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로 읽는 역사’ 세 번째 시리즈인 『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 는 생활 속 단어로 한두 페이지 분량의 짧은 역사 이야기를 풀어낸다. 생활 속 한국어의 뿌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밝혀낸 역사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고, 무엇보다 새롭다. ‘참외’를 통해서는 참외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고려 시대의 가장 빛나는 문화유산인 참외 모양 청자와 그를 빚어 낸 당대 사람들의 예술적인 감각을 만나고, ‘소주’로는 고려를 침범한 원나라를 넘어 아랍으로까지 여행을 떠난다. ‘고구마’로는 일본으로 떠난 통신사 사절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
저자 김영훈은 1997년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 전문위원을 거쳐 2001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원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동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이다.
이번 책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1, 2편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한국사여서 독자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들에 관한 이야기여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요. 더 좋은 건, ‘이 단어가 이런 뜻이었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네!’ 라는 반응 때문에 흥미를 유발하지요. 예를 들어, ‘시치미’와 ‘도무지’란 말을 우리가 쉽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말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는 잘 모르지요. ‘시치미’를 통해서는 고려 시대의 매 사냥을, ‘도무지’를 통해서는 조선 시대의 형벌 제도를 만날 수 있어요. 단어를 통해 고려와 조선의 역사ㆍ문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나요? 언어는 시대와 문화의 숨겨진 연결 고리이자 흥미롭고 유익한 역사 공부의 통로가 될 수 있답니다.
앞서 저자님께서 '언어는 시대와 문화의 숨겨진 연결 고리'라고 하셨는데요. 저자님이 생각하는 어원의 가치와 매력은 무엇입니까.
어원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 같아요. 사람이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처럼 어원 역시 신비한 존재예요. 어떻게 탄생되어 역사 속으로 스며들었고, 변형되었는지 또,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마주할지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저는 언어학적인 말의 진화보다도 그것이 담고 있는 역사적 이야기나 우리 삶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단어도 일종의 유물과 같아요. 예를 들어, 신라시대의 대표적 유물이라면 금관이 있어요. 한국은 금을 쉽게 구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금관이 세계에서 가장 많을 거예요. 그렇다면, 중국이나 유럽은 금이 없어서 쓰지 않았을까요? 그런 것도 아닌데 유독 우리나라에만 금관이 많은 이유는 뭘까요? 세계적인 미스테리 아닌가요? 금관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단어가 지닌 역사와 문화의 깊이가 엄청나다는 것이죠.
시대에 따른 어원을 선정하는 일도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어떻게 선정하셨는지요?
개인적인 팀을 만들어서 자료 조사를 꾸준히 했어요.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정리가 쉽지는 않았지요. '시치미'란 말은 매의 꽁지 속에 매어 두는 뿔로 된 표식을 가리키는데, 그렇다면 매사냥을 처음 시작한 시대, 그 때의 왕, 다른 나라는 언제부터 매사냥을 했는지, 시치미란 말을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지 않았는지 등 의문이 생길 때마다 2차, 3차 자료조사를 꼼꼼히 했던 것 같아요. 시대와의 연관성도 있어야 하고, 독자들이 읽었을 때 흥미로운 이야기, 읽으면서 마치 한 편의 그림이 펼쳐 질 수 있도록 집필하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저자님에게 흥미로웠던 어원 이야기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영문을 모르다’란 말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영문’은 ‘영어로 된 글’이란 뜻으로만 알았어요. 1970~80년대에는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배울 기회도 흔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영문을 모르다'는 말은 영어로 된 문장이나 말을 모른다는 뜻에서 유래된 줄 알았지요. 알고 보니 '영문'은 조선시대 감영의 문, 옛날 관청의 문 중에서도 최고 관리가 드나들던 문이었다고 해요. 이 문은 지체 높은 관찰사들만 드나들 수 있어서 일반인은 물론 하급 관리들도 함부로 이용할 수가 없었지요. 문이 언제 열리고 닫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고, 알아서도 안됐어요. 바로 이런 뜻에서 '영문을 모르다'란 말이 유래되었지요. 재미있지요? 또, ‘거덜 나다’란 말도 조선 시대부터 시작됐어요. 그 당시 하급 관직이었던 거덜은 말에게 먹이를 주거나 말똥을 치우는 일을 담당했어요. 특이하게도 이들은 왕이나 고관대작들이 행차할 때, 맨 앞에서 특별한 소리를 낼 때가 있었지요. 행차하는 주인공의 권위를 등에 업고 소리를 지르거나 허세를 부리며 몸을 과장되게 앞뒤 좌우로 흔들며 길을 텄어요. 그 모양새를 두고 ‘거덜 거리다’란 말이 탄생되었고, ‘거들먹거리다’라는 말로 이어졌지요. 거만한 태도를 지칭하는 ‘거드름’이란 말도 어디에서 유래됐는지 짐작이 되시지요?
책에 실린 재미있는 이야기를 몇 가지 해보고 싶습니다. 첫 장에는 고조선을 세운 단군이 사실 무당이었다고 나오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나요?
단군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단군이 무당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고조선은 임금이 제사를 주관하는 제정일치 사회로 신의 뜻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단군’이란 말도 ‘단골’을 한자로 옮긴 말인데, 오래 전부터 한반도에서 활동해 온 무당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해요. 정확히 말하면 세습무를 뜻하지요. 무당이 되는 길은 신의 부름을 받거나 부모로부터 그 신분을 이어받아 세습무가 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어요. 옛날에는 이 세습무를 단골이라 칭했고, 한 동네에서 영향력이 꽤나 큰 사람이었어요. 같은 맥락에서 고조선의 첫 임금 역시 당시 그 지역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무당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요. 물론 단골이란 말은 이제 무교와 전혀 상관없는 일상어로 사용되고 있어요. 이처럼 시작과 전혀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단어들도 정말 많겠지요?
소주가 우리나라 술이 아니라는 것도 놀라웠어요. 책에 실린 수 많은 어원 이야기들을 독자들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어느 정도인지 예상이 안돼요. 이판사판, 패거리, 거덜 나다, 전하 등 이런 말은 현재 잘 사용하는 말은 아니기 때문에 어원의 시초에 대해 아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또,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어 지금은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예측하기 어렵네요. 내가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를 때 또 다른 재미가 있지요. 한 편으로 “이런 줄 진짜 몰랐어!”라는 반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원을 따라 가다 보면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책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나요?
'꼰대'라는 말은 한말 을사5적신의 한 사람인 이완용과 연관이 있어요. 프랑스어로 꼼트(comte)는 '백작'을 뜻하는데, 일본식 발음으로는 꼰대가 돼요. 옛날에 일본에서 이완용을 백작이라고 칭했기 때문에 이완용 꼰대라 불렀고, 여기에서 꼰대라는 말이 시작되어 '꼰대질 한다‘는 말은 매국노를 가리키는 좋지 못한 의미로 쓰였어요. 지금은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에게 ’꼰대질 한다‘고 하지요. 이 외에도 우리 말 중에 예쁜 말이 참 많은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생각나요. 이번에는 문학적 의미가 많아서 빠지게 되었는데, 다른 어떤 말로도 바꿀 수 없는 자랑스러운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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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김영훈 저 | 글담
한국사를 어려워하는 사람들, 새로운 역사 이야기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 기본 상식을 얻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역사 교양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