제조를 권장할 수 밖에 없었겠죠?

 

세계 경제 발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역 이야기를 해주신다면요?

 

아무래도 실크로드 카라반을 빼놓을 수 없지요. 예부터 교역은 희소성과 수요-공급이 있으면 어떻게든 이루어졌어요. 로마제국의 귀족들은 중국의 비단을, 중국 황실은 로마의 유리를 최고 귀중품으로 여겼지요. 하지만, 비행기나 자동차로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없는 시절이니 어떻게 했을까요? 험준한 산맥이나 척박한 사막 같은 중앙아시아의 방대한 자연 장애물을 넘어 육로로 1만 km 이상을 걸어서 오갔다고 해요. 그들이 바로 카라반인데, 걸어간 길이 그대로 육상 교역로가 되었지요. 한 번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무려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최근 국내에는 종부세 관련한 이슈가 많은데요. 예부터 국가는 세금을 걷는 일에 창의적이었다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과중한 세금은 왜 혁명으로 이어졌나요?

 

고대, 중세시대까지의 세금은 10% 정도였어요. 그런데 근대에는 상비군을 도입하면서부터 세금이 부쩍 늘었죠. 다양한 이유를 붙여 창문세, 수염세, 난로세, 모자세 등 기발한 세금들도 점점 많아졌어요. 이에 프랑스 재상 콜베르는 ‘거위 털도 적당히 뽑아야지 지나치면 비명을 지른다’는 말을 하기도 했죠. 그의 말처럼 세금이 과해지자 백성들은 살기가 점점 어려워져 크게 반발했어요. 예나 지금이나 과중한 세금은 국민의 불만을 누적시키고, 임계점에 이르면 반란이나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이는 역사의 큰 교훈이지요.

 

 


 

 

[예약판매] 보이는 경제 세계사오형규 저 | 글담
인류 생존과 문명 지속의 밑거름이 된 경제사야말로 인류가 ‘어떻게 지금 여기에’ 이르렀는지를 일깨워 준다. 먼저 지나간 이들의 발자취에 오늘의 삶과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힌트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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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보이는 경제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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