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앤트맨과 와스프> 앤트맨(의 가족)이 줄었다가 커졌어요

오직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사이즈’가 얼마나 더 크게 확장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 같은 영화다. (2018. 07. 05)

1.jpg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의 한 장면

 

 

(* 영화 관람에 방해를 줄 만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0.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는 읽어낼 거리가 꽤 많다. 앤트맨이 (크기가) 늘었다가 줄었다가 (세계를) 왔다 갔다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앤트맨과 와스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전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제기됐던 앤트맨 부재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 6개를 모아 전 세계 인류의 반을 없애버린 이후 역시나 멤버의 절반가량을 잃은 마블 히어로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 세계를 재건(?)하게 될지에 관한 힌트도 제공한다. ‘앤트맨 2’대신 '앤트맨과 와스프’, 남과 여 슈퍼히어로를 나란히 배열한 제목은 이 시리즈를 비롯해 앞으로 마블 슈퍼히어로물이 남성 중심의 구성을 벗어나 여성 슈퍼히어로에 더 많은 지분을 할애할 것임을 시사한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슈퍼히어로물이되 가족 드라마와 결합한 <앤트맨과 와스프>는 2009년 마블을 인수한 월트 디즈니의 세계관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이다.  

 

1. ’앤트맨’ 스캇 랭(폴 러드)은 현재 가택 구금 중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서 팀 캡틴 아메리카 편에 합류하여 팀 아이언맨과 독일 공항에서 싸운 게 발단이다.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폭력 행위로 독일에서 구속되는 대신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택에서 지역 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바깥 생활과 격리된 채 지내고 있다. 이때 찾아온 ‘와스프’ 호프 반 다인(에반젤린 릴리)은 양자영역에 갇힌 아빠 행크 핌(마이클 더글러스) 박사의 아내이자 엄마이자 1대 와스프인 재닛 반 다인(미셸 파이퍼)을 구출하는 임무에 합류를 강제(?)한다. 양자영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기술이 필요한데 앤트맨과 와스프는 팀을 이뤄 이를 구하던 중 사물을 통과하는 페이징 능력을 갖춘 ‘고스트’ 에이바(해나 존-케이먼)의 저항에 직면한다.

 

2. <앤트맨과 와스프>는 제목만 남녀 성비 비율만 맞추지 않았다. 앤트맨과 와스프 각각의 활약도에서도 균형의 추가 어느 한쪽으로 현저히 기울어지지 않는 데 신경을 많이 쓴 눈치다. 물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아빠가 커졌어요’를 슈퍼히어로 버전으로 시연한 앤트맨이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중형 트럭을 스케이트보드 삼아 추격전을 벌이는 등의 눈에 띄는 액션을 선보인다. 그에 뒤질세라 와스프 또한 앤트맨은 갖추지 못한 양손 장착 블래스터와 날개 등의 신기술로 그에 못지않은 비중을 가져간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되는 거대 헬로키티 캔디 케이스 장면도 와스프(와 스캇 랭의 절친 루이스)의 차지다.

 

영화는 단순히 와스프의 존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줄거리에서 언급한 빌런인 듯 빌런 아닌 빌런 같은 고스트에도 사연을 부여한다. 또한, 1대 와스프의 등장을 2대 와스프를 돋보이게 할 액세서리 격에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임을 복선으로 깔아놓기도 한다. 그러니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후 4기를 맞이하게 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등장하는 인물의 선악이나 비중에 상관없이 여성과 소수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임을 <엔트맨과 와스프>는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2.jpg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의 한 장면

 

 

