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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이후 싸이가 가야 할 길

싸이 〈4X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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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후렴의 중독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이전의 촉과 날은 실종 상태다. 「팩트폭행」의 가사대로 이게 ‘오늘의 싸이라면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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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전의 싸이는 용기, 패기, 똘끼로 뭉친 ‘엽기 가수’였다. 능청스러운 블랙 코미디, 거리낌 없는 스트레이트가 통쾌했다. 반면 스매시 히트 「강남스타일」 이후의 그는 중독성 강한 후렴과 춤사위, 코믹한 비디오를 만드는데 힘썼다. 상징적 훅과 안무를 향한 집념은 피로감을 누적시켰다. 중압감에 따른 집요한 기획으로 히트에는 성공했지만 임팩트는 현저히 약했다. 신보 <4X2=8> 역시 그 연장선에 위치한다. 여전히 경직되어 있고, 흐름 또한 작위적이다. 음반의 구성과 성격은 지난 앨범 <칠집싸이다>와 비슷하나, 수록 곡의 개별 매력은 오히려 후퇴했다.

 

두 개의 타이틀곡 「I luv it」과 「New face」는 재료의 차이뿐, 또다시 「강남스타일」 문법의 재탕이다. 2012년 유행을 아직까지 고집하고 있으니 뻔히 예상되는 진행이 따분할 정도다. 수년째 같은 패턴에서 맴도는 곡은 둔해진 감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물론 차별화를 둔 구석은 있다. 「I luv it」은 메간 트레이너의 「Me too」를 연상케 하는 신스 리프에 올드 스쿨의 리듬 소스를 배치해 재미를 노렸고, 「New face」는 엠씨 해머 식 리듬 쪼개기와 투 라이브 크루(2 Live Crew)의 「We want some pussy」에서 따온 「Hey we want some new face」로 향수를 자극했다. 그럼에도 결과물은 5년 전 클럽을 벗어나지 못하니 신선도, 만족도가 높지 않다.

 

아무리 그가 싱글의 강자라고는 하나, 지나치게 끊어지는 감상 호흡은 정규 음반이란 포장이 무색하다. 감정의 흐름과 완급을 고려하지 않은 트랙 배치가 앨범 단위의 집중력을 해친다. YG의 동료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그만큼의 상승효과가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치명적이다. 「마지막 장면」의 이성경은 좋은 목소리에 비해 부족한 가창력으로 몰입을 떨어트리고, 태양과 타블로는 특유의 강한 개성으로 주객을 전도한다. 지드래곤과 함께한 「팩트폭행」, 비아이와 바비를 대동한 「Bomb」 정도가 게스트와 좋은 시너지를 발휘한 케이스다. 특히 「Bomb」은 박진영의 참여로 비교적 정교한 짜임새를 확보했고, 전반에 깔린 기타 리프와 선율의 전개, 세 사람의 밀도 높은 랩이 그럴듯한 조화를 이뤘다.

 

특장점이었던 매끈한 선율도 자취를 감췄다. 「낙원」, 「내 눈에는」 등 싸이 표 멜로딕 팝의 맥을 잇는 「마지막 장면」, 전형적인 발라드 서사를 따르는 「기댈곳」의 곡조는 여느 때보다 설득력이 부족하다. 여러 번 경험한 수법에 멜로디의 맛까지 떨어지니 모자란 노래 실력이 두드러진다. 피아노로 구성한 「We are young」의 뼈대와 싱어롱을 유도하는 노래의 코러스는 유사한 구조의 「예술이야」와 직접 비교되고, 태양이 보조한 「Love」는 트렌디한 후렴에 비해 미약한 버스(verse)가 불균형을 초래한다. 그나마 록을 자양분 삼은 「Rock will never die」, 이정옥의 「숨어오는 바람소리」를 샘플링 한 「오토리버스」가 개중 높은 흡인력을 갖췄다.

 

과거 싸이 노랫말의 장기였던 번뜩이는 재치, 통렬한 일갈 역시 상당수 힘을 잃었다. 가사의 소재와 표현, 내러티브에선 기시감이 느껴지고, 날렵했던 유머는 뭉툭해졌다. ‘댄스가수’, ‘딴따라’ 등 자신을 수식하는데 반복 사용해 온 표현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해 식상함을 안긴다. 앨범에서 가장 솔직한 심경을 담은 「팩트폭행」 역시 ‘싸군’, 「솔직히 까고말해」를 적당히 섞고 빌보드 얘기만 추가한 수준이다. 다만 초창기 싸이를 연상케 하는 직접적인 비속어가 나름의 타격감을 만들고, 마지막 ‘초강력’ 일침으로 짜릿한 쾌감을 선사해 진부함을 상쇄했다는 의미는 남겼다.

 

굳이 그의 지난 앨범들과 비교하지 않아도 헐거운 만듦새다. 「강남스타일」에서 많은 부분 탈피했다고 밝힌 작업 소감과 달리 아직도 관성에 갇혀있는 인상이다. 고착된 작법과 유사한 코드 진행, 한계에 부딪힌 스토리텔링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작곡가 유건형과 많은 것을 이뤘지만 이제는 서로를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 여전한 후렴의 중독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이전의 촉과 날은 실종 상태다. 「팩트폭행」의 가사대로 이게 ‘오늘의 싸이’라면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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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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