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B.A 패리스 "글쓰기는 바쁜일상에서의 도피"
나를 단지 엄마로서만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테두리 밖에서도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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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을 강타한 압도적 심리스릴러 『비하인드 도어』 의 작가 B. A. 패리스가 신작 『브레이크 다운』 으로 돌아왔다. “눈을 떼지 못하는 놀라운 데뷔작”([퍼블리셔스 위클리])이라는 찬사를 받은 첫 소설에 이어, “또 한 번 해냈다.”(작가 앤디 워커)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브레이크 다운』 은 [버슬]에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소설”로 선정되었으며, 특히 압권인 마지막 50페이지의 반전으로 화제가 됐다. 이 작품 역시 작가 특유의 긴박한 속도감과 공포감으로 “한번 들면 놓을 수 없는 책”이라는 독자들의 찬사가 쏟아졌으며, 전 세계 23개국 판권 판매, 200만 부 판매를 기록했다. 한 권의 데뷔작으로 단번에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B. A. 패리스는 두 번째 소설 『브레이크 다운』 으로 독보적인 심리스릴러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체적, 물리적 폭력은 단 한 장면도 없이, 정신적, 심리적 폭력만으로 극한의 긴장과 공포를 그려내, 가스라이팅 스릴러라는 장르를 개척했기 때문이다.

 

『비하인드 도어』 에 이어  『브레이크 다운』 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출간 한 달이 안된 시점, 4쇄를 찍은 상황입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정말 놀랍고, 영광스럽습니다. 한국의 독자 분들이 『브레이크 다운』 을 재밌게 읽고 계신 것 같아 기쁩니다. 정말 최고의 소식이네요.


『비하인드 도어』 는 완벽해 보이는 한 커플에게서 영감을 받아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브레이크 다운』 을 쓰게 된 계기나 영감을 준 사건이 있었나요?

 

『브레이크 다운』 에서 캐시와 매튜가 처한 상황은 부모님이 치매를 겪고 있는 친구와 나누던 대화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소설로 쓴다면 무척 흥미 있는 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많이 비틀기는 해야겠지만요.


한국판을 내며 “가스라이팅 심리스릴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자신을 믿게 만든 다음 교묘히 정신을 지배하는 가스라이팅은 어쩌면 육체적인 폭력보다 끔찍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소설이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더 주목 받고 있는 용어입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에 대해 평소 관심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답변에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몰랐습니다. 그러나 가스라이팅은 『브레이크 다운』의 주제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가스라이팅은 한 사람이 어떤 속임수를 통해서 누군가(대개 가까운 사람)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것을 말하죠. 『브레이크 다운』 을 쓰면서, 실제로는 매튜가 캐시를 심리적으로 조정하지만, 모두가 캐시가 조기발병 치매로 고통 받고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 좋은 트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정신적인, 정서적 학대로 고통받고 있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어렵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정신적 학대가 신체적 학대보다 고통스러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표면상으로는 어떤 흔적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고, 말을 꺼내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레이크 다운』 은 반전이 아주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비하인드 도어』 에도 끝에 반전요소가 있었지만, 『브레이크 다운』 에서는 더욱 본격적인 반전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반전이 핵심인 작품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작품을 쓰기 시작할 때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나요?

 

*이 답변에도 역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제 소설이 어떻게 끝날지 항상 알고 있죠. 『비하인드 도어』와 『브레이크 다운』 두 작품 모두 어떤 종류의 학대를 다루고 있고 결국에는 그레이스와 캐시와 같은 희생자들이 승리를 거두도록 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책이라면 쓰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들이 살아남는 것뿐 아니라 복수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은 아주 중요합니다.


