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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즈의 역대급 파티

고릴라즈(Gorillaz) - 〈Huma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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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먼 알반의 여러 언급들에서 짐작 가능하듯 앨범은 ‘트럼프 월드’에 대한 거대한 알레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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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리스트에 드러난 피처링 아티스트만 열여섯, 지금껏 고릴라즈가 열었던 파티 중 가장 큰 규모다. 7년 만에 돌아온 ‘호스트’ 데이먼 알반은 치밀한 음악 기획으로 힙합, 알앤비, 록 밴드 보컬 등 다양한 개성을 뽐내는 게스트들을 한 데 묶는다. 아이패드로 만들었던 전작 <The Fall>가 떠오를 만큼 밴드 사운드를 완전히 줄이고 특유의 울적한 일렉트로닉으로 수많은 게스트들의 색깔을 ‘고릴라즈 스타일’에 녹여냈다. 구석구석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한, 화려하게 돌아온 세기말 파티다.

 

스킷을 기준으로 카테고리를 나누듯 트랙들을 안배했다. 첫 파트는 데이먼 알반이 최근 깊게 빠져 있는 장르인 힙합이 주를 이룬다. 데프 잼 레코드의 신예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와 함께한 「Ascension」, 과거 「Feel good inc.」에서 호흡을 맞췄던 데 라 소울(De La Soul)이 참여한 흥겨운 「Momentz」는 영락없는 힙합 트랙이다. 팝칸(Popcaan)의 끈적한 랩과 투디의 건조한 보컬이 잘 어우러지는 「Saturnz barz」엔 호러 영화를 연상시키는 뮤직 비디오처럼 무섭고 쓸쓸한 분위기가 내내 흐른다.

 

두 번째 파트인 「Submission」과 「Charger」는 각각 알앤비 싱어 케렐라(Kelela)와 자메이카 출신의 뉴웨이브 뮤지션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 두 여성 보컬을 앞세워 스트레이트하게 흥을 끌어올린다. 이어서 고릴라즈 팬들에겐 아마 가장 편안할, 몽환적인 상상력이 가득한 공간이 펼쳐진다. 「Andromeda」는 듣는 이를 우주로 보내는 기묘한 보컬과 편한 훅 멜로디, 단순하고도 신나는 리듬이 인상적인 곡이다. 앰비언트가 짙은 앨범 내 유일한 솔로 곡 「Busted and blue」는 쓸쓸한 인공위성의 이미지를 빌려 고릴라즈 식 멜랑콜리를 심화한다.

 

우주로 끌려갔던 청자는 현악 사운드와 앤서니 해밀턴(Anthony Hamilton)의 깊은 목소리가 비장한 「Carnival」에 의해 다시 디스토피아 세계로 추락하게 된다. 이어지는 「Let me out」는 메이비스 스테이플스(Mavis Staples)의 중후한 보컬과 푸샤 티(Pusha T)의 래핑으로 더욱 직접적으로 사회에 비판을 가하는 곡이다. 무거운 주제의식은 흥겨운 하우스 사운드(「Sex murder party」)로 향하며 디스토피아의 퇴폐적인 파티를 그려내고, 벤자민 클레멘타인(Benjamin Clementine)의 저음 보컬이 무서운 세기말 가스펠 「Hallelujah money」와 연결을 짓기도 한다.

 

데이먼 알반의 여러 언급들에서 짐작 가능하듯 앨범은 ‘트럼프 월드’에 대한 거대한 알레고리다. 전보다 건조해진 일렉트로니카와 노랫말에 담긴 무거운 메시지가 신나는 리듬과 만나 뿜어내는 데카당스의 매력이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잘 설계된 트랙 배치와 콘셉트 역시 멋진 기승전결을 이루며 오랜 기다림을 톡톡히 보상한다. 비록 뜬금없이 희망적인 마무리를 짓는 트랙 「We got the power」의 밝은 정서나 악동 밴드 고릴라즈의 역할이 전의 어떤 앨범보다 후퇴한 점 등은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지만, 알반이 창조한 <Humanz>의 무채색 세계는 그 질감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조해람(chrbb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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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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