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소와 엄 : 이번 주 영업실적 먼저 보고 받을게요.
캘리 : 여러분 댓글 보셨습니까.(웃음) 문광훈 교수님 좋아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숨어 있던 문광훈 교수님 팬 분들이 나타나셔서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정말 기뻤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생선 : 저는 언급조차 없더라고요. 저는 정말 책 파는 능력이 없나봐요.
프랑소와 엄 : 아… 그래서 영업실적 ‘0’입니까?
생선 : 네, 게다가 오늘 소개할 책도 제가 볼 때는… 실적이 없을 것 같아요.
프랑소와 엄 : 자자, 생선님. 분발 좀 해주시고요. 오늘 주제가 ‘의외로 재미있는 책’이에요. 방점은 ‘재미있는’보다 ‘의외로’에 있겠죠?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아재라서 1, 2』
김수박 저 | 사계절
김수박 만화가 님의 『아재라서 1, 2』 를 가져왔어요.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처음엔 책을 받고 ‘나는 ‘아재’ 아니니까, 재미 없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읽을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드는 거예요. 그래서 오랜만에 만화 좀 읽어볼까 해서 펼쳤어요. 사실 10쪽까지는 잘 안 넘어갔어요. 제 세대보다 조금 앞 세대거든요. ‘어떻게 읽지?' 하면서 봤는데요. 초반부가 조금 넘어가니까 진짜 재미있는 거예요. 저의 세대가 아닌데도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제목처럼 지금 ‘아재’가 된 40대 남자가 자신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전적인 만화예요. 만화가 분이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경상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배우고 자랐다고 해요. 그런데 그 기대를 채우지 못하고 어른이 되었던 거죠. 그것에 대해 스스로 ‘나는 어른이 아니고 아재가 되었다’고 했어요. 어렸을 때는 남자들의 어울림에 사용되는 도구나 놀이에 익숙하지 못해서 항상 깍두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고도 합니다.
자, 그리고요. 오늘도 전화 연결이 있습니다. <사계절 출판사> 양현범 차장님께 전화를 걸려고 해요. 이 분이 제가 알기론 ‘아재’시죠.(웃음) 그래서 이 분께 전화를 한 번 걸어보겠습니다. (따르릉-)
프랑소와 엄 : 안녕하세요.
양현범 차장 : 네, 안녕하세요.
프랑소와 엄 : ‘예스책방 책읽아웃’의 ‘책책책’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프랑소와 엄입니다.
양현범 차장 : 아, 네.(웃음)
프랑소와 엄 : 당황하셨어요.(웃음) 저희 팟캐스트 혹시 들어보셨나요?
양현범 차장 : 제가 육아에 바빠서요. 죄송합니다.
프랑소와 엄 : 괜찮습니다. (웃음) 오늘 ‘책책책’ 주제가 ‘의외로 재미있는 책’인데요. 제가 김수박 선생님의 『아재라서 1, 2』 를 추천하고 싶어서 차장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 책 담당 마케터시잖아요. 최근에 ‘아재력 테스트’를 하는 카드 뉴스를 봤어요. 차장님께서 만드셨나요?
양현범 차장 : 그건 김수박 작가님이 아이템을 주셔서 만들었어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 인기 있었던 것들을 모아서 추억을 곱씹어볼 수 있도록 해봤습니다.
프랑소와 엄 : 이 테스트가 10개 항목인데요. 제가 어제 해봤어요. 몇 개 나왔을 것 같으세요?
양현범 차장 : 주변에 밝으시니까 그래도 한 8점 이상 나오지 않았을까요?
프랑소와 엄 : 아… 아닌데요.(웃음) 3점 나왔는데요. 차장님은 몇 개 나오셨어요?
양현범 차장 : 저야 뭐, 10점 만점에 10점 나왔습니다.(웃음)
프랑소와 엄 : 사계절 출판사 페이스북에 가보면 있어요. 책에 비례하는 퀄리티였어요. 그런데 양현범 차장님, 이 책 『아재라서 1, 2』 처음 보셨을 때 어떠셨나요?
