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전집』 선보인 한국칸트학회
한국칸트학회 소속 34인의 철학자가 『칸트 전집』 출간을 위해 모였다. 지난 5년간 치열한 논의 끝에 완성한 세 권의 책을 먼저 선보인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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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인의 철학자가 번역한 『칸트 전집』

 

한국칸트학회가 출판사 한길사와 함께 『칸트 전집』 을 선보인다. 임마누엘 칸트의 사상이 한국에 최초로 소개된 것은 1905년 석정(石亭) 이정직의 『강씨(칸트)철학설대약』을 통해서다. 이후 1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완결된 형태로 『칸트 전집』 이 출간된 바는 없다. (2014년부터 아카넷 출판사에서 대우고전총서로 『한국어 칸트 선집』 을 출간해오고 있다. 백종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2002년부터 출간한 칸트 주요 번역서를 확대한 것이다.)

 

독일의 경우, 1900년부터 프로이센 왕립학술원에서 ‘칸트 전집’을 편집?출간한 이래 지속적으로 관련 자료를 발굴하며 목록을 정비하고 있다. 흔히 ‘학술원판’이라 일컬어지는 것으로 세계 각국의 ‘칸트 전집’이 참고하는 기준이다. 영미권을 대표하는 ‘칸트 전집’으로는 『케임브리지판 임마누엘 칸트 전집(The Cambridge Edition of the Works of Immanuel Kant)』이 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1990년대부터 출간을 시작해 2012년에 총 15권으로 완간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1960년대에 전집이 출간되었고, 최근에는 이와나미 출판사가 번역을 다듬어 22권으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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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에 열린 『칸트 전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한국에서 『칸트 전집』 이 늦게 출간되었지만 더 진전된 전집을 내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책을 잘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작업은 한국연구재단 인문사업단 토대연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2013년부터 한국칸트학회의 기획으로 이뤄졌다. 학회 소속 34명의 학자가 번역에 참여했으며 총 16권의 구성으로 2019년까지 완간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나온 세 권의 책은 제2권 『비판기 이전 저작 Ⅱ (1755~1763)』, 제5권 『학문으로 등장할 수 있는 미래의 모든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ㆍ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제7권 『도덕형이상학』 이다.

 

제5권에 실린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는 제2권과 함께 국내 초역이다. 출간 예정인 책 중에서도 『논리학』, 『서한집』, 『윤리학 강의』 등 우리말 번역을 처음 시도한 저작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한국칸트학회는 “칸트 생전에 출간된 책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분량의 95% 이상이 초역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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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가장 큰 특징은 ‘신중함’


전집 간행 사업 책임연구자인 최소인 영남대 교수는 “가능한 많은 학자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공동 번역을 통해서 번역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해제, 역주, 번역까지 심사를 거쳤다”고 전하며 “책임 번역으로 질을 높인, 통일된 관점을 갖고 있는 번역서로써 많은 분들에게 읽히고 평가 받고 싶다”고 했다. “집단지성이 발휘된 연구라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이를 위해 한국칸트학회는 용어를 통일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동안 학자들마다 다르게 써왔던 용어를 정리하기 위해 학술회의를 열고 ‘필수 용어’와 ‘제안 용어’의 기틀을 마련했다.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고, 특히 칸트철학의 기본 용어인 ‘transzendental’과 ‘a priori’의 번역을 두고 격론이 펼쳐졌다. 지금까지 ‘transzendental’은 ‘선험적’, ‘초월적’, ‘선험론적’, ‘초월론적’ 등으로, ‘a priori’는 ‘선천적’, ‘선험적’ 등으로 번역해왔다. 『칸트 전집』 에서는 ‘transzendental’가 ‘선험적’으로 번역됐고 ‘a priori’는 ‘아프리오리’로 음역됐다. 학회의 ‘용어조정위원회’에서 오랜 시간 조정 작업을 이어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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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서울대 교수는 “‘‘a priori’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인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선천적’이라고 번역하면 칸트의 생각을 곡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선험적’이라는 용어 역시 ‘a priori’의 뜻을 일정 부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험적’이라는 말은 경험에 앞서 있다는 뜻만 가지고 있는데, 넓은 의미에서 ‘a priori’는 경험에 앞서 있을 뿐만 아니라 경험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벌어지는 모든 식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a priori’를 ‘선험적’으로 번역했을 때 ‘transzendental’에 대응하는 적절한 용어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 결국 학회는 ‘transzendental’을 ‘선험적’의 번역어로 결정하면서 ‘a priori’는 글자 그대로 ‘아프리오리’라 쓰기로 했다. 칸트의 ‘선험 철학’의 성격을 소개하는 중요한 형용사가 ‘transzendental’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칸트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충진 한성대 교수는 “서양 철학의 사상가들을 살펴볼 때 칸트에게서 발견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신중함’”이라면서 “칸트는 자신의 철학을 정리할 때 아주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고, 그 결과 우리를 맡겨도 될 만큼 신중한 가치가 담긴 체계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 『칸트 전집』 이 기존에 나와 있는 번역서보다 수준이 더 높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전에 나온 번역서는 물론이고 미래에 나올 번역서도 모두  『칸트 전집』 을 기준으로 평가 받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이번 전집의 출간이 가지는 의미를 이야기했다.


 

 

칸트전집 세트임마누엘 칸트 저/이남원, 김상현, 김재호, 이충진 역 외 2명 | 한길사
이성 비판은 이론이성의 비판과 실천이성의 비판으로 세분화되며, 이에 상응하여 형이상학은 자연의 형이상학과 자유의 형이상학으로 세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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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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