『브레이크 다운』 에 등장하는 기억에 관한 인상적인 에피소들에 독자들이 공감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작가로서 특별히 공을 들였거나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나 장면이 있다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캐시가 주차장에서 차를 못 찾는 장면입니다. 내 아버지에게 똑같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아버지는 여러 층으로 된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그가 주차했던 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도 차를 찾을 수가 없었죠. 캐시와 마찬가지로 아버지 또한 모든 층과, 모든 구역을 샅샅이 봤다고 해요.  1시간 넘게 찾아본 후 아버지는 결국 경찰에게 차를 도난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아버지를 믿지 않았고, 아버지가 차를 주차한 곳을 잊어버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차가 도난당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고, 경찰에게 주차장에 함께 가서 확인하길 요구했죠. 결국 경찰은 만약 차가 거기 그대로 있으면, 공무 집행 방해죄로 그를 체포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아버지는 결국 경찰을 차를 주차한 곳으로 데려갔죠. 그리고, 그곳에 차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아버지는 누군가가 자신의 차를 옮겼다가 다시 돌려놓았다고 굳게 믿고 있어요. 아버지가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이날의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언젠가 소설에 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섯 딸들을 모두 키우고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지난한 육아의 시간을 마치고, 이젠 글을 써야겠다고 특별히 결심한 순간이 있었는지, 그 과정에 딸들이 당신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다섯 딸 중에서 큰 딸 둘이 대학에 진학하여 독립했을 때,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집에는 아직 세 딸들이 있었지만, 마침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게 되었죠. 나는 오래도록 하고 싶었던 것을 하기로 결심했고, 그게 바로 글쓰기였습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6개월 동안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전에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딸을 위해 케이크를 굽는 나날을 보냈지만 어느 날부턴가 케이크는 사라졌습니다. 딸들이 커가면서, 딸들이 나를 단지 엄마로서만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테두리 밖에서도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굿리즈 인터뷰에서 “나는 쉰 살이다. 이 세월 동안 아이들을 키워왔다. 이제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였어요.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는 당신에게 무엇을 주었나요? 당신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요?

 

처음에 글쓰기는 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바쁜 일상에서의 도피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모두 떠나고 아무도 남지 않게 될 날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가족들을 부양하며 나 스스로와의 틈새 같은 것이 생겨났고, 그것을 채울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를 채울 그 무언가, 나에게는 그것이 글쓰기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최신작인 『브링 미 백』 역시 아르테 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 한국 독자들에게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브링 미 백』 또한 한국에서 출간할 수 있어 매우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세 번째 책에는 뭔가 앞선 작품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비하인드 도어』『브레이크 다운』  과 같은 ‘여성 희생자’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브링 미 백』에서는 남성 캐릭터인 핀이 과거 12년 전 프랑스 여행에서 여자친구 라일라가 사라진 이야기를 둘려줍니다. 그러나 그는 약혼자 엘렌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할 때, 라일라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또다른 징조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레일라인 척하는 사람인지, 과거의 누군가인지 혼란스럽죠. 현재 가까이 있는 누군가일까요? 아니면 정말로 죽은 줄 알았던 레일라일까요? 저는 이번 작품에서 남성 화자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저한국의 독자들도 이 작품도 재밌게 읽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비하인드 도어』 는 강렬한 데뷔작으로 기억되었고, 『브레이크 다운』 으로 B. A. 패리스는 일명 “재미가 보장된, 믿고 읽는 작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작가의 이름만을 보고 책을 집어들고, 당신의 다음 신간을 기다리는 독자들도 많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궁금합니다. 다음 신작 출간 예정은요?

 

이제 네 번째 책의 초고를 끝마쳤습니다. 네 소녀들이 열여섯부터 서른까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큰 틀입니다. 이야기는 저녁 파티와 함께 시작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평범한 저녁 식사 파티가 아니라, 모두가 어떤 이유를 가지고 누군가를 초대한 파티라는 걸 바로 알아채게 되죠. 이 작품은 내년에 영국에서 먼저 출판될 예정입니다.

 


 

 

브레이크 다운B. A. 패리스 저/이수영 역 | arte(아르테)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두 가지 공포감에 대항하면서 점점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는 주인공은 저 멀리 희미하게 점멸하는 불빛을 향해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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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