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츠키, 현재에 녹여 새로움을 창출한다
미국의 대중음악 안에 동아시아 여성으로서 그리고 중심에서 벗어난 타자로서의 자아를 일본 특유의 감수성으로 녹여내어 대안적 모델을 제시했다.
글ㆍ사진 이즘
20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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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키의 음악을 정의하는 것은 무척이나 곤혹스럽다. 예를 들어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프론트 우먼 플로렌스 웰치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가 케이트 부시와 토리 에이모스, 뷰욕의 노래를 떠올려보면 일단 골치가 아프다. 비통속적인 팝 구조에 익숙함을 깨버리는 멜로디 흐름 덕에 감상이 아닌 패턴 파악에 열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계속되는 창작자와의 술래잡기는 어느 순간 전위적인 창(唱)과 비선형에 그만 자신을 내맡길 때 비로소 끝난다. 수동적 감상에서 벗어나 몰입이라는 이름의 참여형 예술에 발을 들이게 된 우리는 당혹감을 느낀다.

 

불친절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혼란스럽게 얽히고 설킨 감정의 실타래를 둥글게 포장하지 않고 마구 헤집어놓으니 말이다. 5집 < Be The Cowboy >는 예측 불가능한 감정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작품이다. 시작부터 음산한 분위기를 마구 풍기는 첫 번째 트랙 'Geyser'는 경고장을 던진다. '두렵다면 도망쳐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40초를 버텨내고 나면 마돈나의 'Like a prayer' 도입부처럼 성스러운 오르간 연주와 리듬 세션의 등장으로 노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아이슬란드의 게이시르(간헐천)처럼 높이 비상한다.

 

“아마 저도 꿈에 대한 노래를 쓰는 남자들과 같을 거예요. 그래도 날 원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미츠키는 영화 < 피아니스트 (The Piano Teacher) >의 주인공 '에리카'에게서 콘셉트의 힌트를 얻었다. 타자에 의해 여성성을 스스로 억압해왔던 '미츠키 미야와키'의 경험은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졌고 그는 에리카의 삶을 투영한 또 다른 페르소나를 통해 자신에게 내제한 정신적 욕망과 타인과의 관계를 서술한다. 밥 딜런의 'Not dark yet'이 떠오르는 몽환적인 포크록 'Come into the water'는 감정적인 여성, 이성적, 야망적인 남성이라는 흔한 성별 이분법적 편견에 기대지만 화자의 타인 의존적 대목과 결국 누구도 자신을 구원해줄 수 없다는 'Nobody'의 메시지에 이르러 비로소 풍자로 드러난다. 동시에 미츠키 또한 이러한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Lonesome love'를 통해 시사한다.

 

방랑자처럼 세계를 떠돈 일본 출신의 아티스트는 니코(Nico)의 1967년 앨범 < Chelsea Girl >과 썩 어울리는 포크 송 'Lonesome love'부터 시작해 개러지 펑크의 노이즈 낀 일렉 기타 톤과 전에 없이 수면 위로 떠 오른 전자음을 바탕으로 외로운 정서를 그린다. 음반의 집약체인 'Me and my husband'에서는 도어즈의 'Light my fire'가, 'Washing machine heart'의 간주에는 버브의 'Bitter sweet symphony' (정확히 말하자면 롤링스톤스의 'The last time' 오케스트라 버전)마저 흘러나온다. 콘셉트 작품임을 잊고 몰입하다가도 사이키델릭한 요소로 그가 꾀한 거리 두기에 정신을 퍼뜩 차리게 된다.

 

< Be The Cowboy >는 도입부와 후렴이라는 노래의 기본적인 형태를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던져버리지만, 변주로 가득 찬 비선형의 세계에서도 예측 가능한 지점이 존재한다. 'Geyser'의 반복적인 가사나 'Old Friend', 'Pink in the night'의 팝 코드 외에도 1970년대 일본의 시티 팝과 디스코가 어우러진 'Nobody',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일본 록 신의 여성 보컬 밴드 주자 브릴리언트 그린(The Brilliant Green)과 두 애즈 인피니티(Do As Infinity) 스타일인 'Washing machine heart', 'Remember my name'의 리프는 비슷한 감성을 지닌 우리에게 오히려 낯설지 않다. 미츠키에게 일본이라는 뿌리가 있기에 가능한 작업이다.

 

동양 그리고 여성이라는 두 개의 단어는 보통 '순종'이라는 말로 대체되고는 한다. 일본에서 태어난 미츠키는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과 드러나지 않는 싸움을 치러야 했고 마침내 "카우보이가 되자!"라는 발칙한 타이틀을 천명하기에 이른다. 순종적일 것만 같았던 일본(계 미국인) 여성이 거친 록과 공격적인 신시사이저로 세상을 거침없이 비꼬지만, 결코 날카롭지만은 않은 이유는 화(和) 사상이 그 기저에 담겨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믿거나 말거나.

 

요는, 미국의 대중음악 안에 동아시아 여성으로서 그리고 중심에서 벗어난 타자로서의 자아를 일본 특유의 감수성으로 녹여낸 < Be The Cowboy >가 음악 시장에 있어 하나의 대안적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제적 부흥기였던 1970년대 사운드를 향한 막연한 향수와 옅게 깔린 제이팝 멜로디는 이제 제이팝 마니아뿐만이 아니라 미국 인디 록 신 전체에 충격을 주며 침투한다. 이것이 유년 시절의 기억을 자양분 삼아 현재에 착실히 녹여 새로움을 창출하는 미츠키의 행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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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키 #Be The Cowboy #Lonesome love #No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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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