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카터 패밀리의 위엄은 루브르 박물관을 통째로 빌려 찍은 「APESHIT」 뮤직비디오로 증명된다. 서양 문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루브르를 점령한 아프로-아메리칸 부부는 유구한 문화유산들과 본인들을 동급에 놓는 듯한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박물관으로 하여금 영상과 동일한 관광 코스를 개발하게 만들었다. 비욘세를 두고 바람을 핀 제이지가 처제 솔란지에게 두들겨 맞은 후, 이 부부는 불화를 기회로 삼아 반전을 일궈냈고 이제 남은 건 그들 자신도 믿을 수 없는 거대한 성공을 기념하는 일뿐이다.
낙관적인 제목처럼 앨범은 거대한 셀러브레이션이자 정점의 증명, 최고의 자리이기에 허락되는 오만으로 가득하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호화 생활을 열거하다 ‘우리가 해내다니, 믿을 수가 없네’라 능청스러운 겸손을 보여주는 비욘세와 ‘슈퍼볼 하프타임 쇼 따위 필요 없다’는 제이지의 합작 「APESHIT」은 비주얼과 더불어 그 호화의 정점. 이후 ‘나의 고조 손자까지 이미 부자야’라는 「BOSS」부터 평범한 단어로부터 극한의 나르시시즘을 끌어내는 「NICE」, 커먼과 닥터 드레를 소환하는 「713」과 호화 사치를 함께 나누는 공동체 의식의 「FRIENDS」까지 자랑할 것이 끝없다.
치밀하고 정교했던 분노의
이 커플에게 불륜은 오히려 지금의 성과를 가능케 한 결정적 사건이 되었으나 그 여파가 앨범 곳곳에서 은근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재미있는 지점이다. ‘넌 내게 나쁜 짓을 했어/하지만 사랑은 고통보다 깊고/네가 바뀔 수 있을 거라 믿어’라 도도히 노래하는 「LOVEHAPPY」가 상징하듯, 앨범을 리드하는 것은 비욘세고 제이지는 그에 발맞춰 여왕을 호위하는 모습에 가깝다. 비욘세가 별 수식어 없이 ‘NICE’를 외칠 때 제이지는 각종 수식어와 재산 나열을 통해 자기 자신보단 부부의 가치를 높인다.
그렇다 보니 카터스의 사랑은 진솔한 부부간의 마음보단 거대 사업체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들릴 때가 많다. 과거 권력 가문들의 전략적 결합처럼, 이들의 사랑이 상호 간의 브랜드 파워를 더욱 공고히 하는 촉매의 역할 이상의 진실한 감정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진심 아니라도 무슨 상관이랴. 카터 부부는 성공했고 지위는 공고하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