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그림을 언어로 얻어맞을 때
박연준 시인은 그녀의 그림에 자신의 이야기를 버무려 감각적으로 해석해 낸다. 때로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보기 힘들었던 이 그림들은, 이내 한 개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번진다.
20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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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어느 작품 앞에 서서 하염없이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내 안의 언어들로 그림을 뜯어내던 시간. 하지만 아무리 뜯어내어도 내 말로는 정리가 어려웠던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박연준 시인은 시를 통해 '그림 번역'을 해 냈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는 짙은 눈썹에 비스듬히 고개를 돌린 여인이 줄기차게도 등장한다. 그 여인은 온통 그녀 자신이다. "나는 나 자신을 그린다.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가 나이기 때문이다"던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고통이 시신경 끝까지 밀고 들어오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에는 스스로에 대한 동정이나 애처로움은 없다. 그 고통들을 두려움 없이 마주할 뿐.
박연준 시인은 그녀의 그림에 자신의 이야기를 버무려 감각적으로 해석해 낸다. 때로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보기 힘들었던 이 그림들은, 이내 한 개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번진다. 박연준 시인은 강렬한 프리다 칼로의 그림들이, 언어가 되어 걸어 나오는 신비로운 광경을 눈 앞에 가져다 준다. 소름이 돋던 이 경험에 부디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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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길고, 괴롭습니다박연준 저 | 알마
프리다 칼로의 그림과 시인이 속한 현실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소하지만 솔직하고 부조리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개인적 독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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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나영(도서 PD)
가끔 쓰고 가끔 읽는 게으름을 꿈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