3. 앞서 ‘아빠가 커졌어요’의 슈퍼히어로 버전이라고 말한 건 오직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앤트맨>(2015) 때도 그렇지만, 이 시리즈는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족 코믹 드라마 <애들이 줄었어요>(1989)와 <아이가 커졌어요>(1992)를 떠올리게 한다. 교수직에 있는 아빠가 물체 축소기를 만들어 아이를 줄였다가 다시 확대기를 만들어 본의 아니게 아이를 커지게 했다가 소동을 일으키는데 다시 본래 크기로 돌아오게 하면서 이들은 가족 간의 사랑을 재확인한다. <애들이 줄었어요>와 <아이가 커졌어요>의 제작사 중 한 곳은 월트 디즈니다. 월트 디즈니가 2009년에 마블을 인수한 건 유명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월트 디즈니의 가족 드라마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은 <앤트맨> 시리즈다. 기껏해야 생계형 도둑에 불과했던 스캇 랭은 <앤트맨>에서 행크 핌 박사를 만나 앤트맨이 되면서 딸에게 멋진 아빠의 자격을 획득했다.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스캇 랭은 반대로 1대 와스프 재닛이 임무 중 ‘양자 영역’에 갇히면서 이산가족이 된 반 다인 가족의 결합을 돕는 임무를 맡았다. 그러면서 획득하는 가치는 일종의 가족의 탄생이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슈퍼히어로로 짝을 이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애정 관계의 기미를 모락모락 피운다. 그래서 <앤트맨과 와스프>는 ‘반 다인 가족의 재탄생’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앤트맨은 이 영화에서 몸만 커지는 게 아니라 가족 관계의 범위도 점점 더 커진다. 딸과 전처의 부부와 반 다인 가족까지!

 

4. 근데 양자 영역이라니?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의 세계로 시공간의 개념이 사라진 영역을 말한다.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과학 자문을 맡은 물리학자 스피로스 미칼라키스(Spiros Michalakis)는 양자 영역을 두고 “캡틴 마블과 연관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자 케빈 파이기도 양자 영역에 관해 길게 덧붙였다. “양자 영역은 마블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 확장과 더불어 앞으로의 스토리에 큰 변화를 암시하는 발언이다. 어떻게? 이 질문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주역들이 총출동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앤트맨의 배경과 직결한다. 여기까지. 이에 관해서는 <앤트맨과 와스프>의 첫 번째 쿠키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쿠키는 첫 번째 쿠키에서 벌어진 상황을 풀 수 있는 열쇠라는 생각도 든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사이즈’가 얼마나 더 크게 확장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 같은 영화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영화에 대해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요즘에는 동생 허남준이 거기에 대해 그림도 그려준다. 영화를 영화에만 머물게 하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늘의 책

평양 사람이 전하는 지금 평양 풍경

재건축 아파트는 가격이 훌쩍 뛴다. 부자들은 아파트를 사서 전세나 월세를 놓는다. 어른들은 저녁에 치맥을 시켜 먹고, 학생들은 근처 PC방에서 게임을 한다. 사교육은 필수, 학부모 극성은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서울의 풍경이 아니라 지금 평양의 모습이다.

작품과 세상을 잇는 성실하고 아름다운 가교

『느낌의 공동체』에 이어지는 신형철의 두 번째 산문집. 평론가로서 작품과 세상 사이에 가교를 놓고자 했던 그의 성실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글을 묶었다. 문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정확한" 시선이 담긴 멋진 문장을 읽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존 버닝햄의 엉뚱한 질문들

“예의 바른 쥐와 심술궂은 고양이 중 누구에게 요리를 대접하고 싶어?” 엉뚱한 질문들을 따라 읽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그림책에 흠뻑 빠져들어요. 끝없이 펼쳐진 상상의 세계로 독자를 이끄는 존 버닝햄의 초대장을 지금, 열어 보세요.

세계를 뒤흔들 중국발 경제위기가 다가온다!

텅 빈 유령 도시, 좀비 상태의 국영 기업. 낭비와 부패, 투기 거품과 비효율, 대규모 부채, 미국과의 무역 전쟁까지. 10년간 중국에서 경제 전문 언론인으로 활약한 저자가 고발하는 세계 2위 중국 경제의 기적, 그 화려한 신기루 뒤에 가려진 어두운 민낯과 다가올 위기.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