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의 한 장면
톰 크루즈는 ‘책임감’의 배우다. 그 책임감이 영화로 화하여 나올 수 있는 작품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이 책임감은 단순히 톰 크루즈에게만 해당하지 않고 <미션 임파서블>을 이루는 모든 요소에 작용한다. 곧 개봉할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 그러니까 <미션 임파서블 6>에서 연출과 각본을 맡은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톰 크루즈의 책임감을 영화 속 에단 헌트에게 어떻게 적용하는지 살펴볼까 한다.
<미션 임파서블 6>은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2015, 이하 ‘<미션 임파서블 5>’)의 속편 성격이 강하다. (전편의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연임(?)한 배경이다!) 사건은 개별적이되 연루된 인물들이 전편과 연결된다. 이번에 팀 에단 헌트는 핵무기로 사용될 플루토늄을 나쁜 놈들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회수하는 ‘불가능한 임무’를 맡았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벅찬데 불가능을 더 불가능으로 몰아가는 변수’들’도 에단 헌트(톰 크루즈)를 골치 아프게 한다.
우선, 세계 평화를 수호하겠다며 러시아 크렘린궁(<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2011))을 비롯하여 전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비밀 정보기관 IMF에 감정이 좋지 않은 CIA는 견제 목적으로 이번 임무에 요원 어거스트 워커(헨리 카빌)를 끼워 넣는다. 플루토늄 회수 건과 관련, 중요한 열쇠를 쥔 일명 ‘화이트 위도우’는 <미션 임파서블 5>에서 에단 헌트가 검거한 솔로몬 레인(숀 해리스)을 호송차에서 납치해오라고 조건을 건다. 레인의 테러 조직 ‘신디케이트’에 신분을 감추고 언더커버로 활동했던 일사(레베카 퍼거슨)도 레인을 처리하겠다며 일을 더 복잡하게 한다.
본 사건에, 전편의 사건과 미스터리한 인물 둘이 네 배의 판 돈을 올리면서 에단 헌트는 맞서야 할 적도 많고, 고려해야 할 관계도 많아졌다. 에단 헌트가 맨몸과 맷집으로 부딪혀야 할 ‘자연주의’ 스턴트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의미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왈, “실제 스턴트와 리얼 액션과 진짜 로케이션과 최소한의 그린 스크린이야말로 이 시리즈의 모든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6>에서 톰 크루즈가 감당한 스턴트는 직접 헬리콥터를 몰고 절벽 사이를 날며 시도한 360도 하강, 파리 상공 높은 고도에서 뛰어내려 지정된 곳에 착지하는 ‘헤일로 점프 High Altitude Low Opening jump’ 등 실제 스턴트맨도 섣불리 감행하기 힘든, 그냥 연기라고 칭하는 게 미안할 정도의 아크로바틱한 액션을 선보인다.
‘맨몸’ 액션이 가장 주목받긴 해도 이 액션이 가능할 법한 상황을 만드는 건 각본의 영역이다. <유주얼 서스펙트>(1996)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적 있는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최초로 두 편 연속하여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미션 임파서블 6>의 특징은 전편과의 연속성이다. <미션 임파서블 5>에서 IMF를 해체하려 했던 테러 조직 ‘신디케이트’의 수장 레인은 물론 그와 악연으로 엮인 일사의 존재는 액션 영웅의 존재를 밝히는, 각각 이벤트성 악당과 남성 주인공 보조의 여성 주인공이라는 일회성의 역할을 넘어 새로운 사건과 캐릭터와 결합, 인물의 깊이를 부여하면서 결과적으로 시리즈의 세계관을 확장했다.
<미션 임파서블 : 폴 아웃>의 한 장면
세계관의 확장은 그만큼 에단 헌트에게 더 많은 임무와 액션을 요구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도 풀지 못한 주변과의 관계 개선 혹은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신구 캐릭터의 조화, 전편과의 연속성, 관객의 눈을 인질(?)로 삼는 현란한 액션 볼거리를 해시태그로 삼아 뽑아내야 하는 끝내주는 이야기. 이는 톰 크루즈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만큼이나 크리스토퍼 맥쿼리에게 논리를 담당하는 좌(左)뇌의 이야기 스턴트를 필연적으로 부르는 것이기도 하다.
몸을 쓰는 톰 크루즈의 연기에 호응하여 머리를 쓰는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앞서 언급한 조건에 하나를 더 얹으려 톰에게 “이번 영화에서 원하는 단 한 가지”를 질문했다. 톰 크루즈 왈, “줄리아와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다.” 관객에 관한 책임감을 배우의 동력으로 삼는 톰 크루즈의 정체성처럼 세계 평화를 향한 책임감을 캐릭터의 비전을 가져가는 에단 헌트에게 <미션 임파서블 6>의 플루토늄 회수 이상으로 힘든 임무는 아내 줄리아(미셸 모나한)와의 관계다.
세계 평화 구현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양손에 펼쳐두고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에단 헌트는 몇 번 고개를 까딱까딱한 후에 전자를 택할 터다. 액션 영웅으로는 독보적이나 배우자감으로는 낙제점인 에단 헌트는 직업의 위험도를 고려해 줄리아와 합의하에 헤어져 놓고 연락도 하지 않은 상태로 지금에 이르렀다. 불가능한 임무를 가능으로 바꾸기가 가장 쉬웠어요, 의 에단 헌트에게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이를 인간적인 면모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인간병기에 잠재한 이런 틈새는 각종 살 떨리는 액션이 난무하는 가운데서 인간적인 감정을 부여한다. 에단 헌트가 줄리아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란 자신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 웬만해서는 위험한 상황에 말려들지 않도록 미리 조치하는 것. 하늘을 나는 핵무기도 떨어뜨리는 천하의 에단 헌트도 <미션 임파서블 6>에서 불의의 순간에 맞닥뜨리는 줄리아와의 운명은 어떻게 손써볼 도리가 없다. 그걸 매끈하게 손 써보겠다고 <미션 임파서블 5>에 이어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톰 크루즈에 버금가는 책임감으로 <미션 임파서블>(1996) 이후 가장 뛰어난 속편 중 하나(<미션 임파서블 3>를 꼽는 이들도 많다!)를 기어코 완성했다.
<미션 임파서블 6>의 부제 ‘폴아웃 Fallout’은 플루토늄이 악의 손에 넘어갈 경우 야기될 ‘방사능 낙진’의 의미와 더불어 ‘선택의 최종 결과’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에단 헌트는 착한 사람이다. 고집스러울 정도의 책임감은 융통성 없는 착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오로지 세계 평화만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 그의 선의는 매번 오해를 부르고 사건을 키워 에단 헌트와 그 주변을 옥죄는 족쇄로 부메랑이 되고는 했다. 그 운명의 족쇄가 조이는 힘이 세면 셀수록 그와 비례하여 톰 크루즈의 액션 난도는 높아졌고 그에 맞춰 영화는 더 흥미로워졌다. 톰 크루즈의 고집스러운 맨몸 액션이 영화 전체에 도미노 효과를 발휘할 때 어떤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미션 임파서블 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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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영화평론가)
영화에 대해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요즘에는 동생 허남준이 거기에 대해 그림도 그려준다. 영화를 영화에만 머물게 하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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