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패기에 관록을 더하고 거대한 야망을 아로새긴다. 새천년 레트로-리마스터 제임스 머피와 그의 크루 LCD 사운드시스템의 ‘아메리칸 드림’은 과거로부터 빌려온 일렉트로 디스코 펑크(Funk) - 프로토 펑크(Punk)에 브라이언 이노와 데이비드 보위를 더하고, 1980년대 신스팝의 불꽃놀이와 대곡 지향의 치밀한 구성을 취하며 로큰롤 종언의 2017년을 장악하려 한다. 대중음악의 역사로부터 수집한 잔해를 모아 신선함을 창조해내는 제임스 머피는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의 음악조차 신세대에게 밀린다(Losing my edge)’며 허세를 조롱하던 12년 전과 달리, 그 자신을 ‘절름거리는 디스크 샵의 베테랑, 이정표 같은 사람’(Tonite)으로 선언하며 과거의 현재 진행형 적용을 꿈꾼다.
신경질적인 피아노와 하이햇으로 출발하는 「Oh baby」부터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잠깐의 긴장을 거쳐 신스 베이스가 성큼성큼 발을 내딛으면서 꿈결같이 나른한 에코 보컬을 곁들이는 것은 익숙하다 하더라도 종반부 브라이언 이노 식 거대한 일렉트로 황홀경을 펼쳐내는 건 분명 낯설다. 곧바로 이어지는 토킹 헤즈식 비트 쪼개기 리듬에 6분짜리 노이즈를 넣은 「Other voices」와, 복고적 드럼과 베이스 루프를 쌓으며 무아지경의 신스 & 기타 변주 트랜스 상태를 선사하는 「I used to」에서도 보다 겹겹이 쌓인 소리의 층이 제일 먼저 들어온다. 「North american scum」과 「Drunk girls」류의 상징적인 미니멀리즘은 줄어든 대신, 과거의 혁신적인 사운드를 가져와 그들을 기리고 또 확대 재생산하는 경향이다.
제임스 머피는 보위의 유작
1970년대 뉴욕 펑크 씬의 일렉트로 실험가였던 수이사이드의 알란 베가를 기리는 톱 트랙 「Oh baby」, 크라프트베르크 식 인트로를 거쳐 무아지경 디스코로 빠져들어가는 「Tonite」과 여기에 1920년대 브릴 빌딩 사운드를 첨가한 「American dream」까지, 앨범은 살아있는 일렉트로닉 - 포스트 펑크 역사책이라 해도 될 정도다. 그러나
김도헌(zener1218@gmail.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