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에너지가 피크를 찍었다.”는 새 앨범을 앞둔 뮤의 소회다. 2년 만에 나온 신작에 팀 내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기타를 담당하던 보 매드센(Bo Madsen)이 탈퇴했지만, 사운드는 흔들림이 없다. 기타의 비중이 줄었다기보다 신시사이저의 비중이 늘어 음악적 공간을 가득 채운다. 게다가 보컬을 포함한 악기의 이펙트가 어느 앨범보다 공간감이 풍성하다. 덕분에 사운드는 한층 밝고, 넓다. 앨범 명이 길었던 5집처럼 다양한 악기를 과하지 않게 활용했다. 여전히 실험적이고, 활력이 넘친다.
가만히 들어보면 눈 내리는 계절인 겨울의 따뜻함이 가장 먼저 와 닿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트랙들은 서로의 개성을 표출한다. 오르간 음색과 보컬의 경건한 조합이 빛나는 「Nothingness and no regrets」, 신시사이저와 몽환적인 트럼펫 연주가 돋보이는 「In a better place」와 웅장함마저 느껴지는 인트로와 색다른 구조로 진행하는 「Candy pieces all smeared out」가 대표적이다. 관악기의 사용도 눈에 띈다. 「Learn our crystals」의 남미풍 리듬과 관악기, 「Twist quest」의 그루브 넘치는 리듬과 색소폰 연주가 각자의 멋을 자랑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운드의 변화에도 그 중심은 싱어 요나스 비예르(Jonas Bjerre)가 꽉 잡고 있다. 가녀린 미성의 목소리로 모든 곡에서 힘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뽐낸다. 서정적인 곡으로 보컬이 이끄는 「Zanzibar」와 「Shoulders」를 시작으로 「Carry me to safety」에서는 음악의 완성도와 함께 하이 톤의 보이스가 오토튠을 지나 곡의 정점을 넘어서면 잔잔해진 분위기에서 보컬은 다시 감정을 끌어안는다. 촉촉해진 음향의 잔해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보컬이 밴드의 커다란 매력이다.
사실 신작은 그동안 추구하던 방향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드림 팝을 위시해 사이키델릭과 아트 록을 포함해 팝과 리드미컬한 곡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던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여러 스타일을 곳곳에 배치하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차이점이라 한다면 역시 음향적 공간의 확장이다. 덕분에 사운드는 크게 변했고, 듣기에 좀 더 편안해졌다. 밴드의 작법은 의심의 여지 없이 수려하고, 때마침 새로운 사운드는 과하지 않게 적절한 합을 이룬다.
임동엽(sidyiii33@nate.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