양현범 차장 : 제가 성장하던 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김수박 선생님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잖아요. 선생님과 제가 3살 터울밖에 안 나서요. 선생님이 고등학교 때 겪은 학교 폭력과 같은, 아재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들이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생선 : 이 책은 어떤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까요?
양현범 차장 : ‘아재’라는 말에는 제대로 성장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의미도 있거든요. 저희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좋은 점도 있지만 사실은 올곧게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도 조금은 있었어요. 그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 시대의 추억도 굉장히 많이 나오니까 기성 세대가 그런 것들을 곱씹으며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또한 저희 때의 문제가 지금도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학교 폭력이라든지 말이에요. 이런 학교 생활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같이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프랑소와 엄 : 양현범 차장님이 출판계 대표 래퍼시거든요. 혹시 『아재라서 1, 2』 를 팔기 위한 몸부림의 랩 가능하실까요?
양현범 차장 : (랩은 음원에서 확인하세요!)
캘리 : 와!!! 정말 감사합니다! 대단하시네요!!
프랑소와 엄 : 끝으로, 『아재라서 1, 2』 를 관심 있게 지켜보실 독자 분들과 저희 청취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양현범 차장 : 김수박 작가님은 『내가 살던 용산』 이라든지 『사람냄새』 와 같은 주요한 책들을 많이 출간해오셨는데요. 이번에는 어찌 보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신 것이기도 해요. 한 개인이 성장해온 과정을 만화로 풀어내셨어요. 이건 다른 각도에서 또 의미가 있는 책인 것 같고요.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읽어보시면 ‘아재’를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웃음) 고맙습니다.
생선이 추천하는 책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저 | 문학동네
너무도 유명한 고전이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작품 『롤리타』 입니다. 의외로 재미있는 책으로 이 책을 고른 이유가 있어요. 중학교 때, 야하다는 말을 듣고 이 책을 읽었는데요. 전혀 야하지가 않았어요. 어렵더라고요. 역시 고전은 재미가 없어, 라는 편견을 그때 가지게 됐죠. 그러다가 책을 쓰면서 우연히 자주 가던 카페에 『롤리타』 가 있는 걸 본 거예요. 전에는 실망했던 책이지만 다시 한 번 읽어봤어요. 우리가 고전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렵고, 두껍다고 생각하잖아요.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차근차근 한 달에 걸쳐 읽었거든요. 그런데요. 읽다 보니까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롤리타』 는 열두 살 소녀를 사랑하는 중년 남자의 사랑과 욕망을 담고 있는 이야기인데요. 미묘하고 금기시 되는 것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쳤어요. 고전을 읽을 때 제일 중요한 게 작품을 현재의 시선으로 보지 않고 그 시대의 상황을 함께 보는 거거든요. 그 시대에 이런 글이 쓰였고, 이런 화두를 던졌다는 것은 굉장히 쇼킹한 일이잖아요. 그것이 바로 고전이고요. 제가 고전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된 작품이 바로 『롤리타』 였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의외로 고전은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고전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깼어요.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 『롤리타』 읽으시면 정말 놀라실 거예요. 언어를 메시처럼 드리블 해서 골대 앞까지 갔다가 다시 다른 골대로 수비수들을 막 제치고 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우연한 걸작』
마이클 키멜만 저 | 세미콜론
저는 미국의 미술 평론가 마이클 키멜만의 『우연한 걸작』 을 가지고 왔습니다. 2009년 출간된 책입니다. 주제를 받고, 나의 '재미'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요. 나는 무엇에 재미를 느끼는가, 생각하니 떠오르는 것이 있었어요. 바로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웃음)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요.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이 다다른 예술의 경지가 늘 감동스러워요. 가방을 수선하는 사람, 찹쌀꽈배기를 만드는 사람, 컵 쌓기를 하는 사람, 신발 고치는 사람까지 정말 엄청나요. 기술도 대단하고요. 심지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분도 계시거든요.