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이라면 바넘에게도 뒤지지 않아! 배우 김소향
욕심도 많고 열정도 많은데, 그 열정과 욕심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것 같아요.
글ㆍ사진 윤하정
20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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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비즈니스의 창시자이자 쇼맨을 자신의 업으로 삼은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의 생애를 다룬 뮤지컬 <바넘 : 위대한 쇼맨> 이 공연 중이다. 지난해 개봉한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 휴 잭맨 주연의 영화 ‘위대한 쇼맨’의 원작으로, 뮤지컬은 영화에 앞서 1980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당시 토니상 남자주연상, 무대디자인상, 의상상 등을 거머쥐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19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2018년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다소 괴리감이 있는 데다 실존 인물이었던 바넘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뮤지컬 <바넘 : 위대한 쇼맨> 을 좀 더 눈여겨보게 되는 이유는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열정 때문이 아닐까 한다. 특히 바넘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아내 채어리 바넘이 있어 공연을 또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게 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분장실에서 채어리 역의 배우 김소향 씨를 직접 만나봤다.   

 

“지금까지 참여했던 작품과 비교하면 무대에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데,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라이선스지만 거의 창작에 가까웠거든요. 국내에서는 초연인 만큼 다듬어야할 부분이 많지만, 우리가 만들었다는 자부심은 있어요.”

 

딱 봐도 ‘배우들 고생이 많았겠구나’ 싶습니다. 시대 배경도 너무 동떨어진 데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꾸준히 공연돼 온 작품도 아니라서 그야말로 재창조가 필요했을 테니까요.


“맞아요. 대본이 너무 오래 됐고 철저히 쇼뮤지컬이라서 보완할 부분이 많았어요. 한국 정서에 맞게 드라마를 만드는 작업이 가장 오래 걸렸고요. 음악도 반 이상은 이성준 감독님이 작곡한 거예요. 바넘 역을 맡은 세 배우는 개막 전까지 하루 4~5시간 이상 잔 적이 없을 거예요. 정말 바넘에만 올인했어요. 저와도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환했고요. 앙상블 친구들 역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사람들이에요. 노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무 연습을 하고, 다시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했거든요. 그들이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해주지 않았다면 굉장히 힘든 극이 됐을 거예요. 그래서 다른 작품에 비해 배우들 사이가 굉장히 끈끈하고, 모두 이 작품을 좋아해요. 그만큼 애정을 쏟았으니까요.”

 

영화도 논란이 됐던 만큼 인물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공연에서는 바넘 스스로 사기꾼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던데요.


“그렇죠. 뮤지컬 <시스터 액트> 내한공연에 참여할 때 동료 배우들과 영화를 봤는데, 미국 친구들 사이에서도 바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더라고요. 저희 작품에서는 바넘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어요. 어찌 보면 사기꾼이고 연기자지만, 또 한편으로는 예술가이자 사업가라고 생각해요. 쇼비지니스라는 게 바넘에게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배우들은 몰입이 잘 됐어요.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있든 무대 위에서는 티 내지 않고 연기를 하는 게 우리의 일이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남성 퍼포머, 톰썸 역의 김유남 씨는 실제 왜소증을 가진 배우라고 들었습니다. 무대에 선 김유남 배우를 보면서도 관객들 역시 다양한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저는 김유남 씨를 보면서 이 작품에 참여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유남이가 이 작품 하면서 정말 행복해 하거든요. 그 작은 체구로 충무아트센터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렇게 열정적일 수가 없어요. 극중 톰썸이 ‘저 그런데 지금 어때요? 여러분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잖아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실제로 무대에 선 유남이의 모습을 보면 약자를 이용한 게 아니라 그들의 꿈을 이뤄준 것일 수도 있다는 걸 매일 느끼거든요. 유남이의 밝은 얼굴을 보면서 바넘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돼요. 결국 이 작품은 꿈이나 희망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정말 원하는 것을 할 때 가장 빛날 것이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그 꿈이 이뤄졌을 때 만족감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또 내 주위에 있는 사람, 가족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느냐가 네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얘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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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넘이라는 인물을 좀 더 진정성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아내 채어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제니 린드 역을 제안 받았어요. 제가 채어리를 하겠다고 했더니 소속사도 제작진도 다들 놀라더라고요. 제니 린드가 여배우로서 더 예쁘고 확실히 부각되는 면이 있으니까요. 저희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현실에 존재하기 힘든 캐릭터인데, 채어리가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고 평범하죠. 그런데 저는 대본을 읽고 채어리를 하고 싶었어요. 저한테는 이런 면이 훨씬 많거든요. 밝고 씩씩하고 긍정적인 모습. 바넘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던 인물을 잘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바넘과 채어리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한 작품인데, 유준상, 박건형, 김준현 바넘의 특징이 있다면요?


“세 분이 너무 다른데 함께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또 건형 오빠와는 제가 앙상블할 때부터 알아서 정말 편하고, 준현 오빠와는 같은 작품을 많이 했거든요. 일단 건형 오빠는 악동이에요. 굉장히 치밀하고 계획적이고 논리적인 남자예요. 드라마나 캐릭터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베이스에 있어서 연기하기 정말 편해요. 준현 오빠는 남자답고 섹시한 바넘이죠. 한국 남자배우 중에 그런 이미지는 별로 없거든요. 반면 애교 부릴 때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 있고요.”

 

 

그렇다면 김소향 씨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다는 유준상 바넘은 어떤 모습일까요?
영상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죠!

 

 

 


 

매번 엉뚱한 일을 만드는 남편을 그렇게 지지할 수 있을까 싶지만, 김소향 씨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웃음). 김소향 씨 역시 도전의 아이콘, 국내 활동을 접고 지난 2011년 뉴욕필름아카데미 유학에 나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 동양인 최초로 캐스팅됐잖아요.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웃음). 제가 무모하고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데, 개척하는 흥미가 있어요. 채어리는 지금 사회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캐릭터죠. 하지만 그녀가 바넘을 믿지 않았다면 그런 일들을 벌이지 못했을 거예요. 그만큼 서로 믿음과 사랑이 있었던 거죠. 저는 20대에 다작을 하다 보니 배우로서 신선한 면이 없는 것 같아 유학을 결심한 것도 있는데, 안 된다고 생각한 걸 이루고 나면 엄청난 성취감이 있어요. 무엇보다 배우로서 자세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달라졌고요. 후배들이 많이 물어오는데, 해외로 진출하는 배우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또 배우로서 바람을 들어볼까요?


“저는 창작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 이미 잘 알려진 것보다는 만들어가는 맛이 있는 초연작이요. 희망을 비롯해 메시지가 정확한 작품이 좋고요. <라스트 키스>처럼 밝다가 비극인 것도 좋아요. 사랑스럽고 밝고 저와 어울리는 캐릭터를 하고 싶은데, 연말 이후에는 좀 다른 이미지도 해보고 싶어요. 욕심도 많고 열정도 많은데, 그 열정과 욕심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것 같아요. 도전해서 성취하는 게 좋고. 앞으로도 계속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작은 도전들을 하지 않을까요(웃음)?! 

 

뮤지컬 <바넘 : 위대한 쇼맨> 은 10월 2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쇼뮤지컬인데 기대한 만큼 특별한 쇼가 없어서 아쉽지만, 조금은 성긴 드라마가 아쉽지만, 그 모든 아쉬움을 채우려 노력하는 배우들의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의 메시지처럼 꿈과 도전은 물론이고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배우 김소향 씨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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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