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고, 의미 없게 느껴질 영역에서 달인이 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예술은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존재하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그런 것이 저에게는 재미 같아요. 삶의 모습, 사는 이야기가 있는 장면들 말인데요. 지금 소개할 책 『우연한 걸작』 은 "어떻게 하면 좀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예술에서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13쪽)에서 <뉴욕타임스> 수석 미술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클 키멜만이 발굴해낸 이른바 생활의 예술가들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상징하는 바가 크고요. '걸작'을 수식하고 있는 '우연한'이라는 말이 굉장히 의미가 있는데요. 책에서 '걸작'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 고전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치과 의사였던 프랜시스 힉스라는 사람이 모은 7만5천 점에 달하는 전구도 걸작이고요. 익명의 아마추어 사진가가 찍은 사진 한 장도 걸작입니다. 삶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던 오노 요코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사소한 일상을 예술로 포착해내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책에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요. 무엇보다 저는 이 한 사람. 홀로코스트로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샬로트 살로몬이라는 여성 이야기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책 속의 문장을 읽어드린 후에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녀는 온순하고 기운 없고 친구와 주고 받은 편지를 한 장도 남기지 않은 외톨이였고 공적 행사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은, 그러니까 작품을 제외하면 흔적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학교에서 찍은 사진에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을 때 혼자서 옆의 허공을 보고 있는, 키만 훌쩍 큰 그런 아이였다. "내성적이고 심각하고 창백하고 키가 크고 특징이 없는" 아이였다고, 샬로트 가족의 친지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기억했다.(중략) 세상에 샬로트 살로몬 같은 아이가 얼마나 많을까? 그녀가 예술을 하지 않았다면 망각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163-164쪽)
작품이 아니었다면 먼지로 사라졌을 존재를 책에서 건져냈어요. 1917년 베를린의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난 샬로트 살로몬은 1942년 <인생? 혹은 연극?>이라는 작품 하나를 완성했고요. 이듬해인 1943년 임신 4개월의 몸으로 아우슈비츠에서 처형되었습니다. 읽어드린 내용처럼 샬로트의 작품 활동은 주변인들조차 거의 모를 정도였어요. 1300쪽에 이르는 글과 그림으로 구성된 그림이기도 하고 소설이기도 한 <인생? 혹은 연극?>이라는 이 작품은 사후에 공개가 되었거든요. 이 삶의 비극적인 면,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굉장히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놀랍게도 저자는 이런 엄숙함이 그림을 보고 생각하는 일을 방해한다고 말하면서 샬로트 작품의 예술성을 정확히 읽어냅니다. "살로몬의 그림을 보면 우리는 좋은 친구와 함께 있는 것처럼 즐겁다"고 말하거든요. "누구나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특징이 없지만 속에는 야망과 감정으로 꽉 차 있고 그래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저는 여기에서 정말 큰 감동을 받았어요. 성취를 바라지 않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는, 그러니까 생선 님의 책 제목처럼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해나가는 연약한 영혼의 소유자들, 이들의 고군분투가 무척 마음에 남았습니다.
굉장한 미문이에요. 이 저자는 2000년에 평론 부문 퓰리처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을 만큼 정교하고 감동적인 문장을 쓰거든요. 덕분에 멋진 소설 한 편을 읽는 것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오늘 소개한 샬로트 살로몬의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에요. 정말 훌륭한 책입니다.
생선 : 오늘 ‘책책책’도 마지막 시간이었어요. 저는 이 시간을 통해 두 분의 다른 성향을 담은 책을 맛깔스런 설명으로 만나서 그 책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언젠가 꼭 읽고, 두 분이 소개하시면서 전한 느낌을 저도 받아보고 싶어요. 아쉽지만 앞으로도 이 방송은 계속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책책책’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청취자가 되어서 영업을 당하도록 할게요. 고맙습니다.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